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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의집’ 공익제보 이후···
    임시이사들, 조계종에 권한 다시 넘겨
    [기고] 권력‘들’의 정의 짓밟기, 정의가 권력 되는 길
        2022년 04월 26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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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대해 내부 직원들이 공익제보를 하면서 인권 침해와 관리 부실 부정, 학대 의혹 등이 불거진 지 2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임미리 씨의 기고 글을 싣는다. ‘한때’의 뜨거운 관심이 좋은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고 글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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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 공익제보 뒤 나눔의집 사태가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니, 이전보다 더욱 나빠졌다. 공익제보자가 계속해 괴롭힘을 당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공익제보자들과의 접촉을 차단당한 뒤 준감금 상태가 되었다는 데서 그렇다.

    그렇다면 왜 나눔의집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더 안좋은 상황에 이르렀을까. 나눔의집 사태에는 관심의 크기만큼이나 여러 권력들이 개입해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권력이 크면 클수록 사태 해결에 악영향을 미쳤다.

    개혁적 임시이사, 경기도와 광주시 그들의 역할은?

    2020년 5월 MBC PD수첩에 사태가 방송으로 나가고 얼마 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가 시작됐다. 5년간 88억원을 불법으로 모집한 반면 할머니들에게는 무료양로시설 지원금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대 사실도 확인됐다. 경기도에서는 나눔의집 이사 11명 중 8명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해임된 이사 자리는 8명 중 2명을 제외하고는 경기도에서 파견‧차출된 시민단체 소속의 ‘개혁적’인 인사로 채워졌다. 2021년 상반기까지 조계종 5, 개혁 6의 비율을 유지했고 민변 소속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이찬진 변호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찬진 변호사는 당시의 이재명 도지사와 연수원 동기다.

    개혁적 임시이사가 다수이고 대표이사 직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의 당사자인 운영진들을 징계하거나 해고하지도 않았고 잘못된 운영규칙도 개정하지 않았다. 징계위원회를 조계종 측 이사들이 장악했고 회칙을 개정하려고 해도 그들이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게 임시이사 측 해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괴롭힘은 갈수록 심해졌고 그 모든 것이 이찬진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임시이사들의 방관 속에 이뤄졌다. 운영진이 공익제보자들을 CCTV로 감시하고 법인 명의를 도용해 40건이 넘은 고소‧고발을 해도 제지하지 않았다.

    운영진의 괴롭힘에 더해 임시이사들의 묵인과 방관이 이어지면서 공익제보자들은 하나둘 정신과를 찾게 됐고 약에 의지하지 않으면 울분을 이겨내기 어렵게 됐다. 그러한 과정에서 임시이사들이 유일하게 몰두한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6 대 5로 개혁이사 측에 유리한 이사회 구성을 다시 조계종 측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이었다.

    2021년 6월 기독교 측 임시이사 한 명이 사퇴하고 그 자리에 조계종 승려가 선임됐다. 이재명 시장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성남시 봉국사의 주지로 있는 혜일 스님이다. 혜일은 한 달 뒤인 7월 16일 상임이사로 선출됐고 올 3월에는 11명 이사 전원이 조계종 승려로 채워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처음에는 삼육대 소속의 임시이사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기독교계라 조계종 측 임시이사들이 반대한다는 게 이유였다. 빈자리에 혜일을 받은 이유는 ‘실수’였다고 한다. 교계의 개혁 인사라고 해서 믿었으나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찬진 대표이사 대행을 비롯해 임시이사들이 ‘순진’했기 때문에 조계종은 나눔의집을 다시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찬진 변호사에 따르면 혜일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송월주 스님의 입적 직후다. 이 무렵 조계종은 이재명 도지사와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퍼붓는데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가 나눔의집을 감사하면서 월주 스님을 모욕했고 그 뒤 스님이 병이 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당시 많은 정치인들이 전북 김제 금산사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이전에도 임시이사들이 운영진의 횡포를 막지 못한 만큼 이후에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 공익제보자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은 조계종과 운영진뿐 아니라 임시이사들에게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임시이사들은 왜 그랬을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확대경보다 망원경이 필요하다. 2021년 10년 27일 경기도인권센터는 나눔의집에 대해 시설장 등을 징계하고, 인권교육을 수강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동시에 광주시에는 나눔의집 종사자에 대한 지도‧점검,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행정조치, 부당한 국가보조금 수령에 대한 지도‧점검 및 환수 조치 등을 권고했다.

    결론적으로 이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전자의 이행의무는 나눔의집 임시이사들에게 있고 후자는 광주시장에게 있다. 하지만 시장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해당 부서에 보고 여부를 확인한 결과 보고하지 않았으며 곧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뒤로 보고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신동헌 광주시장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얼마 전 사직했다.

    결론은 이렇다. 나눔의집의 파행이 조계종과 그들이 임명한 운영진에 의해 비롯됐다면 지금까지 나눔의집 정상화가 지연된 책임은 광주시와 임시이사 측에 있다. 이것은 광주시와 임시이사 측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광주시와, 임시이사 파견 주체인 경기도 단체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라는 데서 민주당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민주당이 조계종 눈치 보느라 나눔의집 정상화가 지연됐고 그 과정에서 공익제보자들이 더욱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조계종 눈치를 본 까닭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월주 스님을 병에 걸려 죽게 했다는 누명을 벗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계종에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대선은 끝났지만 다시 지방선거가 돌아왔다. 광주시장과 담당공무원들의 처신도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러면 여기서 끝일까?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과 이해를 같이 하는 시민단체 소속 임시이사들만 문제였을까?

    “인격 말살을 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은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군사독재 정권보다 더 정교하게 국민의 자유를 말살했다.”

    월주 스님 영결식에서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가 한 말이다. 경기도의 나눔의집 감사를 월주 스님에 대한 인격 말살, 국민의 자유 박탈로 본 것이다. 윤 후보는 “(월주 스님이 입적하기 전 과정을) 들으니 착잡했다”며 “내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결국 여야 어느 정당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공익제보자들의 인권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여든 야든 정치권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켜줄 또 다른 권력과 유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민사회다.

    이미 ‘조국 사태’ 때 민주주의의 보루를 자칭했던 여러 단체들이 ‘조국 수호’에 나선 일이 있지만 나눔의집 사태에서 보인 임시이사들의 태도는 그 심각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전자가 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한 독립적 활동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부여받은 공(익)적 임무를 방기한 것이다. 정치 영역과 구분되지 않는 시민사회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마찬가지로 정당정치에 종속된 시민단체와 활동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

    할머니들과 공익제보자들, 그들에 대한 진보정당의 연대 시급

    불행하지만 다른 길을 찾아보자. 나눔의집 정상화는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겠는가. 누가 공익제보자들과 어깨 걸고, 어떤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싸워줄 것인가.

    거대 양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거대 양당에 종속되지 않은 사회단체, 그리고 소속 없는 다수의 시민들이 남아 있다. 사회단체들은 각자의 투쟁 영역이 있기 때문에 결국 진보정당 또는 일반 시민들이 나서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시민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조직화할 것인가, 그리고 진보정당은 그러한 시민들과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 진보정당들은 편차는 있지만 민주‧국힘 양대 정당과 달리 비제도적 물리적 투쟁에도 기꺼이 연대하는 것을 소임으로 여기고 있다.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제정, 파리바게트 노동자, 장차연의 이동권 확보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는 제외돼 있다. 왜일까.

    나눔의집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익제보자들은 ‘전선’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익제보자들은 특정 이념과 정치적 지향 때문이 아니라 한 개인의 보편타당한 양심 때문에 공익제보를 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을 수도 국민의힘을 찍을 수도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정치권력과 맞서 싸울지라도 우리 사회운동이 그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 눈을 돌린 적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나눔의집 공익제보도 결국 그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전선과 무관한 보편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때문에 사회적 반향도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리고 나눔의집 사태에 분노했던 국민들은 공익제보자들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국힘도 찍을 수 있는 유권자들이다.

    앞서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힘쓸 집단은 진보정당과 일반 시민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진보정당은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 양심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가, 민주당도 국힘도 찍을 수 있는 유권자들을 어떻게 진보정당으로 유인할 것인가 말이다.

    ※ 매주 수요일 11시 나눔의집 앞에서 항의와 위로, 이해의 시간을 갖습니다.

    * 필자 임미리 씨는 학부는 역사, 석사는 행정, 박사는 정치학을 전공한 후 강의와 논문은 사회학 방면으로 하고 쓰고 있다. 현재는 내부제보실천운동 운영위원으로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과에 연대하고 있다.

    필자소개
    내부제보실천운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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