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요구하며 555명 집단삭발
    “부모·형제 없어도 살아갈 수 있게”
        2022년 04월 19일 07: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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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500여 명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에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9일 오후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1박2일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서비스 및 정책의 부족으로 인해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며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는 ‘발달지연·장애 영유를 위한 국가 조기 개입’ 외에 ‘발달장애인 일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과 4월 서울에서, 5월에는 충북에서 발달장애자녀를 돌보던 부모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1월 전남에서는 발달장애자녀와 몸이 불편한 노모를 돌보던 한 남성이 자신의 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고, 올해 3월에는 경기에서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는 2건의 사건이 같은 날 벌어졌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은 가족이 없으면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모와 형제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라며 “윤석열 당선인은 장애인 가족들이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낮시간 서비스, 주거 서비스라도 국정과제에 담아 달라.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도 인간으로 부모와 형제 없는 세상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뒤이어 전국의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연대 시민 등 555명이 현장과 줌을 통해 함께 삭발에 나섰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짧은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세 번째 삭발을 한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데 겨우 삭발쯤이다. 목숨도 내놓을 각오인데, 그 정도쯤이야. 아들, 미안해 아직 이런 세상이라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평범한 삶도 가능하다는 선택지를 늘려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가족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책임을 국가와 함께 나눠 갖자는 의미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요구에 동의합니다.”

    “나의 아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답게 이웃과 함께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위해 흰머리가 늘어가는 머리를 삭발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하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날 결의대회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삭발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진 장혜영 의원은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2018년 정부가 약속했지만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리고 정부가 바뀌는 이 시기에 다시 모여 삭발을 하면서 생존의 요구로서 24시간 지원체계를 요구하는 것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이 24시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 국회에 들어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러분이 다시 이 자리에 나오셔야 할 정도로 제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선 지금도 임시회가 열린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 권리보장법, 탈시설법이 심의되고 있지만 동료 의원들이 충분한 관심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동료 의원들이 여러분과 함께 삭발한 제 머리 보면서 진짜로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부모연대는 삭발식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행진했다.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인 20일에는 단식농성을 진행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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