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올인 법안은
    ‘검수완박’···야당 등 “국민 피해 가중”
    참여연대-민변도 우려···민주, 법 통과 꼼수도 모색
        2022년 04월 13일 11: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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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선택한 1호 법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박탈하고 경찰 또는 제3의 수사기관에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전날인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법안을 표결 없이 당론으로 추인됐다. 앞선 찬반 토론 과정에서 법안의 내용과 시기의 문제, 지방선거 패배 우려, 법안 통과의 불투명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마지막 당론 추인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와 강성 의원들은 그간 현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추진에 무게를 뒀다.

    이날 의총 모두 발언에서도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수완박을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법안에 집중하자”며 “법안을 강행하더라도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고,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지만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며 견제 없는 권력을 향유해온 검찰권력을 개혁할 때가 됐다”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사회적 요구”라며 검수완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지지해온 시민사회계에서도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도 우려…”검경수사권 안착시키는 게 먼저”

    참여연대는 전날 오후 긴급좌담회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여년 밖에 되지 않았고, 사건처리 지연, 검경간 협조체계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민변도 논평을 내고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6대 범죄 수사 공백의 대안, 경찰·공수처 수사역량 확보 방안 등에 대한 평가와 보안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의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고집하자 ‘우리만 살면 된다’는 식으로 ‘방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등 여권 실세를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국힘, “우리만 살면 된다”는 방탄 입법 비판
    민주 “경찰이 검찰보다 더 공정한 수사 할 수 있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추진으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박살 날 것”이라며 “‘지민완박(지방선거 민주당 완전 박살)’”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반대하는 것을 밀어붙여서 이득 본 게 없는데 또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하려는 걸 보니 학습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실세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우리만 살면 된다’고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대선에서 패배하자 검찰이 정권 뜻대로 움직일까봐 겁이 나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방탄 입법’ 비판에 대해 경찰이 검찰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들은) 사실은 검찰하고 더 친하지 않나. 검찰에 보험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공직자들의 공포는 경찰한테 더 크게 있을 것”이라며 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도 많고, 현실적으로 검찰 출신과 친하거나 연결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공직자들이 경찰하고 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안전했고,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게 안전하지는 않았던 것”이라며 “(여권에 대한) 수사를 할까 봐 걱정이 됐다면 검찰개혁을 하기 더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우리가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졸속 추진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우려는 여야 구분 없이 나오고 있다.

    천정배  “민주당이 무리수 두는 거 아닌가 걱정”

    권 원내대표는 “결국 고위공직자·권력자의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 면죄부로, 국민에게 이익이 아닌 엄청난 피해와 손해를 주는 법안”이라고 규정했고, 민주당 6선 의원이자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천정배 전 의원도 “윤석열 정부는 검찰개혁이나 수사구조 개혁에는 기대할 바가 없는 거 같고,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대통령 임기 1개월 남기고 졸속으로 하겠다고 한다. 국민만 가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천 전 의원은 경찰을 통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중립적 수사가 가능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결국은 경찰에게 수사권이 갈 것 같다”며 “경찰이 불과 3, 4개월 후에 그 엄청난 권한을 이양 받게 되는데 3개월 만에 새로운 수사 준비를 할 수 있겠나. 당장 수사의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라고 이같이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연 경찰은 정치적 중립이 되었나, 권력남용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는 경찰도 동일하게 해당된다”며 “그런 문제에 대한 논의나 대책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거 아닌가 걱정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말하면 (법안 추진의) 속도보다 내용이 문제”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졸속 추진으로 인한 ‘수사공백’ 우려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수진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검찰 직접 수사를 확대하고 예산편성권도 따로 갖게 하겠다고 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을 법무부 장관이 지휘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국민의 인권, 기본권을 지킬 수 있겠나 우려가 증폭됐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이렇게 이 시간에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공백 문제를 해결한 후에 검수완박을 추진하면 되지 않나’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물음에도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수사, 기소 분리 개혁이 앞으로 향후 20년이 돼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에 찬성했던 정의당도 이번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선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 의총 결과가 나온 직후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심상치 않은 물가인상과 코로나 재난으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삶을 정권 이양기 국면에서도 잘 살펴야 할 국회가 극단의 대결로 인해 동물국회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회기 짧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 꼼수도 모색

    실제로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물리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막아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현행법상 최고의 무기가 필리버스터”라며 “국민을 상대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부작용, 민주당의 의도를 설명해 국민이 법안을 저지할 수 있게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수진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못 하니까 회기를 짧게 잘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살라미 전술’로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관건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그래서 지금 소통을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지자 분들과 당원분들이 너무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고 박병석 의장님도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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