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발달장애 있었다면
    어떤 삶 살았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장혜영-배진교 “탈시설 비난 선동은 나쁜 정치, 혐오 정치”
        2022년 04월 05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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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시위를 계기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비난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탈시설에 반대해온 장애인 단체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전장연과의 갈등 속에서 이들의 주요 요구인 탈시설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자리를 만든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장애인 권리보장의 핵심인 탈시설 정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보단 ‘정치 가십’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많은 비장애 청년들이 대학에 갈 때 많은 발달장애 청년들은 시설로 간다. 과연 이준석 대표에게 발달장애가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한 번쯤 상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연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장연과의 갈등이 격화된 지난 1일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국회에서 만나 탈시설 정책에 대해 “일부 장애계의 주장”이라며 “정치권에서 강하게 제동을 걸겠다”고 했다. 탈시설에 반대하는 단체만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탈시설 정책이 전장연이라는 일부 단체의 요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탈시설 정책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로 한국 정부는 2008년 해당 협약을 비준했다. 지난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개발’을 권고한 바도 있다.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돼 논의 중에 있다. 장애인 탈시설은 전장연이라는 ‘일부 장애계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적 흐름인 것이다.

    장혜영 의원은 “(탈시설에 관한) 이준석 대표의 언행은 국제적인 그리고 시대적인 기준에 역행하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누군가가 장애인으로 태어나거나 비장애인으로 태어나는 것은 그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누군가가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이준석 대표 같은 비장애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부모의 곁을 떠나서 시설로 보내질지도 모르는 구조적인 차별 앞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시설이라는 주제는 이러한 다양한 맥락 속에서 정확하게 논의돼야 하고, 특히 침해되고 있는 장애 시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초점에 두고 이야기돼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가족의 희생’ 아니면 ‘시설’이라는 고통스러운 양자택일을 장애인과 그 부모, 가족들에게 사실상 강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라도 이준석 대표처럼 지역사회에서 통합돼서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탈시설은 이준석 대표의 가십거리로 소비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전장연과의 갈등 상황을 키우기 위해 탈시설 문제를 건드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하고 있는 것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약자, 소수자 집단의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명백한 ‘혐오’”라고 질타했다.

    배 원내대표는 “차기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적 영역에서 약자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와 그 저의가 고약하다. 다수의 의견에 편중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공동체를 이간질시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혐오 표현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성역을 만드냐고 발끈하는 이 대표야말로 본인을 성역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하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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