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와 공포의 마케팅 멈춰야"
    이준석, 장애인 혐오 안 했다고?
    [인터뷰]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2022년 03월 30일 04:5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최근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를 비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혐오를 선동하면서 집단화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 여당 대표가 SNS에 공개적으로 장애인 시위에 대한 공격적 언어를 쏟아내자, 수많은 사람들은 ‘혐오를 승인 받은’ 것처럼 심각한 수위의 장애인 혐오 댓글을 달았다. 이 대표가 온라인상에 떠도는 것과 같은 혐오 발언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그가 던진 말이 결국은 장애인 혐오 정서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당대표이지만 당론과는 무관하게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한쪽을 공격하는 방식의 “자기 정치”를 해왔다. 배 부대표는 ‘이준석식 정치’에 대해 “정치를 향해 문제제기해야 할 것들을 국민들 간 싸움으로 만드는 책임회피 정치”라고 규정했다. 이어 “당장은 혐오를 집결시켜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은 만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갈등 상황을 본인이 책임질 수 있겠나”라며 “자신의 말이 어떤 상황을 가져올지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여성으로서 평생 장애인과 여성운동을 해온 배복주 부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공격하는 소수자 정체성을 모두 가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2020년 정의당에 입당, 당직선거에 출마해 부대표로 선출된 그는 이번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15.32%라는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배 부대표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혐오정치에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이준석 당대표는 성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배복주 부대표(사진=정의당)

    Q 이준석 대표는 본인이 구체적 언행을 통해 장애인을 비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여성·장애인 혐오를 한 적이 없다는 뜻인데.

    A ‘내가 어떤 혐오를 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시위에 관한) 게시물의 댓글들을 봤나. 그런 식으로 혐오를 선동하면서 집단화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높아진 시민의식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년이라는 오랜 역사가 있다. 많은 시민들도 그 투쟁이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있다. 이런 상황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Q 이준석 대표는 왜 이렇게 장애인 시위에 분노했을까.

    A. 장애인이 배려와 동정의 대상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당신들 위해 이것도 해줬고, 저것도 해줬는데 왜 고마워하지 못하고 더 내놓으라고 하냐’ 이런 거 아닌가. 권력을 가진 자신이 주는 시혜와 동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그런 분노를 시민을 핑계 대며 발산하는 거다. 한편으론 ‘자기 정치’ 안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말에 시민들이 반응하고 결집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Q. 서울시 지하철역 90% 이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이뤄졌고,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교통약자법 처리 등이 이뤄졌다. 이준석 대표는 이를 근거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장연이 계속 과격한 방식의 출근 시위를 하는 점을 문제 삼는 것 같다.

    A. 이동권엔 대중교통수단과 특별교통수단이 있다. 지난해 말 교통약자법이 통과될 때 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 예산이 국비편성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 ‘임의조항’이 된 것의 문제점은 이 문제가 서울뿐 아니라 지역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은 그나마 대중교통수단이 있지만 그것조차 없는 지역도 있다. 그런 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 같은 특별교통수단에 의존해야 하는데, (국비편성 의무조항이 아니다보니)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별 재정자립도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가 1~3대 정도밖에 없다. 국비를 투입해서 대중교통수단이 제대로 안 돼 있는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까지 확보돼야 한다는 게 장애인 지하철 시위의 요구다.

    이준석 대표가 시위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말했으면 한다. 서울에 사는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시위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을 언급하며 쟁점을 협소화시켜선 안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지,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이 아니지 않나.

    Q. “전장연의 요구사항은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 예산과 탈시설 예산 6224억 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하철 타는 시민과 이 요구가 무슨 상관이라고 시민들을 볼모로 잡느냐”고도 했다.

    A. 이준석 대표가 잘 아셔야 하는 게…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4개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통과 투쟁과 예산확보를 위한 천막농성을 21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심도 없었고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각 정당에 정책요구서도 계속 제출했고, 전장연이 이준석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법안과 시민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그러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비장애인 시민과 무슨 상관인가. 아무 상관 없다. 장애인들은 4개 법안에 대해 알리기 위해 시위를 시작한 것이고, 다양한 투쟁 방식 중 지하철 타기를 선택한 것뿐이다. 지하철을 타면 이동권 예산만 얘기해야 하고, 시설 앞에서 데모하면 시설 예산만 얘기해야 하나.

    Q.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땐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윤석열 당선인한테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해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전장연의 시위가 당파적이라는 뜻 같은데.

    A. 정말, 잘 모르시고 하는 말씀 같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 때 가장 강렬하게 투쟁한 집단이 전장연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기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국회 앞, 청와대 앞, 기재부 앞에서 시위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를 비롯해 전장연 활동가 6명은 집회 벌금 때문에 감옥까지 갔다 왔다. 전장연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국가책임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떤 시위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공부를 좀 하셔야 될 것 같다.

    Q. 소위 ‘이준석 식 정치’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걱정된다.

    A. 두려움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혐오정치는 굉장히 나쁜 정치다. 이런 정치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간 차이를 부정하고, 국가와 정치를 향해 제기해야 할 문제를 개인을 향한 혐오로 발산하면서 싸우게 만든다. 그런 정치는 당장 멈춰야 하고, 이준석 대표는 성찰해야 한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이런 정치가 당장은 혐오 집결로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이 만들어질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국민 간 갈등과 다툼을 본인이 책임질 수 있겠나. 절대 책임지지 못한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사고다. 혐오의 감정이 극단화된 상태에서 싸움을 붙여놓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 안되지 않나. 이준석 대표가 제발 그런 두려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기 발언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가볍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