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시장 혼란’ 임대차3법 축소·폐지
    민주당 등 “명확한 근거 없이 마녀사냥”
        2022년 03월 30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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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임대차3법’ 폐지·축소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 또한 “악법은 고쳐야 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으론 ‘임대차3법’ 폐지가 시장 혼란을 가져오고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임대차3법’을 “악법 중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대폭 손질을 예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임대차3법 처리 과정에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물질만능주의가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는데 민주당이 날치기 강행 처리했다”며 “우려했던 대로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려있고 임차인들은 주택 파산에 몰려있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월세가 대폭 늘어나고 전셋값이 폭등해서 서민들은 실질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전세 살기도 어려운 상태에 내몰려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이것을 다시 정상화한다고 하면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주게 되니 단계적으로 연착륙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상당한 기간 고통이 지속되겠지만 어떻든 이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임대차 3법 이 불법, 악법은 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뜻한다. 이 가운데 인수위가 축소 또는 폐지를 예고한 제도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다.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상한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신고제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계약 체결 30일 이내 계약의 주요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전날인 29일 임대차 3법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급격히 도입해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낳아 국민의 거주 안전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차기 정부는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명확한 데이터 없이 임대차3법 폐지 주장”
    “지속되던 전세의 월세화 경향, 임대차법 도입된 2020년 멈춰”

    그러나 전문가단체에선 ‘임대차3법이 주거 안정성을 해친다’는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셋값 폭등’, ‘전세의 월세화’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 나와 “새 정부가 집권하기도 전에 임대차3법을 가지고 이렇게 문제 삼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저로선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임대차3법이 주거 안정에 부정적이라는 인수위의 주장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위는 명확한 데이터를 얘기하지 않고 시장의 혼란이라는 모호한 얘기를 한다”며 “(임대차3법이)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겼다고 하는데 객관적 데이터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전세와 월세에 관해 가장 정확한 데이터는 5년마다 이뤄지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다. 그 자료를 보면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수십 년 동안 이뤄지다가 2020년에 멈췄다”며 “전국 전세 비율이 15.5%로 5년 전과 동일하고 서울도 26%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의 월세화 경향은 데이터로서 증거가 없다”며 “인수위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전세 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모든 게 다 임대차3법이라고 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며 “(임대차3법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 때는 전·월세 값은 왜 그렇게 올랐나. 전세가격이 오른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자율이 낮고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이런 많은 요인들에 의해서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세가 상승은 주택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자금의 영향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대차3법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인수위 주장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 단체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세입자들이 임대료 인상 부담을 덜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대차법 개정으로 최소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기회를 얻게 됐고, 갱신 계약의 77% 이상이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민주 “임대차 3법 폐지?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 늘어…교각살우 우려”
    “신규계약 시 임대료 과다 인상 막는 보완책 필요”
    정의당 “임대차3법 폐지 계획 즉각 철회해야”

    더불어민주당도 계약갱신률 상승 통계를 근거로 대며 임대차3법을 보완·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임대차3법을 폐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대단히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며 “아마 임대차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에 계약갱신율이 70%에 이르고, 서울 100대 아파트는 78%까지 갱신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도 지난 2년 동안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3.5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세입자, 무주택자의 주거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대차3법’ 가운데 미흡한 지점에 대한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신규 계약할 때 임대료가 과도하게 인상이 되는 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한편에서는 임대차 시장에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또 한편에서는 전세대출제도와 결합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계약 시에도 임대료를 과다하게 인상시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전셋값 안정화 정책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웅 비대위원도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인수위의 임대차3법 축소·폐지 검토에 대해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법을 통해 보장하기로 한 4년의 거주기간을 다시 2년으로 축소시키겠다는 주장이고 이는 세입자의 거주권을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은 “세입자인 저에게 2년 전 새롭게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인한 변화는 소중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9년 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거주보장기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때에도 과도기적인 혼란은 있었으나 법 도입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임대차 보장기간이 2년이 되어 세입자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느냐”며 “반면 세입자의 거주권이 평균적으로 강화되었다는 근거는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비대위원은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막연한 우려에 기대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폐지 축소할 것이 아니라 임대차보호법 관련하여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막고 보완해야 한다”며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포함해서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정의당도 임대차3법 폐지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법 취지에 맞게 세입자 주거권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충분히 개선하면 될 문제”라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세입자 주거권 침해이자 30년 전 주거 불평등 사회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인수위는 임대차 3법 폐지와 함께 민간임대등록과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현 문재인 정부가 실시했던 민간임대사업자 특혜는 결국 다주택자들의 투기와 감세 부작용 등 문제로 사실상 폐지됐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미 실패한 정책임이 확인됐음에도 다시 추진하겠다는 그 저의가 궁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당선자는 44% 무주택 시민들의 주거권이 걱정되는 것인지, 다주택자들의 이익이 걱정되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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