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전서 패배, 개헌논의 소멸될 것"
        2007년 01월 10일 01: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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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년 연임제 개헌은 일리 있다. 그러나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은 반대한다’. 9-10일 주요 언론사들이 조사한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주요 조사에서 ‘4년 연임제’에 대한 찬성 여론은 40~60% 수준을 보였다.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게 갈리는 정도다. 반면 현 정부 임기 중 개헌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60~7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개헌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보복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해명이 무색하게 국민들은 개헌카드에서 정략을 봤다. ‘정치 9단’ 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보복인 셈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은, 제안의 주체, 방식, 내용, 시점 등 모든 면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다.

    먼저 개헌을 제안한 주체의 문제다.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이 개헌 논의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신뢰하지 않고,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이 국민 정서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본부장은 "참여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개헌 논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개헌카드가 정략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여론의 비율이 높다"고 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김윤재 변호사는 "국민들은 메시지만 가지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메시지가 나온 환경과 맥락을 보고 판단한다"며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은 그런 탓이 크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87년 개헌을 제외하고 역대 개헌은 정권 연장의 일환으로 시도됐고, 때문에 개헌에 대한 ‘아픈 기억’이 국민들 사이에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정권의 신뢰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현 정권은 신뢰성, 중립성, 객관성 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체도 과정도 내용도 문제 많아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방식도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다. 김민전 교수는 "개헌을 추진할 뜻이 있었다면 사회 각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 테이블을 만들자는 제안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거기서 모아지는 내용을 정치권이 받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헌을 제안하는 과정이 설득가능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시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김민전 교수는 "염동연 의원의 탈당 문제가 거론되고 노 대통령의 ‘평화의 바다’ 제안 얘기가 나오는 등 여권이 와해 분위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개헌카드가 나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의 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헌 논의의 범위를 대통령 임기 문제로 국한시킴으로써 외려 개헌의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홍형식 소장은 "지난해쯤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반영하는 통일헌법 문제를 들고 나왔다면 명분도 있고, 대선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은 굳이 현 정부 임기 중에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개헌이 ‘진보개혁세력’을 결집시키는 명분이 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여권이 갖고 있던 마지막 카드가 개헌이었는데 그냥 불쏘시게로 없애버렸다"고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략의 냄새 지우지 못하면 여론 돌리기 힘들 것" 

    개헌에 대한 냉랭한 여론은 노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최대의 장애물이다. 지리멸렬한 여당과 개헌 논의 자체를 철벽같이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수단은 여론의 압박 말고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여론을 등에 업으려면 ‘정략’의 냄새를 지우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캠페인도 여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국민들은 아직 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정략은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 말고 다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어 보였다. 민 의원은 "1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말을 듣고 나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략’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않으면 개헌론은 급속히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지연 본부장은 "개헌론이 힘을 받으려면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믿어줘야 한다"며 "정략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여론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윤재 변호사도 "한나라당이 정략의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서 개헌 시기의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경우 여론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개헌 논의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형식 소장은 "개헌이 이뤄지려면 개헌 발의 전까지 개헌 찬성 여론이 70%까지는 올라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이미 여론전은 끝났다. 개헌논의는 소멸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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