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개헌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2007년 01월 11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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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 거부를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요구가 더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노 대통령의 토론 주장에 “이미 입장을 밝혔고 새롭게 이야기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 직후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에 대해 철처히 ‘무시’로 일관한다는 한나라당 전략에 충실한 대응이다.

    하지만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비판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나 대변인은 “개헌 제안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위기에 몰리자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섰다”고 포문을 열었다.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화도 안 하고 토론도 안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은 개헌 논의를 원치 않는데 국민 뜻을 거스르면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헌 논의에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반민주적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지지율이 높아 오만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나 대변인은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데 4년 연임제만이 절대 선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이야 말로 (대통령의) 오만과 아집”이라고 맞섰다.

    나 대변인은 또한 “대선 필패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편가르기, 판흔들기,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개헌 제안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고 노 대통령의 “정략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개헌을 전제로 여당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나 대변인은 “이것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라며 “개헌은 흥정의 대상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 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임기나 선거구제 개편 등과 개헌 문제를 연관짓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대통령 말씀이니까 믿어야지”라면서도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순 없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겨냥 “차기 지도자들도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기회가 되면 나와 토론하고 자기 논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새롭게 할 이야기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노 대통령의 토론 주장에 대해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일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개헌은 국민들 공감대 바탕 위에서 해야 한다”며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적 심판을 받아서 추진해야 한다”고 기존의 차기 정권 개헌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의 개헌을 전제로 한 탈당 주장에 “그것은 주고 받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며 “탈당은 대통령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측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중대한 시기에 또다시 개헌 논의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새롭게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데 모든 정열을 다 바칠 것”을 주문했다. 손 전 지사는 특히 노 대통령의 토론 제안에 “결론을 다 내놓고 만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자리를 위해, 경제 회생을 위해 궁리하자면 얼마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 측도 “개헌과 관련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의 토론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이지 대통령과 대선주자가 토론할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캠프의 관계자들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대선주자를 거론한 것과 관련 “정략적”이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토론을 주장했지만 “토론 제안은 오지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대선주자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걸고 넘어진’ 의도에 대해 “아젠다 셋팅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보다는 대선주자들의 견해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고, 국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선주자들에게 “국가 중대사에 대한 차기 지도자의 입장”이라는 점으로 반응을 강요할 수 있고 더불어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도 “대통령이 설득의 대상 중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대선주자들을) 본 것이 아니겠냐”며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또다른 대선주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개헌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혼선이나 정략적 입장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대해 아직 이견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믿고 싶다”고 말해 사실상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간의 온도차를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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