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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권당 오만함 때문에
    야당의 오만 선택한 대선
    [기고] 20대 대선 분석과 평가, 전망
        2022년 03월 28일 01: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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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조운동의 활동가 조직 ‘평등의길'(노동자가 여는 평등의 길)에서 지난 대선에 대한 자체 평가 글을 기고로 보내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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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권

    대선이 끝났다. 결론이 나왔다는 의미에서 끝이 아니라, 최악의 결과라는 점에서 ‘끝장’이 났다. 나라는 50대 50으로 정확히 반 토막이 났다. 윤석열은 이기긴 했으나 절반이 동의하지 않은 정권이라는 부담을 내내 안고 가야 한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과 안철수당과의 통합이라는 부담은 덤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졌으나 결과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고 민주당은 성찰보다 정권을 도둑질당했다는 적개심에 사로잡힐 것이다. 정의당은 참담한 성적을 올렸다.

    전례가 없는 초박빙 승부도 2016년 총선-2017년 대선을 통해 등장한 한국사회 신주류층이 그간 문재인-민주당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까지 봐야 확실하겠으나, 베이비붐 세대를 대체한 40대~50대 초반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보여준 민주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여전히 유효하나 약해졌다.

    그리고 이건 100% 민주당 탓이다. 윤석열을 택한 유권자나 정의당이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누가 뭐라 해도 윤석열은 문재인과 민주당이 만든 대통령이다. “탄핵된 수구세력을 단기간에 부활시킨 것도, 이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을 유력한 야당 후보로 만든 것도 모두 민주당 정권이 자초한 일”이라는 심상정의 지적은 타당하다. 윤석열의 정치 데뷔를 이끌었다는 점만 아니라 문재인-민주당 정권의 실정이 결국 윤석열의 표로 쌓였다는 점에서도 윤석열은 문재인이 만든 대통령이다.

    하나 덧붙일 것은 이재명-윤석열의 박빙 선거가 민주-반민주 대립 구도의 부활이나 반영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는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 구도가 붕괴한 이후 치르는 첫 대선이다. 87년 이후 치른 한국 선거는 결국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 구도로 수렴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한국사회 주류의 교체 이후 더는 민주와 반민주로 한국 정치의 구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권과 집권 민주당의 연이은 실패로 고사 직전의 국민의힘이 부활하기는 했으나 그것이 전통적인 민주-반민주 구도로의 복원은 아니다.

    30대 초반까지의 세대는 민주화의 과정을 그 위의 세대와 가치로서 공유하지 못한다. 이들은 이미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출생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와 이재용을 감옥에서 구출하고 윤석열이 후보가 되면서 국민의힘은 박근혜에 대한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이번 대선부터 대중은 민주화 세력에 대한 부채의식과 박정희·전두환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민자당계 정당인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있다. 함돈균의 말을 빌리면 “2017년 대선이 박정희 신화의 종결이었다면, 2022년 대선은 586 운동권 신화의 종결이다.(한겨레 3월 17일자)” 이것 또한 박빙의 선거를 만든 요인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새 정권의 힘 있는 출발을 위해 지방선거 대승이 절실하고, 민주당은 복수를 위해 지방선거 압승이 절실하다. 양측 지지자는 다시 결집하며 충돌할 전망이다. 아마도 그 틈 사이에 진보정당과 진보후보가 설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왜 윤석열이 이겼는가의 답은 위 그림 안에 있다. 윤석열 승리의 일등공신은 민주당과 청와대다

    윤석열 정권의 미래를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준비된 대통령’이라 스스로 말한 문재인도 결국 표류하다 끝났는데, 누가 봐도 준비가 부족한, 아니 준비한 게 없는 윤석열 정권이 임기 내내 순항할 리가 없다. 크게 4가지 우려가 있다.

    ① 윤석열은 취임하기도 전에 장기 팬데믹이 부른 지구적 인플레이션과 러시아발 경제위기를 마주했다. 문재인은 코로나 경기부흥을 위한 재정투입으로 성장률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챙겼으나 윤석열은 체력이 드러난 상태로 저성장 국면의 한국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윤석열은 임기 초반의 경제 지표를 긍정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결국 재벌·대기업에 자원과 기회를 몰아주고 ‘성장의 낙수효과’라는 낡은 신자유주의 수사를 부활해 정당화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권 후반 경제 기조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새롭게 정책수단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② 신자유주의의 오랜 공식대로 재벌·대기업에 자원과 기회를 몰아주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자원을 회수해야 한다. 저성장 국면에서 민간영역을 통해 새로운 사업과 자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 공공성은 후퇴하거나 파괴될 것이다.

    ③ 기업에 힘을 싣고 성장률로 보답받는다는 정책의 종착점은 ‘노동유연화’다. 이미 운석열은 후보 시절 누누이 노동유연화를 강조했다. 임기 내내 해고요건 완화, 노동시간단축 중단, 임금에 대한 공격, 노동조합활동 규제가 뒤따를 것이다. 특히 공정성 회복으로 포장한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이 대중의 지지 속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④ 남북관계의 경색도 걱정이다. 윤석열 정권은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를 먼저 제안하거나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북 적대를 안보의 강화로 선전하며 북한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에 올라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동맹 강화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세력 재편과 대중국 포위에 무비판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다.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가 사이에서 고조되는 긴장이 한반도를 비켜 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불 속으로 뛰어드는 정책 전환은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좌충우돌과 폭주를 막고 시민의 생존과 이해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등의길이 지난 1월 발표한 정세 분석에서 언급했듯 “노동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각성”이 절실하다. 사회운동이 침체 속에서 걸어 나와 대중을 향해 “싸워야 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대중에게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 4~5월 지방선거 과정부터 불어올 ‘민주대연합론’을 경계해야 한다. 윤석열은 나쁘니까 윤석열이 싫은 사람은 다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당이 자신의 정권 실패를 덮는 위장막이고 결국 민주당을 강화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사회운동이 대중에게 제시할 명분은 ‘윤석열이 싫어요’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꾸고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결여한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있다.

    2. 심상정 80만표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은 참패했다. 80만3358표, 2.37%라는 숫자 자체도 초라하고, 지난 2017년 심상정 후보의 201만7458표(6.17%)의 딱 40% 수준이라는 점도 초라하고, 직전 선거인 2020년 총선비례 득표 269만7956표의 딱 30%라는 점도 초라하다. 2017년은 5위임에도 2백만표를 넘겼으나, 2022년은 3위를 하고도 80만표에 머물렀다. 3자 구도에서도 다자구도만큼의 존재감이 없었다는 의미다. 아마도 당원의 기대치는 5% 수준, 심리적 저지선은 3% 혹은 1백만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저지선은 무너졌다.

    초박빙 상황에서 심상정에게 올 표가 1, 2번 후보에게 옮겨갔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어차피 확인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단일화 이후 심상정에게 거의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1, 2번을 피하고자 했던 유권자에게 심상정이 안철수보다 못한 선택지였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더 큰 문제는 정의당의 성장세가 한번 꺾였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2014년 광역비례 득표 이후 지난 2020년 총선까지 5차례 전국단위 선거를 치렀다. 정의당은 5번의 선거 동안 매번 득표나 득표율을 꾸준히 늘렸다. 그러나 이번 심상정 후보 득표는 첫 선거인 2014년 광역비례 전국 득표인 823,785표보다도 적다. 10년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표현은 과도하나 정의당 성장세에 제동을 건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여러모로 이번 대선은 2007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선거 결과를 닮았다. 권영길 후보는 ▲반복된 출마로 인한 대중의 식상함에도 왜 다시 권영길인지 설명하지 못했고, ▲잘못된 선거운동(“코리아연방공화국”)으로 인해 저조한 득표를 기록했고, ▲열린우리당과의 개혁공조로 여당의 실패에 함께 침몰하며(2중대론) 참패했고,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 2004년 총선을 거쳐 만든 민주노동당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선거결과는 민주노동당 내부 패권문제를 드러내며 분당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같은데 이번에 정의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간다면 당의 미래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지게 된다.

    심상정 후보가 낮은 득표에 머문 이유는 ① 1, 2위 후보의 접전 ② 정의당의 문제 ③ 심상정 선거 캠페인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박빙 선거로 심상정에게 올 표가 양대 후보로 빠져나간 것은 맞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결론 내면 안 된다. 기성정치와 심상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가 생기는 것은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이지만 이들이 떠나가지 않고 정의당 지지로 남게 만드는 것은 당과 후보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유실을 최소화하지 못하고 대량 실점한 것은 결국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의 탓이다.

    정의당은 2017년 대선 이후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만들지 못하고 고유한 색깔조차 잃었다. 외국처럼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만들어 권력을 분점한 것도 아니면서 마치 여당이라도 된 듯 개혁연합을 외치고, 연합정치를 선언했다. 정작 민주당은 정의당을 개혁의 파트너로 조차 생각하지 않았고 또 사실 필요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면 촛불대중에게 버림받는다는 정의당만의 착각이 결과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조국 사태로 드러난 대중의 실망 속에 정의당도 함께 추락하게 만들었다. “정의당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깨고 나갈 용기 없이 오히려 그 구도 안에서 이익을 얻으려다 탈출할 기회를 놓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박성민의 지적이 틀린 것이 없다.(경향신문 2월 7일자)

    결국,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정의당의 뒤통수를 치고 2020년 총선에서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에 대한 내부의 불만과 반성이 터져 나왔다. 그 결과가 김종철 당대표 당선이었다. 그러나 이른 퇴진으로 당 노선의 수정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어진 혁신비대위는 정의당의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사실만 드러낸 채 여영국 대표 체제로 넘어갔다. 그러나 지도력의 부재 속에 당은 혁신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주어진 짧은 시간을 허비한 채 대선을 맞았다.

    이 모두가 쌓이고 쌓여 정의당이 한국 정치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모호함의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당의 모호한 정체성은 대선후보의 정체성 부재로까지 이어졌다. 대선후보로서 심상정의 자질이야 문제가 없으나, 정의당은 심상정을 선출해 놓고 ‘왜 다시 심상정인지’ 대중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2007년 권영길 후보가 유권자에게 ‘민주노동당은 원래 권영길’이라는 식상함으로 다가왔듯, 2022년의 심상정도 ‘정의당은 심상정 말고는 인물 없음’으로 이해됐다.

    당의 정체성은 짧은 시간에 만들거나 바꾸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공백을 정책과 선거운동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의 선거운동은 방향도, 감동도 없었다.

    정의당은 10월 12일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은 같은 달 10일, 국민의힘은 11월 5일 확정했다. 대선은 후보선출 이후부터가 사실상 선거운동기간이다. 정의당은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앞당겨 보수양당의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미리 민주당 실정과 국민의힘 무능을 비판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어야 했다. 참고로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9월 3일 선출돼 이미 노동 현장을 훑고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면서 지역과 현장으로 들어가 작더라도 아래로부터 바람을 만들고, 정의당과 심상정이 대변하는 가치와 대중이 누구고 무엇인지를 정확히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심상정 후보는 조직노동과 거리를 두는 활동과 함께 마치 당선권의 후보가 보이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벌였다. 3등 후보는 현안에 대한 백화점식 대응이 아니라 자기만의 정책을 선점하고 이를 끈기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

    뒤돌아보면 이 기간 정의당과 심상정으로부터 어떤 메시지가 나왔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마치 안철수가 해마다 간판이 바뀌듯이 기득권 타파, 불평등 해소, 그린뉴딜 등 좋은 말이 정신없이 나왔다 들어갔다. 방향없는 대선 캠페인은 공식선거전이 다가와도 변함이 없었고 정체된 지지율은 후보의 잠적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잠적의 황당함은 제쳐두고 잠적 후의 복귀가 선거운동 방향을 쇄신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최태원과 회동이나, 진득하게 밀고 나가지도 못하면서 논란만 부른 진보의 금기를 깬다는 선언은 선거운동이 우경화한다는 강한 의심만 일으켰다.

    TV합동토론 이후 정의당과 심상정의 색깔이 점차 드러나고, 뒤늦게 노동자를 만나고, 산업도시를 찾아 분위기를 만들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3달 전에 시작했어야 할 일을 1주일 남기고 시작한 셈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다양한 대중운동 영역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친정’이라 표현한 조직노동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다. 민주노총의 후보토론에 불참한 것은 무슨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심상정 후보는 본인을 여성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하려 했으나 선거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심상정에 대한 선호가 존재한 것은 맞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내내 민주당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왜곡하고 힘들게 하는지 비판하고 대응하지 못한 업보 때문에 윤석열이라는 거악 앞에서 여성 지지가 민주당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잡지 못했다. 20~30대 여성 지지율만 보고 이들에게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심상정 후보 측근 선거 참모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시대정신은 고사하고 정세조차 읽지 못하는 선거운동의 난맥상은 ‘주4일제’ 슬로건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 능력주의에 여전히 갇힌 청년, 경력단절이 현실인 여성, 산업전환·중대재해·플랫폼노동 때문에 우울한 노동자에게 주4일 노동은 허경영의 1억원 공약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 좋게 말하면 비현실적이고 솔직히는 초현실적이다. 대중의 절박함을 무기로 1번과 2번의 틈새를 예리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3번 후보의 선거구호는 아니었다. 선거운동 막바지 심상정 선거운동은 2017년과 같은 ‘당당함’은 사라진 채, 다급함 속에 나온 ‘정의당을 버리지는 말아달라’는 읍소에 가까웠다. 이런 모습은 1번, 2번 후보와 심상정을 놓고 고민하는 유권자를 붙잡는 힘이 아니라 떠나보내는 이유가 됐다. 이재명이 진 이유가 심상정 때문이 아니듯, 심상정의 득표가 저조한 것은 유권자의 탓이 아니다.

    대선 이후에도 정의당은 한국 진보정치 대표체의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지금의 정의당으로는 앞으로 보수정치의 파열구를 내는 과감한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의당은 이제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에서 당을 지휘할 대표 정치인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당내 노선투쟁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의당의 미래만이 아니라 한국 진보정당운동의 발전을 위해, 기후위기 극복을 걸고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운동정당으로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3.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교훈

    민주노총의 지지 후보 단일화 시도는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극복해야 한다. 1) 사회적으로 진보후보의 표가 양분되는 상황도 아니고 2) 조합원 사이에서 지지가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3) 민주노총이 대단한 표의 응집력이나 동원력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후보단일화는 실효성도 없고, 진보정치의 성장발전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선거결과가 보여주듯 조합원은 민주당과 이재명으로 그리고 적지 않은 수가 윤석열에게로 빠져나갔다. 이 현상은 민주노총지지 후보가 여럿이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조합원의 정치의식이 그렇게 굳었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는 조합원의 정치의식을 올리거나 진보정치로 시각을 돌리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문제는 정치를 사업이 아니라 투쟁의 연장으로, 선거 시기의 과제가 아니라 일상의 과제로 만들려는 노동운동의 노력이 없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건, 지역이건, 산별이건 5년 내내 조합원의 정치의식과 계급의식을 끌어올릴 어떤 사업도 진행하지 않다가 선거가 닥쳐서 ‘모든 것은 진보정당의 분열 탓’이고 ‘민주노총의 명령’이니 후보 단일화하라는 행태를 앞으로도 반복한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조합원은 늘어만 가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치투쟁은 갈수록 쪼그라들 것이다.

    분화된 진보정치의 지형을 무시하고 ‘묻지마 단결’을 반복하는 노동운동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없다. 동시에 보여주기식 정치사업을 극복하고 정치를 조합원의 삶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진짜’ 정치사업을 실현해야 한다.

    정의당의 참패가 진보정치 자체의 패배로 이해된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해 진보정당 운동 안에서 정의당의 지배 우위가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정의당은 참패했지만 다른 진보 후보는 패배조차도 하지 못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거둔 성적은 심각하다. 37,366표는 진보당의 당원(21년 10월 기준 80,948명)은 고사하고 진성당원(21년 6월 기준 33,189명)에 머문 수치다. 저 득표가 온전히 진성당원의 표라면 진보당은 철저하게 유권자 대중에게 외면받은 정당이고, 당원이 아닌 지지자의 표와 섞여 있다면 열성당원조차 안 찍은 후보가 되어 더 심각해진다. 어느 쪽으로 보건 진보당은 앞으로의 선거에서 더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당 이백윤 후보는 진보신당 시절까지 포함해 노동당 역사상 최초의 대선 출마다. 노동당의 득표는 ‘사회주의자’가 출마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수치로는 의미 없는 결과(9,176표)다. 그러나 노동당은 애초 출마와 완주 자체가 목적이었기에 낮은 득표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세보다는 많은 표가 나왔고, 이백윤이라는 차세대 지도력을 발굴했기에 성과가 더 크다. 선거 직전에 이룬 옛 노동당과 변혁당의 통합이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다. (원내정당이면서 원외정당의 득표만도 못한 성적을 올린 기본소득당은 다음 선거에서는 사라질 위성정당일 뿐이다.)

    지금까지 분석을 통해 노동운동이 얻어야 하는 교훈과 과제를 정리해보자.

    ① 사업장과 현장 단위에서 일상적인 조합원 정치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보수정치의 본질, 노동자 정치세력화, 세상을 바꾸는 진보정치, 노동조합의 정치투쟁, 지역에서 시작하는 정치, 현장에서 실천하는 정치개혁을 모든 현장, 모든 조합원에게 교육해야 한다. 단위 노조와 산별, 지역본부도 노력해야 하나 민주노총 차원에서 강사단을 꾸리고 전 사업장 교육을 북돋을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의식의 변화를 끌어내야 정치 행동이 필요한 시기에 조합원의 힘이 계급의 힘으로 모일 수 있다.

    ② 의식의 성장을 실천으로 조직하자. 민주노총지지 진보정당을 대상으로 조합원 입당 운동을 전개하여 많은 조합원이, 최소한 민주노조 운동의 간부와 활동가는 당적을 가지고 당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노동조합 운동을 정치투쟁과 결합해야 비로소 사업장 이기주의도 극복할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서울본부와 진보정당이 만든 ‘너머서울’ 실험처럼 민주노총과 4개 진보정당이 상설 정책 연대기구를 만들어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선거 때만 만나는 것을 극복하고 일상 투쟁이 진보정당과 만나게 해야 한다.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후보단일화를 놓고 갈등하거나 반목만 키우는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고, “민주노총·진보정당 2022 대선 공동대응 기구”가 만든 공동정책을 지역정치에 접목하고 이를 실현하는 제대로 된 공동대응부터 시작하자.

    ③ 민주노총은 선거가 닥치면 지지 후보만 결정하고 마는 무기력한 정치사업을 반성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백만 조합원이 참여하고 실천하는 투쟁이 되도록 전 조직 차원의 토론 일정과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집회에서 구호로만 외치는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조합원의 마음이 움직이고 가슴이 뛰는 정치세력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금까지 정치운동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과제와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사회연대와 정치 개입은 어떻게 가능한지 연구하고 규명해 조합원에게 정치세력화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노총 차원의 토론이 조직되어야 한다.

    ④ 정의당을 바꿔야 한다. 정의당은 한국 제도 정치의 영역 안에서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실상 유일한 진보정당이다. 또, 이번 대선에서 진보후보 단일화 무산은 의도치 않게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 결집이나, 민주노총당은 불가능함을 입증했다. 따라서 정의당의 비교 우위는 정의당 내부에서 균열이 나오지 않는 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정의당의 우경화나 후퇴가 노동계급에 손해면 손해지 도움이 될 리 없다. 정의당이 대중운동과 결합하고 급진적인 정책대안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정당이 되도록 당 안팎에서 노력해야 한다.

    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현도, 진보정치의 성장발전도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를 바꿔야 실현 할 수 있다. 현장 조합원이 정치개혁 투쟁에 나서야 한다. 정치개혁은 국회에서 거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선거법·정당법·자금법 개정이 국회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정치제도의 혁명적 변화는 거리에서 유권자가 대중투쟁으로 만들어야, 그 과실이 온전하게 노동자·시민에게 돌아온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선의에 호소하고 기대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제도개혁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보수 양당이 합의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소수 정치세력에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여전히 정의당에 남아있다. 어느 나라건 정치제도는 정치세력의 힘의 관계를 반영한다. 대중운동의 힘 없이 정의당 입장이 제도개혁에 반영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 논란과 위성정당 사태에서 정의당이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면 당의 미래는 더 어두울 것이다.

    필자소개
    민주노조 활동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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