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상대 정치 본격화…효과는 미지수
        2007년 01월 11일 05: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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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탈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개헌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임기단축 카드를 꺼내거나, 개헌안이 부결되더라도 대통령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 일각의 임기단축설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했다.

    "탈당 고려할 수 있다" "임기단축 안해"

    노 대통령은 탈당 문제와 관련,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열어 놓겠다"고 했다. 야당이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경우 필요하다면 당적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단축 가능성에 대해선 "임기단축은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나라당 일부라도 개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기단축하겠다고 하면 찬성하려고 하다가도 안하겠지요"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이 부결되더라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에 신임을 걸었을 때 개헌안 부결은 불신임이 된다"며 "저는 개헌안에 신임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개헌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 제안은 역사적 책무"라며 "대통령의 책무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임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은 국정 착실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개헌 제안에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정략은 무슨 정략이냐"

    노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은 상당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번 헌법개정은 저에게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기 임기 연장하려고 헌법개정하자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며 "헌법이 개정되더라도 제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개헌 제안에는 어떠한 정략적 의도도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지 않으면서 개헌을 하려면 올해가 적기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이 1년 만에 바뀐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엔) 개헌문제에 대해 실제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서 대답할 수 없었다"며 "이제 (국정현안 가운데) 마무리할 것을 챙겨보니까 개헌 문제를 그냥 못본척 넘어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며 "노무현의 정략이다(고 한다). 무슨 정략이냐. 입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90년 3당합당 반대, 14대, 15대 총선 부산 출마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것도) 정략이냐. 양심이 지시하는대로 제가 서야 할 자리에 섰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총선 직전) 탄핵도 한나라당이 낭패를 봤지만 내가 꾸민 공작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 함정에 빠져든 것 아니냐"면서 "그래놓고 제가 공작의 대가인 것처럼 말한다. 저는 결코 정략으로 정치 안 한다"고 했다.

    "개헌 반대가 정략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부 언론을 겨냥해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정략적 제안이라 개헌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들이 지난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라며 "(그랬던 사람들이) ‘우리 여론 지지도가 앞서가는데 왜 복잡한 것을 꺼내느냐'(는 생각으로)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이기적이지 않느냐. 그쪽이 정략"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정당이 대화도 안하겠다, 토론도 안하겠다는 건 민주주의를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국가적 의제에 대해 말 안하고 깔아뭉개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개헌 관련) 토론 거부안을 내고 함구령을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어느 정당이 이런 정당이 있느냐. 민주정당 맞느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을 겨냥해서도 "차기 지도자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기회가 되면 나와서 토론하고 자기 논리를 밝혀야지 당장 발등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장차 5년의 국정을 잘하겠다는 얘기는 모순 아니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다 2004년, 2005년에 사설과 기자칼럼에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썼다. 어떤 칼럼은 2006년말이나 2007년 초가 (개헌의) 적기라고 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 노 대통령이 하니까 반대해서 기를 죽이자 이거 아니냐. (개헌안이) 부결된다고 해서 대통령 기 죽을 일 없고 헌법상 권한도 소멸되지 않는다"고 했다.

    "개헌 반대 세력이 명분 잃을 것"

    노 대통령은 언론에 "(개헌이) 안 된다는 전제로 말씀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은 한나라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 ‘잘 가고 있는데 골치 아픈 의제가 나와서 혹시 사고 날라’ 이런 수준이니 (한나라당과) 대화가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며 "국민적 지지를 통해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향후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선거구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에 대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거구제에 관한 것은 일정 지역에 있어서의 지역적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정당의 결정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설득할 수도 없고 설득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메신저’에 대한 불신을 쉽게 극복할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정치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에 시동을 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략’은 없다고 "구구하고 간곡하게" 해명했다. 자신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90년 3당합당 반대와 14, 15대 총선 부산 출마를 이번 개헌 제안과 연관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향해선 설득보다는 압박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 대통령의 입에선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을 겨냥한 날선 비판이 작심한 듯 쏟아졌다. 또 일부 보수 언론과도 각을 세우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을 개헌 논의 반대 세력으로 규정짓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포지티브 캠페인과 함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개헌 논의 반대를 ‘역정략’으로 몰아붙이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병행함으로써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시도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개헌에 대한 ‘메시지’를 왜곡없이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앞으로 전개될 청와대의 캠페인도 이 같은 방향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헌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은 ‘메시지’가 아니라 주로 ‘메신저’에 대한 반감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여론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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