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방역지침 완화로
    의료·돌봄현장은 대혼란
    “확진 의료진 근무 강행…임금 못 받는 일도 다반사, 인력부족 심각”
        2022년 03월 24일 07: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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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이 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력 부족이 심해진 탓이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방역완화 지침을 중단하고 방역지침 준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병덕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장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간병사 등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사진=의료연대본부

    간호사로 일하는 김민정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병원들이 정부의 BCP(업무연속성계획) 지침을 악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의료진 감염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겠다며 BCP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의료진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무증상이나 경증일 경우 백신접종 완료자 중 동의를 받은 사람에 한해 최소 3일 격리 후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조직부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료기관에서는 사전에 BCP를 수립하고 적용 대상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사전 설명 없는 문자 통보뿐이었다”며 “심지어 지침 시행 전 확진돼 격리 중인 의료진들도 격리기간이 단축됐으니 그에 맞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동의’가 아닌 ‘통보’ 방식으로 BCP 지침 적용됐다는 것이다.

    격리 기간이 3일로 단축되면서 의료진은 증상이 남아있음에도 업무를 강행해야 했다. 김 조직부장은 “아직 증상이 심한데도 격리기간이 지났으니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그 이상 쉬려면 개인연차를 사용하라고 했다”며 “실제로 증상이 남아있었지만 격리기간이 단축되어 출근했던 간호사가 근무도중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침조차 지키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 김 조직부장에 따르면, 한 병원은 무증상일 경우 격리하지 말고 바로 출근하라고 지시하거나,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와도 추가 검사를 받지 못하게 했다. 보건당국과 병원은 감염력이 낮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외부활동을 금지하고 식사 공간을 나누도록 했다.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치인 셈이다.

    또 현장 의료진들은 16시간 연속 근무, 쉬는 날 없이 6-7일을 연속해서 일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인력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 조직부장은 “현장 간호사들은 감염 발생 초기인 2020년부터 계속해서 감염병동 간호인력 기준을 마련해 그에 맞게 인력을 확충하라고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의료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대처방안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간호사를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작 간호인력을 확충했다면 지금처럼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위험한 이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진들의 희생이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간병노동자들 사이에선 돌보던 환자가 확진되면 간병비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문명순 서울희망간병분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병노동자는 돌보던 환자가 확진되자, 환자의 보호자가 간병비를 주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받을 수 없었다”며 “또 다른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는 보호자에게 사정사정을 했지만 원래 받아야 하는 간병비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대구 지역의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병노동자는 환자 감염에 대한 치료비 요구까지 받았다. 문 분회장은 “환자 감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폭언을 듣는 것은 일상”이라며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간병을 했지만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협박까지 받는 억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소한의 인권보장도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문 분회장은 “간병하던 환자가 확진이 되어 환자와 간병노동자가 함께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자들에겐 식사가 지급되지만 간병노동자에게는 식사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간병노동자는 개인이 비축한 음식을 먹거나 밖에서 누군가가 식사를 넣어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력부족은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환자가 확진이 되어도 격리조차 하지 않고 다인실을 사용하게 하거나, 확진된 간병노동자와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는 “간병노동자에 대한 병원의 관리와 통제는 다른 병원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심하고 차별적”이라며 “서울대병원은 확진된 간병노동자의 짐을 모두 강제로 수거해가 아무 이유 없이 돌려주지 않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병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방역지침을 완화한 것이 보건의료·돌봄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방역완화 지침 결과는 바로 처참한 의료현장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발표와는 다르게 전담병원 의료현장 병상을 직접 살펴보면 중환자 병상도 현재 90~100% 차 있다. 요양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들은 코로나 확진으로 위중증이 돼도 빈 병상이 없어서 갈수가 없다. 치료도 못 받고 요양병원에서 계시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코로나19 대응방안과 관련해 ▲방역완화지침 중단 및 방역지침 준수 지원 강화 ▲민간병상을 확보 ▲격리조치 미준수(확진자/비확진자 공간 미분리), 방호물품 미제공, 성희롱 등에 대해 노동자 보호책 마련 ▲의료진 격리기간 단축관련 세부지침 마련 ▲인력부족 대책 마련 ▲확진 어르신 전원조치 마련 ▲요양시설 노동자 인력대책 및 보호대책 마련 ▲간병노동자 안전대책 마련 ▲간병노동자 차별 및 인권 침해행위 중단 ▲장애인활동지원사 생계대책 마련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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