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물어가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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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10일 09: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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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1월 9일자에 실린 프라납 바르드한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의 ‘자본주의 연대기: 모두에게 맞는 옷은 없다’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실제 이 모델이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고장이 수리된’ 북구유럽과 일본 모델 그리고 아시아 모델이 각각의 장점을 가지면서 미국식 모델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음을 얘기하면서, 시위나 저항을 넘어서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지속가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10년 전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은 승전고를 울리던 참이었다. 소련이 막 무너졌고, 승승장구하던 1980년대의 일본 모델과 서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고실업 저성장에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른바 동아시아의 기적도 금융위기에 휩싸인 터였다.

    경제 모델을 찾던 많은 개발도상국과 (공산주의로부터의) 이행국에게는 하나의 처방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 처방전에는 ‘자유화와 민영화’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사법, 금융, 기업지배에서 영미식 제도를 베낀 것이었다.

    오늘날 영미식 모델의 확실성은 훨씬 덜 하다. 미국의 기술과 주택 붐은 가라 앉았다. 아시아에서 돈을 빌려 값비싼 미국식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류층의 침체 상황에서 상류층으로의 극단적인 부의 집중은 대부분의 노동계층으로 하여금 생산성 증대가 덧없다고 느끼게 했다.

    미국과 영국의 실업은 유럽 대부분의 나라보다 낮지만 건강보험과 사회보장에는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반면, 필요한 수리를 거친 사회민주주의 모델과 일본 모델은 생기를 되찾았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는 원래의 제도적 특징들을 유지한 가운데 다시 살아난 것이다. 두 경제는 사회보장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규제(more coordinated)를 계속 강조해왔던 것이다.

       
      ▲ 프라납 바르드한 교수  
     

    나라마다 정치적 맥락이 다르고 경제제도의 여러 이해당사자(소유자, 경영자, 노동자) 간의 교섭력에서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아시아 모델은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아시아 모델은 토지개혁과 의무교육에 의한 상대적 평등을 우선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산업화 과정의 갈등과 재조정 과정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다.

    덧붙여 사기업에 대한 국가의 조정은 시장의 과정을 질식시키기보다는 강화시켰다. 광범위한 정부 통제 하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자본주의 성장은 동아시아 모델의 매력을 확인시켜주었다. 높은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인도 역시 한 가지 방식만의 경제적 독단을 따르지 않았다. 이런 현실은 민영화, 규제철폐, 재정적자 운용에서 두드러졌다.

    헤리티지재단이 2006년 낸 ‘경제자유 지수’에서 중국과 인도는 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보다 훨씬 뒤졌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미영식 모델을 충실히 좇아 경제를 자유화하고 민영화한 남미와 아프리카 나라들의 결과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실망스럽다.

    부유한 나라건 가난한 나라건 자본주의는 불평등의 심화와 환경악화라는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세계화는 모든 곳에 고용불안의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이는 시장경제에서 드러난 문제를 완화할 사회안전망의 가치를 다시 생각케 한다.

    우리는 경제적 효율성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평등을 증진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시설과 직업훈련, 그리고 보건서비스의 확충이 들어간다. 많은 나라에서 빈곤층이 봉착한 신용 시장에서의 어려움은 생산적 투자, 혁신,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회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

    시위나 저항만으론 충분치 않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건설할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효율성만을 단조롭게 추구하는 것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제도적 다양성이나 특정 사회의 복잡성을 무시한 일반론적인 정책 처방은 실패를 향한 보증수표다.

    세계화 과정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실질적인 저항에 불을 당기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옹호자들이라면 특정 형태의 자본주의만을 강요하는 열심 당원들로부터 자본주의를 지켜야 한다.

    번역=김영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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