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정규직 1천만원 비정규직 0원
    2007년 01월 10일 12: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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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린 하이닉스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1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을 전망이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차별이 자본의 기본 정책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노동자 내부의 단절에 대한 자본의 확신, 투쟁이 거세된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모욕 그리고 자신감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의 방침이다. 노동자 관리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당근’을 필요로 하는 게 자본인데 그것까지 무시해버리는 ‘성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투쟁에 대한 이 회사의 대응에서도 여실이 나타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사장 우의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 경영실적을 달성해 1만5천여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0일 1차로 130%를 지급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440%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10년차 정규직 노동자의 통상임금이 170만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1천만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공장에서 일하는 1천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단 한푼도 지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에게는 성과급 지급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닉스 청주공장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정규직원 말고 다른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노사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150%의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한 것에 비하면 하이닉스의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가 극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성과급 발표하던 날 비정규직 공장 앞에서 절규

하이닉스의 1천만원 성과급 지급이 알려진 9일 밤 10시 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쫓겨난 8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 후문에서 투쟁문화제를 열고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밤 11시 30분까지 횃불을 들고 공장을 에워싸면서 비정규직을 ‘짐승’ 취급하는 사용자들을 비난하고, 강력한 투쟁을 결의했다.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오병웅 부지회장은 “우리가 회사 안에 있을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많이 있었는데 그런 차이를 없애고자 싸우다 쫓겨났다”며 “비정규직은 우리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천대를 받고 있는데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서 공장으로 들어가 이런 악습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3년 전인 2004년 12월 25일 공장에서 쫓겨나 만 2년이 넘은 745일째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1천만원을 주기로 한 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방배동에서 열린 교섭에서 집단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한 복직을 또 다시 거부했다. 사측은 불법파견에 대한 검찰의 최근 무혐의 처분에 고무받아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금속산별노조, 하이닉스 생계비 지원키로

그러나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의 연대도 계속되고 있다. 2년 넘게 단 한푼의 돈도 없이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은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해 이들이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달 26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50차 중앙위원회를 열어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과 기륭전자 비정규직 등 8개 사업장 170여명에 대해 금속산업최저임금(83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 9일 밤 11시 충북 청주 하이닉스 공장 앞에서 집단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80여명이 횃불시위를 벌였다 (사진=금속노조)
 

이에 따라 계약해지 등으로 인해 길거리로 쫓겨났으나 금속노조의 신분보장기금을 적용받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조합원들 170여명이 통합금속노조가 출범하기 전까지 3개월 동안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이닉스 비정규직 오병웅 부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오랫동안 싸우면서 많이 지쳐있었는데 금속노조에서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해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생활고 때문에 생계투쟁 하느라 빠지는 조합원들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차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을 볼 때 이들이 생계의 고통에 빠져 투쟁을 포기하지 않도록 15만 산별노조가 책임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1천만원의 성과급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회사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차별 정책을 노골적으로 공공연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쪽엔 충성을 요청하고 한쪽엔 소외를 느끼게 하면서 노동자 내부의 균열을 고착화시키려는 회사쪽의 의도를 깨지 못한다면, 돈잔치하는 노동자와 빚잔치 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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