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들 '반대 속 온도차'
    2007년 01월 09일 04: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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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9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과 관련 ‘대선 전’이라는 시기를 문제 삼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대선 전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밝히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에 대한 반응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4년 연임제’ 도입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당초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4년 중임제’를 기준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중임제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5년 단임제도 괜찮지만 4년 중임제 도입도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의원은 내각제 공약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이"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잇달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견 대선 전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공통된 목소리지만, 분명한 반대, 신중한 입장, 찬반 결정 유보 등 온도차가 감지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의 배경에 대한 해석이나 전망에서도 해석이 갈린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노 대통령 기자회견 후 곧바로 “참 나쁜 대통령이다”며 “국민이 불행한데 대통령 눈에는 선거 밖에 보이지 않냐”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시선을 끌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며 “개헌은 각 정당이 대선 후보와 함께 개헌에 관한 입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 후에 추진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캠프의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개헌 주장은 정권 연장을 위한 정치적 음모”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은 당연히 이번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늦게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개헌 문제에 대한 나의 입장은 아무런 변함이 없다”며 “나라 경제가 너무 어렵고 국민이 고통 받고 있어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중대한 시점에 개헌 논의로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현 정권 임기 말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내세우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후에 차기 정권 초기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입장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 약속 때문에 늦어졌다”며 “(노 대통령 제안) 내용을 보니까 굳이 우리 쪽에서 입장을 밝힐 만한 문제도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강원도 법회에 참석 중이어서 노 대통령의 제안 내용을 접하지 못했다는 손학규 전 지사는 가장 늦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대통령은 오직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전념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에서 개헌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뒤늦게 경선 경쟁에 뛰어든 원희룡 의원은 “대선 바로 직전에 원포인트 개헌을 이야기하는 게 정략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 의원측 관계자는 “대선 전 개헌 반대 입장이냐”는 질문에 “(원 의원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고 분명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일부 주자들 시간 지나면 찬성으로 돌아설 수도

대선주자들은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4년 중임제’ 대신 ‘4년 연임제’를 공식 제안했으나 정치권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시각이다. 당초 거론됐던 4년 중임제를 기준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평소 지론이라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손학규 전 지사측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 구현,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4년 중임제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며 “다만 지금은 결코 개헌을 논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도 “4년 중임제 방향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손 전 지사측은 말했다.

반면 이 전 서울 시장측은 “개헌은 여성, 환경, 가족관계 등 21세기 변화된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아젠다가 중요하고 필요하면 권력구조 개편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5년 단임제도 괜찮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4년 중임제도 검토할 수 있고 선호는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의원측은 “내각제 검토도 원칙적인 이야기”라며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온도차와 관련 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4년 중임제를 찬성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지금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일부 주자를 중심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사소한 것들은 모두 덮어버릴 개헌이라는 초대형 아젠다를 내놓은 것”이라며 “결국 4년 연임제에 대한 찬반 논의 구조로 흘러갈 것이고 사람들은 시기보다 개헌의 필요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5년 단임제도 괜찮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의도한 4년 연임제 개헌 찬반 논의 구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히 소집된 최고중진연석회의 논의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개헌논의 제안은 재집권을 위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와 오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개헌에 관한 일체의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고 개헌 논의를 공식 거부했다.

나 대변인은 또한 “사전에 당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모두 취합했고 이를 기초로 당의 입장을 정리했다”며 당 대선주자들 역시 이러한 입장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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