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무관용” 등
    민주 박지현, 당 쇄신 예고
    윤호중 비대위, 쇄신 어렵다 우려도
        2022년 03월 14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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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청년을 중심으로 꾸려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성평등, 정치개혁, 차별금지법 등 개혁 과제를 제시하며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높은 정권교체 열망에도 역대 최소 격차로 패배하면서 당내 자성의 목소리보단 무사안일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다시금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분위기다. 다만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친문 강성 지지층’을 대변해온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당의 혁신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14일 오전 첫 비대위회의에서 “47.8%의 국민적 지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찾고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과 차별이 눈에 드러났다. 부동산으로 젠더로 능력주의로 나누며 왜곡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이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갈라치기를 종용하고 부추기고 차별과 배제가 시대의 과제인 것처럼 쫓아가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닷새 전 선거결과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5년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고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쇄신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쇄신 방향으로 ▲성폭력·성비위·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 도입 ▲여성·청년 공천 확대 ▲정치권 온정주의 근절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성비위와 성폭력 문제는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인권유린 폭력의 문제”라며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평등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식과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이 우선”이라며 “성인지 교육, 장애인식 교육, 다문화 교육 등 인권교육을 이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청년공천 확대와 관련해선 “변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장 자체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민주당에는 이미 충분한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준비된 청년 정치인들이 많지만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절대 다수가 기성 남성인 정치에서 여성과 청년,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을 수는 없다. 공천 시스템에도 다양성과 기회의 폭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586정치인들을 겨냥한 듯 “정치권의 온정주의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박 위원장은 “학연, 지연, 혈연과 온정주의로 보편적인 원칙과 사회적 규범에 위배된 정치인들을 감싸는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남아 있다. 오늘부로 뼈를 깎으며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런 나쁜 문화를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차별금지법 제정 설득의 계기로 만들자”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다당제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 등도 주요한 개혁과제로 제시됐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적게 패배한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패배했다. 적은 표차가 민주당이 적게 바뀌어도 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이 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차일피일 미뤄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평등법이 없는 기간 군인 변희수 하사를 잃었고 출신 지역, 가족형태, 성정체성, 정치적 의견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차별을 방치했다. 차별은 자연스럽게 불평등으로 고착됐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평등법 제정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당제 정치개혁, 지방선거부터 실천해야”

    민주당이 대선 막바지에 약속했던 다당제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 과제 추진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 위원은 “다당제 정치개혁을 이번 지방선거부터 실천하고 청년을 대거 공천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선거구제로 관련법을 개정할 뿐만 아니라 법 개정 이전에라도 기초의원 선거구를 3에서 5인선거구로 획정하여 이번 지방선거부터 다당제 정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비대위원도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에 의한 승자 독식, 적대적 공생 관계가 만들어내는 갈라치기, 편가르기, 독선, 독주, 발목잡기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정치개혁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당장 눈앞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다당제의 뿌리가 내려질 수 있도록 지방 의회의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의 대선 패배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 내로남불, 민주당의 보수화와 함께 강성 지지층 문제를 제기하며 “정확히는 일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소수의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책임질 사람이 비대위원장…윤호중 비대위 체제, 지방선거 전망 어둡다”

    당 안팎으론 청년·여성 중심의 비대위가 꾸려졌다 해도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직을 유지하는 한 당의 쇄신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쇄신의 중심이 될 비대위원장을 대선 패배의 대표적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원내대표로 돌려막기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최고위원회에서 그렇게 결정을 했는데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진영과 패권정치의 합작물이라고 본다”, “서로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해서 엮은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일 때 앞장섰던 사람이, 위성정당 만들 때 앞장섰던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은 아직 정신 못차렸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수습하는 거는 임시방편적”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현근택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대위원을 2030으로 과반을 채우고 박지현 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했지만,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많다”며 “기존의 당 지도부의 일원이 비대위를 맡는다면 민주당이 혁신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없다’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핑계라고 본다”며 “지난 보궐선거에서 졌을 때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현 전 부대변인은 “(그 당시에) 여러 가지 쇄신안이 나왔지만 제대로 안 됐다”며 “민주당의 현 구조에서는 당내 인사나 원내대표 비대위 체제에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4번의 선거에서 지는 동안에 보면 비대위 만들고 당 이름과 강령 바꾸고 사람도 바꿨다. 보여주기일 수 있지만 그러면서 또 바뀌었다”며 “그런 분위기가 필요한데, 이대로 기존 체제로 간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망이 굉장히 어둡지 않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같은 매체에서 “비대위는 비상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고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기구인데 기존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그냥 이대로 간다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참에 민주당이 대대적인 혁신의 계기나 모멘텀을 잡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탄핵 이후 수많은 비대위와 혁신을 했지만 4번 연패를 했었다. 민주당이 그 전철을 밟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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