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 민주, 승리 국힘 내 자성의 소리
    '강경파에 휘둘려' '반페미 전략 부적절'
    정의당 “소신 넘어 전략적 대안으로…다당제 정치로”
        2022년 03월 10일 01: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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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단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주고, 큰 격차로 승리를 예상했던 국민의힘은 1%p도 안 되는 차이로 간신히 승리하면서 양당 모두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그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단일화 압박에도 끝까지 제3지대에서 완주를 이뤄낸 정의당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민주당 강경 문파 책임론
    “원리주의 강경파에 끌려가 망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 사태 이후 재기불능 상태였던 국민의힘의 부활을 가능하도록 한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문재인 정부다. 촛불시위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이토록 많은 국민들에게 외면 받은 원인을 두고 당 안팎에선 ‘남탓’, ‘강경파’, ‘대장동’ 등을 꼽는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느 정치 세력이든 원리주의 강경파에 끌려가면 망하게 돼 있다. 국민이 심판한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자유한국당 시절 그런 세력들(강경파)한테 끌려가서 장외투쟁만 하고 (황교안) 대표가 단식만 한 것이 연속 패배의 원인이 됐는데, 그 후에 민주당이 원리적 강경세력에 끌려다녔다”고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보궐선거의) 책임이 있으면 공천 안 한다고 한 것도 당헌 바꿔서 공천을 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당 지도부도 그 사람들(강경파) 등살에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물론 그동안 부동산 정책 실패니 몇 가지가 있지만 그러니까 그렇게 끌려가면 혼이 나게 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강경파) 압박에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 내고 위성정당 만들고 한 것인데 지도부가 자기 줏대를 가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당 안팎의 강경파의 목소리에 눌려 지도부가 원칙을 저버린 것이 이번 대선 결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5선 의원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 같은 유 전 총장의 평가에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 출연해 “작년 4.7 재보궐 선거 때 (강경파에 끌려 다닌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호된 꾸지람이 있었기 때문에 탈피하는 노력을 좀 했어야 했는데 그 관성을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심판이라는 민주당 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커다란 장벽이 있었고, 대장동 의혹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것도 하나의 패인”이라고 했다.

    ‘남탓 정치도 패배의 원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내로남불이라든가 자신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결함”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와 무관하게 선거 막판에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개혁 과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전 총장은 “선거용이었든 아니든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정치교체를 들고 나왔다”며 “윤석열 당선인도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했으니까, 당장 기초의원 선거구 3, 4인으로 하는 것부터 협의해야 하고, 광역의회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정치개혁 공약이)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문제기를 받았지만 당의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을 했다”며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서 선도적으로 해야 될 책무”라고 말했다.

    이준석 반페미 선거전략 책임론
    “20대 남성 위한 선거전략, 바람직하지 않고 성과도 못 내…냉철 평가해야”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에 큰 차이로 윤석열 당선인이 앞선 내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압승을 예상했던 국민의힘은 역대 가장 적은 격차의 승리라는 점에서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앞세운 ‘세대 포위론’이 오히려 더 큰 승리의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선거 전략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정태근 국민의힘 선대위 전 정무대응실장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 출연해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에 진행한) 국민의힘 내부 여론조사에선 많을 때는 차이가 두 자릿수까지 났었다. 그 판단을 너무 믿고 국민의힘이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수도권인데 마지막 유세 날 이해가지 않는 동선을 그리면서 ‘방심한 것 아닌가’라고 보일 정도로 선거 상황에 대한 오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마지막 유세 날 제주, 부산,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 유세를 벌였다. 그는 “서울 같은 경우에도 이번에 사실상 졌다고 본다”며 “지난번 오세훈 시장 선거 때 무려 18%p를 앞섰다. 그때 투표율이 58%밖에 안 됐는데 100만 표 이상 차이가 났는데 이번엔 이긴 게 30만 표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가 주도한 20대 남성 중심의 선거운동도 실패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실장은 “2030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20대 남성들을 타겟으로 한 정책들을 계속 냈는데, 선거 시기에 젠더 갈등을 전략적 수단으로 쓰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문제가 (당 내부에) 있었다”며 “1년 전 오세훈 시장 선거 때 20대 전체가 출구조사에서 앞서는 걸로 나왔는데 그때는 선거 전략상 20대 남자, 여자를 분리하는 전략들을 세우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20대 사이에서 남성이건 여성이건 굉장히 정권교체에 대한 욕구가 높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20대 득표율이 민주당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 됐다”며 “20대 남성, 30대 남성을 겨냥한 캠페인이 오히려 반작용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더 큰 표차로 이길 수 있는 선거가 반페미니즘 전략으로 어려운 선거가 됐다는 뜻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소탐대실한 것”이라면서 “2030대 남성을 겨냥한 그 선거 전략은 바람직하지도, 올바르지도 못한 전략이고 성과도 못 낸 전략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소신 넘어 전략적 대안으로…다당제 정치로”

    정의당은 2.37%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당 내부에선 거대 양당 후보들이 언급하지 않은 기후위기, 불평등, 성차별, 정치개혁 등의 의제를 소환한 것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향후 선거에서 양당정치를 뛰어 넘을 구조적 한계 해결, 대안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전략, 강력한 2세대 진보정치인의 등장은 정의당에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선대본 해단식에서 “35년 기득권 양당이 쌓은 불평등과 차별의 성벽을 넘을 교두보 확보는 아쉽게도 미완의 과제로 남겼지만, 정의당의 존재 이유와 정의당 정치의 가치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며 “기득권 정치로부터 배제된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담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보를 더 간절하고 당당하게 정의당은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했던 배복주 부대표는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이 의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정의당의 대선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장혜영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의 신승(辛勝)은 이준석식의 반여성 극우 선동 정치에 대한 ‘파산 선고’이며, 2030 여성들은 다시금 성평등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가치라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다당제 정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매진할 계획이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 내내 소신투표를 호소했지만 양당 초박빙 상황에서 끝내 전략적 대안으로 선택 받지 못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난 후 심 후보의 후원 계좌에 12억원의 후원금이 모인 것 역시 마음으론 심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결국 표를 주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가 아쉽지만 그럼에도 정의당의 존재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며 “덜 나쁜 사람을 뽑는 기득권 양당 체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소신 있게 투표할 수 있는 다당제 연합정치를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묶겠다”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또한 “공포와 불안에 굴하지 않고 당당한 소신투표를 던져주신 2030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여러분들에게 단지 최선의 소신일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 모두의 소신이 존중받는 다당제 시대를 힘껏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심상정·노회찬을 잇는 강력한 2세대 진보정치인의 등장은 정당의 존립을 결정지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오늘의 이 저조한 성적표는 양당 정치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1세대 진보정치의 한계이자, 바로 저 심상정의 책임”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못다한 저의 책임은 앞으로 백의종군 하면서 두고두고 갚아 나가겠다. 다음 세대 리더십은 더 소신 있게 당당하게 제3의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해 나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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