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정신과 의회 존중, 야당과 협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전국 개표가 100% 완료된 10일 새벽, 윤석열 당선인은 48.56%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며 당선이 확정됐다. 두 후보는 격차는 단 0.73%p, 24만7천여 표 차이로 역대 대선 중 가장 적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37%(80만3358표)를 얻었다.
사전투표가 먼저 개표된 초반엔 이재명 후보가 우세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후보의 격차는 빠르게 줄었다. 개표율이 절반을 넘기자 윤 후보는 처음으로 이 후보를 앞섰고 그 후로 순위는 뒤바뀌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이날 새벽 4시경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오늘 이 결과는 저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함께 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이제 당선인 신분에서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마지막까지 함께 또 멋지게 뛰어 준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에게도 감사드리고, 또 결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우리 모두 함께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고, 그리고 두 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우리가 선거, 경쟁 이 모든 것이 국민를 위한 것이다. 이제 경쟁은 끝났고,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빠른 시일 내에 합당 마무리를 짓고 외연을 넓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국민들의 고견을 경청하는 훌륭하고 성숙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저도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20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년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에 심판하기 위한 정권교체 열망이 ‘정치 신인’인 그를 새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높은 정권교체 열망에도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고작 0.73%p.
배우자 리스크, 온갖 실언 등도 있지만 압도적 정권교체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론 자기 비전 없는 ‘분열 조장형 선거 캠페인’이 꼽힐 수밖에 없다. 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세대포위론’을 근거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성별 갈라치기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는 성별·세대별 득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의 성별·세대별 득표율을 보면, 20대 남성에서 윤 당선인은 58.7%로 이 후보(36.3%)보다 앞섰지만 20대 여성에선 33.8%를 얻어 58%를 득표한 이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세대포위론의 분명한 한계를 경험한 윤 당선인에게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비롯해 젠더 이슈로 분열된 청년층을 어떻게 통합해낼지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방송화면 캡처
한편 낙선한 이 후보는 이날 새벽 민주당사를 방문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여러분의 뜨거운 헌신에 고마움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마지막까지 제3지대 후보 자리를 지켜낸 심 후보는 밤 12시를 넘긴 시점에 정의당 개표 상황실을 찾았다. 심 후보는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저조한 성적표가 솔직히 아쉽지만 저와 정의당에 대한 민심의 평가인 만큼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미 각오를 하고 시작한 선거였다. 지지율과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정의당의 역할에 대해 소신과 책임을 갖고 말씀 드렸다”며 “불평등과 기후위기, 정치개혁과 다원적 민주주의를 의제로 이끌어냈고 성평등을 우리 사회 보편적 가치로 분명하게 세워냈다. 그 가치를 기반으로 정의당, 다시 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비호감 선거로 격화된 진영 대결 가운데서도 소신투표를 해주신 지지자 여러분들의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며 “맨주먹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선거운동해주신 당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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