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방식 신경전
        2007년 01월 08일 12: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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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방식과 관련 강재섭 대표의 “입 다물라”는 원색적인 지시에도 불구, 당 대선주자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8일 유력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들이 경선 방식과 시기를 놓고 날을 세웠으며,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과 잠룡으로 꼽히는 김태호 경남도지사도 경선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8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방식과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후보들이 산발적으로 견해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지도부는 공정경선에 임할 각오가 돼 있는 만큼 후보들은 당을 믿고 맡겨 달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지도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정권교체 위한 각오를 밝힌다”며 “2월 초까지 경선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할 계획인데 후보 진영간에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 조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선수들은 경선시기나 룰에 대해 입을 다물어줬으면 좋겠다”던 발언의 연장이다. 또한 전날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선방식 신경전은 첨예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경선방식 변경 불가’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경선시기 연기와 선거인단 확대’ 주장을 펼쳤다. 이에 이명박 전 시장 캠프와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경계를 드러내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날을 세웠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선시기를 늦추고 선거인단 규모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여당이 최대한 자기 후보에 대한 검증기간을 짧게 해 판을 뒤집으려 할 수 있는데 우리 혼자 독불장군처럼 할 필요가 있냐”며 현행 한나라당 당헌 상 6월께로 예정된 경선 시기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현행 경선방식 유지 입장을 고수해온 것과 달리 “현행 당원, 대의원, 일반국민, 여론조사의 2:3:3:2 비율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돈 선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밝혔으나 “박근혜 전 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과 당원의 결정에 따른다고 해 현행대로 가는 방안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며 말해 박 전 대표의 ‘의중’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철저히 유승민 의원의 개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곧바로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작년에는 경선시기를 늦추자는 일부 주장들이 나올 때 (박근혜 전 대표측은) 절대 안된다고 그랬다”며 “유리할 때는 그렇게 얘길 하셨는데 이제 갑자기 입장이 바뀌신 것 같은데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명박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데 따른 박 전 대표 측의 입장 변화라는 지적이다.

    정두언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100만, 200만 그러는데 한나라당은 2,3만명 가지고 경선을 해서는 그들만의 동네잔치라고 비난받을 우려가 있다”며 “경선방식은 후보간의 유불리를 떠나 대선승리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 된다”고 말해 국민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선거인단 확대 주장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행 경선 방식에서 저조한 국민선거인단의 참여율은 그대로 두고 선거인단만 확대하자는 것은 결국 당원, 대의원 숫자만 늘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국민참여를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경선 방식과 시기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뒤늦게 출마한 원희룡 의원과 잠룡으로 꼽히는 김태호 경남도지사도 국민참여 확대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해 당의 경선방식 변경에 군불을 지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강원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당헌대로 경선을 실시한다면 국민의 참여 폭이 적다”며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경선에 국민의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앞서 경선 시기와 관련해서도 현행 당헌에 따른 6월 경선에서 3개월 정도 늦출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예비주자로 꼽히는 김태호 경남도지사도 전날인 7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금의 경선 룰도 중요하지만 현 규정이 본선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부족하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며 “당원들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일이라면 100% 국민참여 경선방식인 ‘오픈 프라이머리’로 경선을 해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거시기와 관련해서도 “상대도 없는데 우리 후보만 미리 뽑아 ‘원맨쇼’하면서 미리 링에 올라가 기다린다면 체력소모만 될 뿐”이라며 “당 지도부도 완전한 심판자의 역할이 아니라 ‘심판+흥행꾼’의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지사의 주장이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측면 지원이라는 해석도 제기됐으나, 김 지사는 이 전 시장보다는 박 전대표와 더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경선 방식 변경 논란은 계보도 불사하고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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