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농장의 새로운 선거
    [그림책] 『늑대의 선거』(다비드 칼리 글. 마갈리 클라벨레 그림/ 다림)
        2022년 03월 01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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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포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는 다시 전쟁의 광기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한편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반전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평범한 지구인 가운데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 걸까요?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입니다. 더불어 전쟁을 일으킬만한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자국민이든 타국민이든, 타인의 생명을 빼앗으면서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살인자입니다.

    동물농장 대표 선거

    『늑대의 선거』는 제목 그대로 선거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곧 동물농장의 새로운 대표를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늘 나오던 농장 동물들이 후보로 나섰습니다. 돼지 피에르는 모두에게 더 많은 진흙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암탉 잔느는 알을 낳지 않을 자유를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생쥐 형제는 치즈로 하나 되는 사회를 표방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늑대 파스칼입니다. 파스칼은 자신을 모두의 친구라고 주장했습니다. 항상 당신 곁에 있는 친구가 되겠다는 공약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파스칼은 곧 동물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파스칼은 동물들 앞에서 저글링 솜씨를 뽐냈습니다. 친절하고 말솜씨도 좋았습니다. 파스칼은 모든 동물을 찾아가서 인사하고 어린이들과 사진도 찍었습니다. 동물들은 파스칼이 다정하고 똑똑하고 미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늑대 파스칼이 새로운 대표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스칼이 당선된 뒤 농장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농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평화로운 농장에서 늑대를 대표로 뽑으면?

    다비드 칼리는 『늑대의 선거』를 통해 현실 정치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육식 동물인 늑대를 대표로 뽑았다가 참담한 비극을 체험하는 초식 동물 농장의 선거 이야기는 모든 이에게 쓰라린 기억을 불러옵니다.

    우선 독일인은 기억할 것입니다. 독일인의 손으로 아돌프 히틀러를 총리이자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히틀러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재하면서 1939년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600만 명의 유대인을 생명을 앗아간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저질렀습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쿠데타를 일으켜 국민을 학살한 군인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 오랫동안 군사독재를 경험했고 수많은 국민이 희생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현대사는 아직도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승자의 역사, 살인자의 역사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러시아의 비극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곧 러시아의 비극입니다. 강대국인 러시아가 전쟁의 승자가 된다 해도 수많은 러시아 국민이 희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독일이나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켰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침략 국가든 점령 국가든 희생은 양쪽 국민 모두 겪게 됩니다. 게다가 침략한 국가의 국민은 전범국가의 국민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됩니다.

    아마 지금쯤 누구보다 러시아 국민은 역사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것입니다. 푸틴이 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1999년 이전으로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평범한 러시아의 자녀이자 가장인 군인들이 이유 없는 전쟁에 내몰려 희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지금 우리도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누군가 당선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선자의 본질이 국민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늑대의 선거』의 다비드 칼리는 아주 쉽고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늑대를 뽑는다면, 아무리 다정하고 친절하고 잘생긴 늑대도 육식을 즐길 거라고 말입니다.

    독일인이 히틀러에게 속고 러시아인이 푸틴에게 속은 것처럼 우리는 정치 군인들에게 속고 독재자에게 속았습니다. 분명 나쁜 경험은 우리에게 지혜를 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국민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잘못된 정치인을 뽑은 대가는 전쟁이거나 전쟁만큼이나 참혹한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대로, 평화를 사랑하는 리더가 당선되기를 기도합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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