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다"
        2008년 02월 04일 06:25 오후

    Print Friendly

    진보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반성과 혁신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는 늘 ‘나침반의 떨리는 바늘’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어제 대의원대회에서 어떤 것도 반성하지 않고 아무 것도 혁신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선언했다. 주체사상파와 일부 좌파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비대위 혁신안에서 ‘친북정당, 민주노총당, 운동권정당’ 등의 문구를 몽땅 삭제했다.

       
     
     

    그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동지들의 정보를 넘긴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는 대가로 ‘노동귀족’ 이기주의에 눈 감는 행위도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갔다. ‘100만 민중대회’ 같은 방식을 앞으로도 쭉 이어가자고 다짐했다. 

    ‘실망스런’ 주사파와 다함께

    주체사상파는 심상정 비대위를 퇴장시킴으로써 민주노동당을 혁신할 마지막 기회를 박찼다. 이에 열렬히 동조한 ‘다함께’는 또 어떤가. 치열하게 반성하는 자에게만 미래가 있다고 할 때, 이번 대선을 ‘패배’로 인정할 수 없고 다소 ‘실망스런 결과’라고 우기는 ‘다함께’를 보면서 어떤 미래를 ‘다 함께’할 것인가.

    원내 9석의 정당이 원내 진출 전보다 득표가 25%나 떨어졌는데, 이를 단지 ‘실망스럽다’고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온 당원과 유권자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사회당 당원이지만 민주노동당을 진보정치의 우당(友黨)으로 존중해왔고 실낱같은 기대이지만 심상정 비대위가 이번 기회에 꼭 혁신의 어려운 걸음을 떼어주기를 기대했다. 왜냐하면, 지금 진보의 위기는 한국사회당이든 누구든 혼자 대안을 자임한다고 가능하지 않기에, 모두가 뼈를 깎는 자기부정 속에 더 큰 연대의 광장에서 만나는, 즉 진보정치의 패러다임 전환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지 못했기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부정해버렸다. 반성도 혁신도 없는 민주노동당, 진보정당이길 스스로 포기했다.

    앞으로 있을 민주노동당 탈당자가 1천일지 1만일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의 삶의 일부였을 민주노동당을 버리는 일인데 어려운 결단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탈당이 바로 새로운 진보정치의 시작인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은 당원 및 국민대중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감성과, 이념과 구호에 얽매이지 않고서 우리 시대의 난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성찰하는 지성 필요

    진정으로 ‘성찰하는 지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나의 걱정은, 민주노동당에 실망하여 탈당하는 동지들, 밖에서 민주노동당을 애정으로 지켜봐온 사람들의 마음이 진보정치 일체에 대한 차가운 냉소로 변해버리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정당의 출발은 바로 이 사람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모으고 시대적 좌표를 다시 합의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사회당, 초록당, 새로운진보정당운동 등의 주체들은 물론, 민주노동당에서 뛰쳐나오는 여러 진보정치세력들, 그리고 기존의 정당 속에 담기 힘들었던 풀뿌리 진보들까지 함께 큰 틀에서 모여 대안정당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한국사회당은 ‘국가 대 국가의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민주노총에 의존하지 않는 노동자운동’‘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선 생태적, 보편적 진보’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조승수 전 의원도 31일의 토론회에서 “한국사회당의 주장이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한국사회당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고 강변해온 민주노동당은 결국 파산했다. 하기에 나는 대안정당 모색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진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한국사회당도 겸손한 한 주체로 논의에 임할 것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다. 자기 부정과 극복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진보를 만났지만 이제 그 진보를 죽이는 것, 비록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오준호 / 한국사회당 대표 직무대행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