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 밑바닥 책임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정책, 대선 공약에 포함하라”
    사업장 변경 자유 등 이주노동자 대선 요구안 발표
        2022년 02월 23일 08: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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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후보들은 반드시 답해야 한다. 왜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운 겨울에 죽어가야 하는지, 왜 산재사망율이 세 배나 높아야 하는지, 왜 사업장 옮길 자유도 없이 강제노동 상태에 있어야 하는지, 왜 농어업 노동자는 더 차별받아야 하는지, 왜 이주민은 건강보험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왜 재난지원금은 대다수 이주민에게 지급되지 않는지 등 숱한 고통의 목소리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대선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정책이나 공약으로 제시되지 않고 실종 상태”라며 “심지어 제1야당 후보는 반이주민, 반중 혐오정서를 활용하여 표를 모으려는 저열한 행태까지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고 집권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의 이주민 차별 정책에 대해 아무런 평가 반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들은 이주노동자 권리보장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 이주민 권리보장 정책은 사회 전체의 권리 수준을 끌어 올리고 불평등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대선 정책 10대 요구에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로 전환 ▲농축산어업 노동자 차별 폐지 ▲비주거용 임시가건물 기숙사 금지 등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임금체불 대책, 산재대책, 건강보험 차별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류자격 부여 정책 도입 ▲코로나 재난지원정책 차별과 배제 중단 ▲이주여성노동자 성차별, 성폭력 근절과 권리 보장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반인권적 외국인보호소 중단, 구금이 아닌 대안 마련 등을 담았다.

    정의당 심상정·노동당 이백윤·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대양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와 관련한 공약이 전혀 없다. 특히 윤 후보는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해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까지 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저출산 국가, 노동력 부족의 국가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은 한국 사회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들”이라며 “그럼에도 보수 거대양당 후보의 공약엔 이주노동자의 존재 자체가 없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야기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면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존재를 배제하는 것 그 자체가 기만”이라고 질타했다.

    사진=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자는 한국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책임지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에는 200만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고 이 중 100만 명이 넘게 노동자로 일 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업종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책임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살 수 없는 임시가건물에 살아야 하고 이런 열악한 기숙사에 살다가 추위로 이주노동자가 사망까지 했다”며 “이런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 제한 때문에 벗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조건을 위반했을 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주노동자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제는 임금체불, 폭언, 폭행 등을 당해도 이주노동자가 사용자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제한해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노예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은 “사업주의 이익이나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이주노동자의 자유를 박탈해도 된다는 것은 노동에 관한 최저선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노동조건을 더 열악하게 하고 경제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도 한국사회 구성원…대선공약에 이주민을 포함하라”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역대 정부는 개선을 위해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20대 대통령 후보들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거대 여야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지금이라도 각 대선 후보들은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위해 잘못된 법제도 폐지하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존스 갈랑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1988년 이래로 한국사회의 일부로서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많은 형태의 세금을 내고 있고, 우리의 존재는 한국사회의 위기들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그럼에도 대선후보들이 (이주민을) 외면하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존스 갈랑 소장은 “우리는 선거에서 상당한 유권자 숫자를 가지고 있다. 일부 결혼이주여성들은 현재 한국시민이고 그 자식들이 유권자가 되기도 했다. 이주민과 이민자들을 위한 좋은 정책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면서 “이주민과 이민자들은 전국에 걸쳐 있고, 한국은 노동력과 후속 세대를 위해 이주민들을 필요로 한다. 이주민을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에 포함시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주인권단체들은 이날 회견 이후 이주노동자 정책을 대선공약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각 정당의 당사 앞에서 이어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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