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노사관계의 ‘태풍의 눈이 될 금속산별노조 간부들은 노동운동이 위기에 빠져있지만 산별노조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금속산별노조의 핵심사업으로 산별교섭 성사와 고용안정, 비정규직 철폐를 꼽았고, 올 대통령선거의 이슈는 사회양극화 해결이라고 답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달 20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운동 전망 ▲금속노조의 과제 ▲민주노동당 평가 및 대선 ▲진보언론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62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은 60.4%, 후원회원이 10.8%였다.
노동운동 위기다 95%
70.9%의 대의원들은 노동운동이 현재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운동이 침체상태에 빠져있다고 응답한 대의원 23.8%를 포함할 경우 94.7%가 ‘노동운동은 위기상태’라고 진단했다.
위기의 원인은 정권이나 자본보다는 노조 내부(77.4%)에서 찾았다. 조합원 실리주의 경향과 연대의식 부족을 원인으로 꼽은 대의원은 38.8%로 가장 많았고, 간부의 의식과 역량부족이 위기를 불러왔다고 응답한 비율도 38.5%나 됐다.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에다 이를 극복하고 노조로 결집시켜내기 위한 지도부와 간부들의 역량부족이 맞물려 노조운동이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다.
위기탈출을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현장조직력 강화(22.7%), 현실에 맞는 정책과 투쟁전술 개발(16.2%), 간부의 분열과 대립해소(15.8%) 등을 대안을 제시했다. 조합원 의식강화는 12.9%,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사업은 10.7%였다.
또 자신이 속해있는 단위사업장의 조직력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6.3%가 약화되었다고 응답해, 강화되었다는 응답 16%의 비해 3.5배나 됐다.
현장조직력이 왜 약화되는지에 대한 원인으로 대의원들은 조합원의 실리주의(35.2%), 정책대안 부재(31.8%)와 현장활동가 역량부족(11.7%) 등 조직화방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역량부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민주노총 전망 흐림 산별노조 전망 맑음
금속산별노조의 전망에 대한 응답 | ||
민주노총의 이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조직확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응답이 70.6%였고, 산하조직에 대한 지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65.9%였다. 57.1%의 대의원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전망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대답을 내놨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대의원은 71.3%나 됐다. 이는 한국 최대규모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통해 산업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예측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66.7%의 대의원이 ‘노동운동 내 연대투쟁이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사용자와의 교섭력 강화(66.0%), 미래에 대한 자신감(59.4%)도 높게 나왔다. 반면, 53.9%의 대의원은 현장조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금속산별노조 내부 이해갈등·정파갈등 우려
대의원들은 15만 금속노조가 가장 우려되는 사항을 두 가지 답하라는 질문에 대해 ▲규모·업종·정규-비정규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에 따른 내부 갈등 21.1% ▲조직내 정치적, 조직적 입장의 차이로 인한 갈등 19.3% ▲조직체계와 교섭체계 등 과도기의 혼란으로 인한 어려움 12.0% 순으로 꼽았다.
설문분석을 한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대의원들은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에 대한 우려를 객관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2007년은 조직의 통합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과제 산별교섭〉고용안정〉비정규직
2007년 금속산별노조가 집중해야 할 사업으로는 금속노조인정과 산별교섭 쟁취가 26.5%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구조조정저지와 고용안정(24.2%), 3위는 비정규직보호와 정규직화투쟁(21.2%)였다. 이 외에도 산업공동화대책(10.5%), 국민연금법 등 제도개선(6.2%), 사측 개악안에 대한 방어(5.0%) 등이었고, 임금인상은 1.9%로 꼴찌였다.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중심으로 한 기업별노조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금속산별노조는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선거 이슈는 사회양극화 해결
금속노조 대의원의 84.7%는 지지하는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라고 답했다. 이런 압도적인 지지는 응답자들의 성향분석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동당 당원과 후원회원이 71.2%를 차지하고 있는데 연유한 바 크다. 지지하는 정당이 아예 없다고 한 응답은 11%에 그쳤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노동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33.3%), 부정(31.2%)적인 평가가 거의 같은 비율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 또한 다르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의원들은 서민의 이해를 대변해서라는 응답이 53.9%로 가장 많았고, 부정적인 평가의 이유로 노동현안에 대한 대응을 못했기 때문(23.7%)과 서민이해 대변 못해서(23.3%)를 꼽았다.
2007년 12월 19일 치러지게 되는 18대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로 예상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비정규직 등 사회양극화 해결이 32.1%로 가장 많았고, 경제성장 전략(28.6%)을 두 번째로 꼽았으며, 부동산 문제 해결 15.3%, 정계개편이나 개헌 등 정치개혁 12.4%로 그 뒤를 따랐다.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신문 없다 44.5%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신문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한겨레가 45.9%로 1위를 차지해 여전히 한겨레신문에 대한 노동자들의 바램을 보여줬다. 다음은 경향신문으로 8.4%였고, 조선일보(0.9%), 동아일보(0.0%), 중앙일보(0.3%)였다. 그러나 44.5%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신문이 없다고 답해 노동자언론이 절실함을 보여줬다.
잘 보는 인터넷 신문으로는 오마이뉴스(34.8%), 민중의 소리(23.3%), 참세상(12.7%), 레디앙(6.2%)의 순서로 답했다.
또한 노동관련 정도를 가장 많이 얻는 곳은 노조 홈페이지라고 21.9%가 응답했고, 금속노조 기관지인 <금속노동자>는 19.5%의 대의원이 선택했으며,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대의원은 12.3%로 노조의 소식망을 통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9.1%를 차지했다.
노동자 언론을 발간하는 방법에 대해 진보적인 인터넷 신문을 확대강화해 만들자는 의견이 28.8%로 가장 많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기관지 등을 묶어 노동자 언론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25.2%로 나타났다. 산별노조의 조합비와 기금을 활용해 노동자언론을 창간하자는 의견은 20.2%, 한겨레·경향 등 개혁적인 신문을 인수하자는 의견도 19.3%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종합적 견해로 김 연구원은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은 밑바닥까지 가 있는 상황임에도 금속노조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그동안의 숙원사업이었던 산별전환을 승리로 이끌어냈다는 자신감과 조직확대의 기운이 반영된 것으로 15만 금속노조에 거는 기대가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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