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전선체 '한국진보연대' 출범
    By tathata
        2007년 01월 04일 08: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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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운동 진영의 총단결체를 지향하는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진보연대)가 오는 9일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

    진보연대는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진보정당 · 노동· 농민 · 빈민 · 통일 등 한국 사회 민중운동진영을 단일한 조직 아래 재결집시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저항의 중심이자 사령부가 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진보연대 출범을 앞두고, 진보진영 내에서 이른바 ‘전선체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등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로 남아있다.  

    진보연대가 진보진영의 총단결을 앞세우고 있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시민 · 환경 · 문화 · 인권 등 시민단체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나, 내부에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조직들이 서로 간에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공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조직 규모로는 1백만에 이르는 거대한 단체의 출범이지만, 조직 내의 구성원들의 절대 다수가 진보연대 출범 사실을 대해 모르고 있는 등 상층 지도부 중심의 연대조직이라는 ‘오래된 비판’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진보연대에 참가 의사를 밝힌 조직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 전국빈민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총련, 6.15공동선언실천연대, 범민련남측본부, 전국연합 등 22개 조직. 사실상 그동안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에 속한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진보연대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나는 것이다.

    진보연대의 출범은 전국민중연대 조직운영의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민중연대가 각 조직의 상층부 중심의 느슨한 연대운동에 머물러 각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결집하지 못했다는 내부 평가다.

    그래서 진보연대는 전국 시군구에 기반을 설치하는 조직을 만들어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참여조직의 규모와 납부금 비율 등에 따라 의사결정의 지분을 배정하여 참여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연대의 공동준비위원장에는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문경식 전농 의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윤금순 전국여성연대 대표, 정광훈 민중연대 의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의 8인이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여성연합 등 시민단체 진영은 참여하지 않았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진보연대로부터 참가제의를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며 “진보운동진영의 총집합이라는 의미의 긍정성은 있지만,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의 추상성과 급진성에 비해 전략전술의 빈곤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참가 공문을 발송했으나, 내용적으로는 참가제안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시민운동 진영이 참가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진보연대의 참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연대에 속해 있는 한국노총은 최근 통일사업 강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통일연대에 속한 한국노총으로서는 진보연대의 참여 검토여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진보연대는 △민족자주(강대국의 패권주의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반대 △민중생존권쟁취 △민중주체의 민주주의 △6.15공동선언이행과 자주적 평화통일 △국제 진보적 평화세력과의 연대 등을 강령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진보연대는 참여 조직의 정치적 독자성을 존중하면서 독자적인 정치방침을 정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민중연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연대조직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방침은 열려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방침을 정해 조직에 강제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도 “진보연대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선거운동하는 단체가 아니”라며 “적극적인 대중투쟁을 일상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연대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진보연대의 주요 단위로 참여하고 있고, 민주노총과 전농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천명한 속에서 지지정당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통일연대와 더불어 한국노총이 진보연대에 참여하게 되어 민주노동당이 아닌 타 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서 보수정당의 견해와 정책이 진보연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현실을 비춰봤을 때 이같은 우려는 설득력을 가진다. 

    이와 관련,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진보연대는 민주노동당이 민중과 만나는 연대의 장”이라며 “진보연대 참가단체의 민주노동당 지지를 얻어내 당의 지지 기반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기대와는 달리 진보연대 조직 내 정치적 이견이 표출될 경우에는 적잖은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진보연대가 민중연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운동권의 지도부 대표자 조직에 머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이같은 견해는 나아가 이른바 ‘전선체 운동’이 현 시점에서 진보운동의 유효한 전술이냐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도달하게 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내에도 진보연대의 출범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많다.

    김기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연대는 민중연대의 재구성 방식에 불과하다”며 “현 시점에서 상설연대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추상적 형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도 “진보연대 출범에 명확히 반대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장이 흔들리고 조직이 취약한 현실에서 상층 중심의 연대 전선 재편에 현재로선 어떤 기대도 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급 조직의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제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중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이해를 하나의 조직으로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인위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박유호 금속연맹 조직실장은 “각개 전투를 벌이는 민중운동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뭉치는 것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며 “진보연대 중심으로 분열적 관점을 극복하고 정치적 단결체 수준은 아니더라도 투쟁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조직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이견’이 내장된 상태에서, 진보연대는 3월 초에 본조직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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