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파견 남용 무한정 열어줬다"
    By tathata
        2007년 01월 04일 03:1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울산지검이 지난 3일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의 불법파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노동계는 기업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어 위장도급의 남용을 불러올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울산지검은 지난 3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된 현대자동차 및 사내하청 102곳 대표 등 128명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파견은 파견사업주(사내 하청업체)가 사업자 실체를 갖추어야 하고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현대자동차) 사이에 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사이의 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사내 하청업체가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사내하청 업체 대표들이 소속 노동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 및 감독권, 작업 배치 변경 결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판단의 근거다.

    노동부는 지난 2004년 9월과 12월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 102곳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노동부의 판정을 검찰이 전면 뒤집은 것인데, 검찰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대공장은 물론 중소사업체의 사내하청에 대한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검의 이같은 결정에 현대차노조와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노조는 4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주는 분명 업체 사장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현장 공정에 업체 권한으로 배치하고 변경하는 결정권은 단 1%도 없다”며 “정규직 관리자와 현장 노동자의 결정에 따라 하루 12번 배치 공정이 달라지는 것을 울산지검은 애써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노조는 “울산지검의 불법파견 불기소 처분에 분노하며 비정규직노조와 연대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경 현대차노조 비정규직실장은 “아침 조회할 때도 정규직 20명에 비정규직 2~3명이 포함돼 있어 정규직 반장의 업무 지시를 받고, 정규직이 휴가를 내는 등 결원이 나면 비정규직이 원청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하청업체의 경영상 독립의 실체 여부에 대해 검찰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하청업체 고용인원에 대해 원청기업이 결정하고 ▲도급금액 산정 자체를 하청노동자 노무제공에 대한 보수로 하는 점 ▲하청노동자의 단결권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박민호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비정규법안과 노동법이 개악되면서 검찰이 새해 벽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며 “놀랍고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하청업체가 원청의 지배 하에 있다는 것은 들어와서 한 시간만 현장에 있어보는 당연히 알 수 있다”며 “정규직 반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서를 가지고 와서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있으며, 현대차가 골격, 도장부, 도색, 의장부의 컨베이 시스템을 전적으로 관리해서 문제가 있을 시에는 현대차 정규직 반장이 와서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실제적인 업무 지시권을 원청사용자인 현대차가 전적으로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하청업체가 4대보험 가입, 채용 해고 등 인사권 행사을 독립적으로 갖고 있으며,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의 조립업무의 특성에 의하여 계약의 구체적인 이행사항을 기재한 것은 도급인의 지시권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하면, 검찰은 자동차 업무의 생산 ‘특성상’ 원청사용자의 지시사항은 인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기획국장은 “자동차 업무의 생산공정은 오른쪽 바퀴 정규직이 끼우고, 왼쪽바퀴 비정규직이 끼울 정도로 연속적이고 일괄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도급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검찰이 도급의 지시권을 인정한다는 말은 사실상 자동차업계의 도급을 무한정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자의적인 기준으로 해석해 일관성을 결여하는 것이 아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창원지검은 지난달 21일 노동부가 2005년 4월에 지엠대우차 창원공장의 6개 사내협력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점을 그대로 인정했다. 창원지검은 닉 라일리 지엠대우차 전 사장에게 벌금 7백만원을 부과하고 약식기소했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자동차업계에서 지엠대우차에는 불법파견으로 노동자의 손을, 현대자동차에는 합법도급으로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엇갈린 판단이 나타난 것이다.

    권순만 금속노조 지엠대우차 비정규직지회장은 “부산지방노동청의 불법파견 판정이라는 같은 결론을 놓고 창원지검은 혐의인정을, 울산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뒤집은 사례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청주지검은 노동부가 2005년 7월에 내린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것을 지난 달 29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