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말을 잘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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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04일 0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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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연일 신문기사 제목으로 뽑히고 있다. 4일자에는 "국민의 평가를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이 <"국민의 평가 포기했다"> 등의 제목으로 각 신문 주요지면에 올랐다. "국정 마무리에서 정치발언은 삼가라" "말을 줄이라는 게 아니라 잘하라는 것이다" 등 ‘충고’도 실렸다.

    "북한의 빈곤에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말’은 색깔론자들의 먹잇감이 됐고,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옷 벗겠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자택을 찾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5년간 하실 일이 있다.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마시고 다음 정권에 계승해달라"고 말한 것은 ‘오버’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음은 4일자 아침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소득 3만불시대’ 거제도가 연다>
    -국민일보 <조폐공사는 지금…지폐 위·변조 원천봉쇄중>
    -동아일보 <"현대차 근무 하청사 직원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어">
    -서울신문 <"군복무 15개월로 단축 가능">
    -세계일보 <"미, 한국도 MD체제 포함">
    -조선일보 <주택대출 제한 전국으로 확대>
    -중앙일보 <북한파워그룹 대해부 (상) 권력지도가 바뀌었다>
    -한겨레 <‘그날의 함성’은 오늘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한국일보 <"국민의 평가 포기했다">

    노 대통령 "언론의 평가는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오후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날로 계속 떨어진다. 2006년 새해에 올라갈 것인가, 그런 기대를 해봤는데 별 볼일 없더라. 올해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이 각 신문 주요 지면에 기사화됐다.

       
      ▲ 한국일보 1월4일자 1면  
     

    가판에서 <"국무회의 매주 참석">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던 한국일보는 배달판에서 오후 신년인사회 기사로 바꾸고 <"국민의 평가 포기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3면 해설도 국무회의 주재 방침 배경을 설명한 <레임덕 막고 ‘말의 정치’ 창구 활용할 수도>에서 <레임덕 막고 스타일대로 국정운영 의지>로 바꿨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 옆에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자극을 하고 그로 인해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고 해서 말을 좀 조심하고 줄이라는 것 아니냐"고 말한 내용을 박스로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는 <"가진 권력 마지막까지 행사">를 제목으로 뽑고 4면에서 <"국민의 평가 작년에 완전히 포기">를 실었다.

       
      ▲ 1월4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은 이 기사 아래에 배치한 <국민평가 대신 ‘자체평가’ 나선 노대통령>에서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외에는 꿀릴 게 없다’ ‘외교·안보는 초과달성했다’고 계속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 평가가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국민의 평가를 포기한 대통령이 자기 평가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밖에 중앙일보는 6면에 <"권력 마지막날까지 행사/ 국민평가는 작년에 포기">, 동아일보는 2면에 <"국민들 평가 완전히 포기/ 올해 신경 안쓰겠다 생각">를 실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합법적 권력 끝까지 행사">를 주 제목으로 뽑아 각각 6면과 2면에 배치했다.

    조선 "말 잘해달라는 것"…한국 "정치발언만큼은 삼가는 게 좋을 듯"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쓴소리’가 한국일보에 기사화되기도 했는데 일부 신문은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말’에 대해 충고했다.

       
      ▲ 1월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말 줄이란 게 아니라 말 잘해 달란 겁니다>에서 대미관계, 북핵, 부동산 등 주요 현안 관련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노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충격적인 생각은 정국에 혼란만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는) 말귀가 안 통한다’며 ‘그래서 온몸으로 소통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국민 90%가 하는 말을 대통령이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정 마무리 리스트에서 정치는 빼야>에서 "레임덕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시기일수록 대통령의 국정 장악 여부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 장악이 정치 일선까지 이르는 모든 것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면 순탄한 임기 마무리는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어 "노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정치발언만큼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대통령의 말이 어떤 말이냐에 국정의 훼손 여부가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북 대남선전 책임자 같다"…색깔론 스멀스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북한의 빈곤에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도 있다. "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는 정형근 의원의 발언도 통일부의 공식 부인 입장과 함께 보도됐다.

    동아일보는 10면에 <"이 통일, 북 대남선전 책임자 같다">에서 "북한의 대남선전방송을 듣는 기분이다"(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 "이 장관이 북한의 대남 선전부 책임자 같다"(전여옥 최고위원) "이 장관의 발언은 남한의 경제적 성과를 몽땅 북한에 갖다 바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나경원 대변인) 등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동아는 "정부가 북한의 내정간섭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북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라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 기사 옆에 이 장관의 발언 배경을 분석한 <남북관계 위해 북핵 문제 안삼겠다?>를 배치했다.

    동아는 사설 <북 한마디에 즉각 ‘보수타격’ 나선 친북단체들>에서는 "마치 ‘당중앙’의 지침을 따라 외치는 하부 조직의 충성 맹세를 듣는 기분"이라고 썼다. 동아는 "친북단체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반미-반한나라당 세력 결집에 나선 것은 북의 전략에 발맞춰 올해 대통령선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또 "이들이 말하는 평화는 북핵을 머리에 인 채 온갖 뒷돈을 대면서 북의 눈치를 보는 대북 굴종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라고 쓰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관련 사설 <이재정 장관의 어설픈 대북지원 논리>를 썼는데 "이 장관은 ‘북한의 빈곤이 핵실험의 한 원인’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북한의 빈곤이 시대착오적인 체재문제 때문이라는 진단에 토를 다는 사람은 북한 당국자들 외에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 장관이 어설프게 북한 대변인 노릇을 자청하는 모습에 북한 당국마저 뜨악해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4면에서 <"북서 임명한 장관인가">를 보도했고, 조선일보도 4면에서 <한나라 "이통일 해임건의 검토">를 썼지만 한나라당의 공식 논평만 짧게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6면에 <한나라 "친김정일 좌파…물러나라">를 제목으로 뽑아 싣고 사설 <이 통일장관의 어이없는 ‘북빈곤 남책임론’> <친북단체, 북과 손잡고 대선투쟁 나섰나>도 썼다.

    이용훈 대법원장 소득세 탈루…조선 중앙 동아 한국 등 비중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료 5000만 원에 대한 세무신고를 누락해 소득세와 주민세 등 세금 2000여만 원을 내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조선일보 <이 대법원장 세금 탈루>(1면) <사법부 수장 도덕성 논란>(12면), 중앙일보 <누락세금 2700만원 의혹 불거지자 납부>(1면) <사법부 수장 도덕성 타격>(6면), 동아일보 <이대법원장, 수임료 세무신고 누락>(1면) <"실수로 누락" 해명에도 논란 일 듯>(12면), 한국일보 <이대법원장 2000만원 탈세 논란>(1면) <고의누락? 단순 사무착오?>(10면) 세계일보 <이대법원장 소득세 탈루>(1면) <사법수장 도덕성 ‘흠집’>(3면) 등은 해설기사까지 붙이며 주요하게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변호사때 수임료 미신고/ 이대법원장 소득세 탈루>(9면), 한겨레는 <이용훈 대법원장, 변호사때 수임료 신고 누락>(10면)을 상대적으로 작게 보도했다.

    이명박 예비후보에게 당선자 대우…한국 "JP의 오버" 지적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3일 자택을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과공’을 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일보는 <"5년 하시다…다음 정권에…" JP의 ‘오버’>에서 "김종필 전 총재가 이 전 시장에게 대통령 당선자를 대하는 것 같은 ‘과공(過恭)’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재는 "5년간 하실 일이 있다. 그 이상은 욕심을 내지 마시고 다음 정권에서 계승해 줬으면 하는 것은 승계하시고…"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승하기 바란다’는 말만 빼면 현직 대통령이나 적어도 당선자에게나 할 덕담인 셈"이라며 "김 전 총재가 무슨 생각에서 이런 ‘오버’를 했는지 구구한 해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정치인들의 ‘세배정치’의 구태를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지난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 세배를 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대학 재학 시절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을 운동권으로 변모시킨 결정적인 이유라고 당당히 밝히던 그다.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의 기수임을 자처하며 민정계 등에 대한 인적청산을 외치던 크가 1980년대 총칼로 민주화세력을 무참히 짓밟았던 전직 대통령을 찾아 큰 절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이를 두고 ‘독재와 민주의 화합 차원’이라는 식으로 둘러대는 것은 가당치 않을뿐더러 민주와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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