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원가공개 아니라 분양제도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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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03일 04: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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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교통부의 주택계획에는 사람들을 4분류로 나눈다. 소득 1분위, 즉 하위 10%는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며, 이들에게는 주거복지급여 외에는 답이 없다고 밝힌다.

    국민 모두가 분양제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 다음 소득 2-4분위, 흔히 차상위 계층이라 불리며, 이들에게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다. 다음 5-7분위, 주택분양을 통해 내집마련을 꿈꿀 수 있는 집단이다. 다음 8-10분위, 주택정책 대상이 아니다.

    이를 요약하면 1-3-3-3 제도인 셈이다. 그 중 분양제도는 중간계층 30%, 많게는 50%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분양제도’에 목을 매는 이유? 바로 이들의 지지가 정권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국가는 주거복지보다는 주택분양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택분양제도에 돈을 쓰는가? 아니다. 2007년 건교부 예산 중 ‘주택시장안정 및 주거복지향상’에 678억원을 쓴다. 일반회계 세입 158조의 0.04%이다. 기금을 포함하면 내년 정부가 쓰는 돈 중 주택 및 주거에 쓰이는 돈의 비중은 1.9%이다.

    반면 기금융자로 정부가 돈 빌려주는 것은 약 11조로 정부지출보다 3배가 더 많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택시장 및 주거복지부분에서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 돈은 지금까지 주로 건설업체에게 제공되어 왔다.

    주택분양제도의 출발과 종말

    분양제도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77년에 생겼다. 처음 분양제도가 도입된 것은 국가가 돈 안 쓰고 집짓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중동건설로 자본을 축적한 개별자들의 돈을 끌어와 목돈 만들어 집짓는 것이다. 즉, 민간 자본으로 집을 짓는다.

    건설회사에게 미리 돈을 안겨준 선분양제도, 쉽게 말해 구매자는 선불로 집을 산다. 거기에 ‘청약’이라는 입장료까지 받는다. 당연히 문 앞의 ‘어깨’가 있지 않으면 효과 없는 제도이다. 이는 ‘돈’을 가진 물주가 다 지은 집만 사겠다고 버티면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는 두 가지 액션을 준비한다. 하나는 건설업체 죄기, 등록업체, 지정업체 구분하고, 국가에 밉보이는 업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두 번째는 할인제도, 즉, ‘청약으로 돈 걸면 집 30% 할인’이다. 만일 둘 중에 하나라도 기능하지 못하면 분양제도는 무너질 위험에 처한다.

    정부 도움 없이 집장사 할 수 있는 건설업체들이 많아지고, 또 이를 통한 주택공급량이 많아지면 분양제도는 의미가 없다. 또한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주택이 시중 중고 주택보다 비싸질 경우 청약에 돈 거는 사람들은 빠져나가도 이 기계는 멈춘다.

    이러한 관점으로 분양시장을 바라보면 분양제도의 핵심을 볼 수 있다. 80년대 신도시에서 대규모로 물량공세를 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80년대의 호황을 통해 축적된 개별자본이 있었고, 아직 이들은 무주택자였기 때문이다.

    주택분양, 더 이상 돈 들어올 곳도, 이유도 없다

    90년대 초반부터 주택건설 부도가 났던 이유는? 집 살 사람들은 대충 다 샀기 때문이다. 이 때 정부가 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도심 재개발 촉진, 둘째, 오피스텔 규제완화, 셋째, 유주택자도 주택분양받을 수 있도록 확장한 일이다.

    결국 한편으로는 건설업체가 주택분양제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벌고, 다른 한편에서는 주택분양제도의 새로운 돈줄을 마련하는 것이 90년대 주택분양제도 설계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의 주택분양제도의 문제점은? 더 이상 돈 들어올 곳도 없고, 들어올 이유도 없다는 것이 답이다.

    국가가 개미들의 자금을 깔대기로 모아서 건설업체에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를 번호표 매겨 국가가 원하는 계층에게 대출 얹어 싸게 공급하는 것. 이 두 개의 연결뭉치가 분양제도의 핵심이며, 현재 국가 주택정책의 문제점은 이 둘 모두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민간자본이 아니라 공공자본으로 주거복지 차원에서 집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주택분양제도가 살아남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다. 30%할인을 뛰어넘는 50% 할인율, 파격 세일을 통해 집을 장만한다는 환상을 심는 것.

    주택분양은 허구의 중산층을 만들어 내는 환상기계이다.

    분양제도는 허구 중산층 만들어내는 기계

    그럼에도 정부는 망해가는 주택분양제도에 집착한다. 그것은 바로 분양제도가 갖고 있는 경제적인 효과는 사라져도 정치적인 효과는 남기 때문이며, 더 정확하게는 추첨이 갖는 환상유포효과 때문이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주택분양제도를 통해 집을 산 사람들은 실질적인 자산을 형성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주택대출제도에 대한 주택은행의 첫 번째 보고서(1978년)에는 전국민 중 대졸자 비중은 6%도 안되지만 대출받아간 사람의 60% 이상이 대졸자라고 밝힌다.

    한편 분양신청을 한 추첨 대기자들에게는 가상의 ‘위치’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집 10만호를 분양하고 여기에 경쟁률 1:10이라 하면, 100만가구가 추첨을 기다리며 ‘중산층’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번에 당첨만 되면….’, 거기에 순위제가 추가된다. ‘몇년만 더 기다리면….’ 국민의 70%가 중산층이라 믿으며 ‘조금만 더’를 외쳤다. 지금은 더 이상 기다리며 가상의 집단을 만들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결국, 주택분양제도의 열매는 주택금융에 접근하기 쉬운 신중간계급에게 돌아가고, 주택분양의 효과는 곗돈을 끌어오는 전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 ‘분양제도+주택금융’은 경제적으로는 신중간계급형성의 물적토대를 만들고, 정치적으로는 중산층 이데올로기를 만든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가 누구에게 이데올로기를 배포하는가이다. 중간계급을 빠른 시간 안에 형성해야 하는 절박성은 사라지고, 현재는 망해가는 중간계급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분양주택제도가 효용이 있을까? 경제적으로는 효과가 없다. 주택대출이 집값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자본은 주택대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개별자본들이 집에 묶여 버리는 현상을 정부는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만큼 무기력하다. 마치 지난번 집값 폭등에 얽힌 개별자들의 행동은 집단자살사인으로 읽힐 만큼 철저히 자본의 역동에 놀아났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유효하다.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만드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는 ‘타자로서의 임대주택’이다. 이를 통해 주택분양제도가 중산층을 만들었듯이 임대주택을 통해 중산층 이데올로기를 지켜갈 수가 있다. 즉, 중산층이 보기에 ‘우리는 적어도 임대주택에 살지 않는다’라는 환상을 유포함과 동시에 분양주택 이데올로기를 사용하여 그 ‘환상’을 버리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분양제도 폐지하는 게 좋다

    여러 사람들이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신규 공급 중심의 ‘분양제도’ 그 자체에 있다. 분양제도 하에서 정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이권을 만들어야 하고, 공정하게 이권을 배분해야 한다. 과연 국가가 그렇게 도덕적일 수 있나? 불가능하다.

    또한 1970~80년대 중간계급의 물적 자산을 만들어 준 것처럼 지금부터 빈민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분양제도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분양주택제도를 통해 주거복지를 실현한다고 하며 실제로 정부가 하는 것은 민간에게 폭리를 보장하며 좋은 일 하겠다고 삥 뜯는 일이다. 주거복지 실현하겠다고 민간개발 허용하고, 이로 인해 쫓겨나는 세입자를 양산할 뿐이다.

    1-3-3-3, 하위 40%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주택분양이 아니라 주거복지여야 하고, 여기에 맞추어 주택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담론 전환이 가능한가?

    이를 막는 것은 주택정책을 정치적으로만 사용하는 집단들이며, 이 중에는 좌파 집단들도 일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좌파가 중산층을 껴안아야 할 만큼 수권능력이 있는가? 우리에게는 멋진 제도를 만들고 법안을 발표하는 것보다 주거 빈민들 속에서 눈물 흘리는 국회의원이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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