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파와 실용파의 부도덕한 동거"
        2007년 01월 03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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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자주 맞선다. 주로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물론 둘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각자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뿐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전에 김 의장이 공공적 접근을 강조하면 오후에 강 의장은 시장원리를 얘기한다. 오늘 김 의장이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주장하면 다음 날 강 의장이 반대한다.

       
      ▲ 김근태 의장 (사진=연합뉴스)  
       
       ▲ 강봉균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전월세 인상율을 5%로 이내로 묶는 문제를 놓고도 둘은 다른 얘기를 한다. 대지임대부분양제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게다가 둘 다 자신의 생각대로 당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도무지 당론이 뭔지 모르겠고, 뭐가 될지 알 수 없다.

    부동산 문제를 놓고 둘이 다투는 모습은 지난 4.15 총선 이후 지겹도록 반복돼 온 ‘개혁/실용’ 대립의 압축판이다. 출총제, 이라크 파병, 대북정책, 한미FTA, 여당이 불협화음을 낸 정책 목록은 수다하다. 강 의장은 2일 김 의장의 ‘역린’인 대북포용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여당 사람들이 대립과 갈등의 체질을 타고난 게 아니라면 이런 반목에는 어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 집단의 혼거를 그 이유로 꼽는다. 

    재미있는 건 김 의장과 강 의장 모두 ‘통합신당파’라는 사실이다. ‘통합신당파’의 구상은 ‘열린우리당 + 고건 전 총리 + 민주당 + 시민사회 + 알파’의 세력을 만들어 한나라당에 맞서는 것이다.

    정봉주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통합신당은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폭 넓은 세력을 담는 그릇"이다. 이게 여당의 반목을 확대재생산하겠다는 얘기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정봉주 의원은 "일단 당론으로 결정되면 승복하고 따르는 당내 문화"를 정착시키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껏 정착되지 않던 그런 문화가 더욱 ‘열린’ 조건에서 어떻게 정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통합신당이 그저 사적인 모임에 불과하다면 굳이 관심가질 이유가 없다. 문제는 통합신당은 공당을 지향하고 있고, 공당의 소모적 반목과 그에 따른 무능이 공적으로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국민들은 지겨울 정도로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여당 의원들이 써댄 대국민 반성문이 대체 몇 장인가.

    물론 통합신당파는 이런 부담을 덜어도 좋을 듯 하다. 지금 추세라면 국민들이 통합신당을 여당으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의 허황됨과 해악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지금 여당의 낮은 지지율과 통합신당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은 공연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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