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협회 “국민의힘
    사과와 황상무 해임 촉구”
    두 번째 TV토론, 국힘 거부로 무산
        2022년 02월 07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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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선후보 두 번째 TV토론이 국민의힘의 거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측은 기자협회와 주관 중계방송사인 JTBC가 ‘좌편향돼 토론에 참석할 수 없다’며 협상을 결렬시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기자협회와 JTBC 측은 공식 성명까지 배포해 국민의힘에 공식적인 사과와 토론 실무협상장에 나와 문제의 발언을 한 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등 4당 관계자는 지난 5일 토론 주제와 형식, 진행자 선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이 자리에서 윤 후보의 건강상 이유를 들어 이미 확정된 토론회 일정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이 거부되자 국민의힘은 TV토론 주최·주관사의 편향성 시비를 제기하며,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6개사가 합동으로 개최할 경우에 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에 참여한 KBS 앵커 출신의 황상무 단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V토론 실무협상에 대해 “협상은 내가 결렬시키고 나왔다”며 “주최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국힘 “기자협회. JTBC 편향성 주장은 황상무 단장의 개인 의견”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TV토론 협상실무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기자협회와 JTBC 편향성 시비는 황상무 단장의 사견이라고 일축하면서도 JTBC독점 중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표출했다.

    성일종 의원은 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그런 부분(기자협회에 대한 편향성 문제 제기)에 대해선 (황상무 단장의) 개인적 의견”이라며 기자협회 측에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JTBC에 대해서도 “분명히 (황 단장의) 개인 의견”이라며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거나 혹은 후보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의 건강상의 이유로 토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선 “지방 일정이 많아서 컨디션을 고려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말이 크게 와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 의원은 윤 후보가 토론을 회피한다는 다른 당들의 비판에 대해 “윤석열 후보께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TV토론을 통해 후보 자질, 역량, 국가 비전에 대해 국민들에게 올바른 판단 기회를 드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저희가 (토론 개최 날짜로) 10일과 11일 두 개를 드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방송들이 국민들한테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 종편 4사와 보도채널 2개까지 해서 6개 채널들이 국민들한테 판단의 기회를 드리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며 “공평하게 종편 4사가 심지뽑기를 해서 주관사를 선정하는 게 맞고,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 “국민의힘, 토론 협상 판 깨러 나온 것 같았다”

    편향성 시비가 사견이라는 국민의힘 측 해명에 대해 기자협회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대표하고 윤석열 후보를 대리해서 룰미팅에 나온 분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애기를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편향성 문제에 대해선 기자협회 측이 자료까지 제시하며 해소해 협상이 결렬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협상 자리에서 기자협회가 민주당 비례의원을 추천했다는 이유로 ‘좌편향 됐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비례의원 추천 의뢰를 받은 당시) 반발이 있어서 언론노조나 PD연합회는 추천 철회를 했고, 기자협회도 고심 끝에 추천 철회를 했다. (그런데 황 단장이 사실관계를 잘못알고) ‘왜 기자협회만 추천 철회를 안 했느냐’고 따지길래 기사를 갖다 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랬더니 (황 단장은) ‘내가 좀 다른 기사를 봤다, 착각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당시 협상 자리에 있던 관계자가) ‘공정성 문제가 해소된 거냐’고 물었더니 황 단장이 ‘해소됐죠’라고까지 얘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이 제기했던 토론회 진행자 문제도 기자협회 측은 양보하기로 했으나, 다시 기자협회와 JTBC 공정성 문제를 따지고 들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JTBC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황 단장은) ‘지금 사장이 손석희 사장 아니냐. 그분 편향적이지 않냐’ 이런 뉘앙스로 발언을 했다. 옆에 있던 분이 ‘지금 손석희 사장 아닙니다’ 했더니 그 다음엔 ‘기자협회는 주최 측에서 빠져라’ 이런 황당한 주장을 했다”며 “그 당시 황상무 단장 태도는 한 가지 문제제기하면 또 다른 문제를 꺼내서 마치 협상을, 판을 깨려고 나온 사람과 같은 행동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1일 (토론 일정)에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또 변수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협회·JTBC, 황상무 단장 해임 촉구
    “황상무, 기자 그만두고 국힘으로…누구한테 편향적이라 하나”

    기자협회와 JTBC는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힘 측의 공식 사과와 황 단장 해임을 요청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황 단장은 본인 스스로 기자협회 회원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황 특보는 좌편향 단체에 소속됐었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협회는 “황상무 단장은 공영방송인 KBS 9시뉴스 앵커 출신이다. 그가 KBS 뉴스를 진행할 때 시청자들은 그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물로 신뢰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는 지금 어디에 몸담고 있는가. 기자를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정 정당에 들어갔다. 과연 누가 누구한테 편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일종 단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황 특보를 즉각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배제하라”며 황 단장을 향해서도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글로 한국기자협회와 김동훈 회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황 특보가 기자협회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항의 방문, 국민의힘 취재 거부, 황상무 특보 항의 전화 걸기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항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협회 JTBC지회도 같은 날 낸 성명에서 “구태정치 답습”, “낡은 언론관” 등의 표현을 동원해 국민의힘을 강력 비판했다.

    JTBC는 “황 단장은 JTBC 뿐 아니라 JTBC에 소속돼 현장에서 ‘팩트’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 전체를 모독했다”며 “한국기자협회 JTBC 지회는 발언 주체인 황 단장과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하며, JTBC 기자들에 대한 사과와 황 단장 거취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JTBC는 “이번 TV 토론 무산 사태에서 국민의힘이 드러낸 것은 좌와 우를 가르며 네 편과 내 편을 따지는 ‘낡은 언론관’”이라며 “구태정치를 답습해 민심이 등을 돌렸던 지난날 과오를 잊고,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이대니 한심한 노릇”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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