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보다 '폭로전'에 주목하는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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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02일 05: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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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12일만에 파경을 맞은 탤런트 이민영·이찬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결혼 취소에 이어 이찬씨의 폭행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이민영씨 쪽의 주장과 "쌍방 폭행이 있었다"는 이찬씨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민영씨 변호인인 김재철 변호사(법무법인 백상)는 1일 "이민영씨는 2006년 12월31일 폭행으로 인한 코뼈 접합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인 상태"라면서 병원에 입원 중인 이민영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이찬씨가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폭행을 했었다’는 이민영씨의 주장을 일정정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양쪽의 ‘공방’ 중계 불가피한 측면 있지만 공방이 전부는 아니다

    이민영씨는 이에 앞서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식 즈음에 임신 4개월 상태였고, (아기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 때문에 결혼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이찬씨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했지만 매번 다음날이면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스포츠월드 1월2일자 1면  
     

    반면 이찬씨의 해명은 다르다. "쌍방간의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따귀를 7∼8차례 주고 받았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오히려 이민영씨의 어머니가 (자신을) 따귀로 2∼3차례 때리고 발로 얼굴을 걷어찼다. 이민영씨의 오빠가 머리를 주먹으로 20대 정도 때렸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변호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사안은 탤런트 부부가 결혼한 지 12일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점, 그리고 폭행사건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양쪽의 공방에 지나치게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이민영씨와 이찬씨가 서로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방 위주의 보도가 불가피한 점도 이해는 되지만 어느 스포츠신문의 제목처럼 이번 사건을 ‘진흙탕 진실게임’으로 ‘규정’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는 진단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폭행으로 인한 유산 여부로 모아진다. 이 점은 양쪽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폭행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찬씨의 ‘주장’대로 "쌍방간 폭력"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쪽(여성)은 코뼈 접합 수술을 받고 눈에 멍이 든 채로 병원에 입원 중이고, ‘쌍방 폭력’을 당했다는 다른 한쪽(남성)은 일단 외형상 아무런 ‘피해’가 없을뿐더러 출연 중인 드라마도 정상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가정폭력’ 문제는 가리고 ‘폭로전’ 양상으로

       
      ▲ 한국일보 1월2일자 10면  
     

    굳이 "따귀를 때렸다는 이찬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이민영씨의 재반박에 방점을 찍을 필요는 없지만 언론이 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언론의 언급은 거의 없다.

    문제점은 또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이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개그우먼 이경실씨와 김미화씨, 탤런트 최진실씨에 이어 이번에 이민영씨까지 연이어 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은 ‘연예인 가정폭력’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자(2일) 한겨레가 지적했듯이 연예인 가정폭력의 경우 "이미지를 목숨처럼 여기는 연예인들이 참다못해 불화사실을 공개하는 것이어서 아주 심각한 폭행이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일상적인 폭행'(그것이 이찬씨의 주장처럼 쌍방폭행이라 하더라도)이 이어져 지금의 ‘파경’을 불렀다는 점, 그리고 사안 자체가 연예인의 사생활이란 점에서 언론의 진단이 보다 신중해야 함에도 언론은 양쪽의 주장만을 실어나르면서 파문을 확산시키는 데만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SBS의 ‘침묵’ 

    한편 이번 사건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음에도 유독 SBS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이찬씨가 출연하고 있는 SBS 드라마 <눈꽃>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찬씨의 출연 중단을 요구하는 누리꾼들의 항의성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이찬씨 연예계 퇴출을 요구하는 네티즌 청원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SBS는 아침뉴스의 ‘윤영미 아나운서의 연예소식’ 코너에서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관련 내용을 ‘잠깐 언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안 자체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자사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뉴스에서 관련 내용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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