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의 손을 거치면 정치 된다?
    2007년 01월 02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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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소설가 이문열씨의 신작 호모엑세쿠탄스의 출판 간담회가 열렸다. 
 

선거철의 전령사. 이문열씨(58)가 돌아왔다. 정치화를 극복하고 문학화를 회복하기 위해 2005년 12월 미국 버클리에 갔던 소설가 이문열씨가 386 세대와 현 정권의 비판을 담아 출간 전 부터 논란을 빚은 25번째 장편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처형하는 인간이라는 의미, 민음사)와 함께 한국에 왔다.

이문열씨는 2일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출판 기자 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정치적 논란과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대선을 일 년 앞 둔 시점에서 이미 출간 전부터 숱한 정치적 논란을 빚은 지라 이날 간담회에는 각종 언론사들이 몰려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만큼 그 열기가 뜨거웠다.

이런 관심에 이씨도 "간담회를 여러 번 했지만, 오늘같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경우는 처음이다. 무슨 사단이 난 것 같다"면서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문학’ 대신 ‘정치적 내용’을 담은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했다는 듯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어 그는 "작가는 대선 때 소설도 못 쓰느냐? 난 그저 재미있는 소설 한 권을 썼을 뿐 정치의 차용은 소설의 한 장치이다" 라며 "구원과 해방 그리고 당대적 문제 해결이라는 말이 점점 더 동의어가 돼가는 우리 사회의 종말론적 인식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종말론이란 새로 열릴 세상에 대해 품는 사람들의 열망과 이상을 싣기 위한 배"라고 밝혔다.

지난 해 봄호부터 계간지 <세계문학>을 통해 연재된 ‘호모 엑세쿠탄스’는 2003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서울을 배경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인 무허가 비닐하우스 촌의 젊은 보일러공과 적 그리스로도 묘사되는 정체 모를 시민 단체 ‘새여모'(386 운동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무리들의 죽고 죽이는 처절한 투쟁을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정치하게 어우러지며 해방과 구원의 문제를 밀도 있게 성찰했다는 것이 이씨의 변이다.

문학? 혹은 정치?

이에 앞서 각종 언론과 문학 평론가들은 ‘호모 엑세쿠탄스’를 놓고 문학인지 정치인지에 대해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그 과정을 지켜 본 이 씨는 "소설이 현실 정치를 발언해서도 안 되고, 소설에 작가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이 희한한 소설론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이냐?"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또 "게다가 더 알 수 없는 일은 소설에 현실 정치의 문제를 수용하는 일을 무슨 괴변이라도 되는 양 핏대를 세우는 이들일수록 지난 시대 그들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소설은 어김없이 정치적이었다. 이른바 거대 담론 시절의 현대 소설 수작치고 한국 정치의 득실을 따지고 있지 않은 작품이 얼마나 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그는 "아무리 몸을 낮춰 살펴보아도 그것은 문학적이지도 문화적이지도 못한 비방이자 염치없고 상식 없는 정치적 시비이다. 막말로 엎어져도 왼쪽으로 엎어져야 하고 자빠져도 진보 흉내를 내며 자빠져야 한다는 소리인가?"라며 "진보 좌파만 해버리면 골치 아프다. 내가 기꺼이 보수나 우파를 감내하듯, 그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씨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1년 전이고 또 상대도 나타나지 않아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대중들이 현재를 종말론의 시기라고 보고 있고 난 그걸 소설로 대신 한 것 뿐”이라며 "어떤 것들은 나갔다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지금 현 정권은  많은 면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한나라당에 맞선 여당의 대선 상대와,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캐묻자 "그냥 짐작만 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논란에 대해 "지난 5년간 비참한 측면도 있고 굉장히 소모적이어서  글쓰기에 부담이 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내가  호전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또 그는 "이번 대선에 한국에 있을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미국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 있다고 해도 거리만 멀 뿐 문화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더라. 오히려 미국에 있으면 무언가 발언을 했을 경우 수정이 안 돼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나쁘고 불편하다"라며 행간의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소설은 민음사에서 3권 분량의 단행본으로 출간 돼 약 4만부가 팔렸으며, 이씨는 1월 중순 다시 미국 보스턴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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