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환경 제국주의' 시대 도래
    By tathata
        2007년 01월 02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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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와 정보통신부가 지난 12월 한 달 동안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때 맞춰 발표된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1천만대 가량의 폐휴대폰이 수거되지 않았다고 보고됐다.

    이러한 전자폐기물이 일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소각되거나 매립될 경우에는 토양과 지하수, 그리고 공기 중에 심각한 유해물질 방출하게 된다고 한다. 폐기된 휴대폰에는 납, 카드뮴, 수은과 같은 발암성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단 폐휴대폰 만의 문제가 아니다. 휴대폰만큼이나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으면서 동시에 그 부피는 훨씬 더 큰 탓에 엄청난 양의 전자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 역시 수많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의 브라운관에는 약 1.8kg의 납이 들어 있고, 회로기판에는 납과 수은 및 크롬 등 중금속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의 경우 한 해 약 6천만대, 세계적으로는 약 1억 3천만대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해마다 발생할 컴퓨터 폐기물과 이에 함유되어 있는 독성 물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컴퓨터는 독극물이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전자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될 경우 발생할 환경오염은 생태계와 인간 모두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 환경정책에서 전자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는 중요 관심 분야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선호되는 정책 프로그램은 역시 전자폐기물의 재활용 방안이다. 전자폐기물에는 독성 물질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이나 구리, 주석, 니켈 등 매우 유용한 금속 자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 소각이나 매립이 아닌 재활용 과정을 통해서 귀중한 자원을 수거하는 동시에 잔여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안은 매우 효과적인 환경정책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렇듯 ‘꿩먹고 알먹고’처럼 보이는 재활용 정책이란 것도 실제 현장을 보면 결코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활용이 비록 중요 환경 정책이라 하나 이의 실행은 기본적으로 산업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재활용 산업이란 것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을 통해 회수된 자원으로부터 확보되는 이윤이 자원 회수 공정 및 잔류 폐기물의 적정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상회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당연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원 회수 공정상 안전장치의 미흡이나 잔류 폐기물의 부적절한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는 끊임없이 건강 피해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가장 심각한 오염 지역으로서 신속한 오염 복구 대상이 되는 ‘슈퍼펀드 구역’(1980년 미국이 제정한 슈퍼펀드법에 기초해, 토양오염지역을 정화구역으로 선정 유해폐기물 처리기금을 지원하는 지역을 말함 -편집자) 중 상당수가 재활용 산업이 입지해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 폐기물 재활용 산업 역시 이러한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선적된 400톤가량의 독성 폐수는 약 300,000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정상적 처리 대신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인 아이보리코스트로 이동되었다.
     
     

    경제적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문제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심각해졌다. 전자 폐기물의 환경적 위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의 환경정책 당국은 이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위해 규제 정책을 강화했다.

    지역의 환경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재활용 시설의 입지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또한 거세졌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재활용 산업은 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규제 정책이 엄격하지 않은 입지를 모색하게 되는데 그들은 그 해답을 다름 아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찾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빈국, 쓰레기 처리장으로

    노후한 재활용 공장의 이전이나 더 주요하게는 전자폐기물을 직접 개도국에 수출하는 것이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주요한 전자 폐기물 처리 정책이라는 점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전자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감시하는 민간단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2년 현재 재활용 대상 컴퓨터의 약 80%인 1천만대 가량을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도 약 60%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신흥 IT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역시 전자폐기물 수출국의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환경법상 엄연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최대 규모의 전자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 광동성의 농촌 지역인 구이유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독성 전자폐기물 수출의 경제 원리는 매우 단순 명료하다.

    제대로 된 재활용 시설이 없는 공간에서 안전 마스크도 없이 하루 종일 플라스틱을 녹이고 회로기판과 마이크로 칩을 산성 용액에 담그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일당은 1.5달러이다.

    금속 수거를 위해 전자폐기물을 녹이고 부식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가스와 독성 먼지는 중추 신경장애, 아동들의 발달 장애, 생식 기능 장애, 그리고 암 등을 유발하여 여성과 아동이 상당수 포함된 개도국 재활용 노동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돈이 되는 금속을 수거한 남은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면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은 공기 중에 수은, 다이옥신 등을 방출하고 토양과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 시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이차적으로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21세기 환경 제국주의 시대 도래하나

    지난 2006년 9월 아이보리코스트의 최대 도시인 아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독성 폐기물의 수출이 야기할 수 있는 위협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선적된 400톤가량의 독성 폐수는 약 300,000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정상적 처리 대신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인 아이보리코스트로 이동되었다.

    아비장의 17개 매립장에 처분된 이 독성 폐기물에서 발생한 치명적 독가스로 인해 최소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10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진료를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자 폐기물의 수출은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하이테크로 인한 온갖 혜택을 누리는 선진국들이 정작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독성 폐기물의 처리를 일방적으로 가난한 나라로 떠넘긴다는 점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환경적 부정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식민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력으로 식민지의 자원과 노동을 착취했던 것처럼, 선진국들이 자국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자국 국민들의 환경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나라 민중들에게 환경적 위해를 일방적으로 전가한다는 점에서 환경 제국주의의 한 유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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