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④
    경제적 경쟁의 시험대 :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2022년 01월 27일 10: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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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국제 정세와 한국 대선 :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0 요약
    1. 미국의 초당적 대중국 정책: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경쟁
    2. 조지프 나이의 ‘협력적 경쟁’
    3. 가치 경쟁의 시험대: 민주주의 정상회의
    4. 경제적 경쟁의 시험대: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5. 안보 경쟁의 시험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과 대만 문제
    6. 한국의 ‘안미경중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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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경제적 경쟁의 시험대: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2020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중국은 WTO의 개방적이고 시장지향적인 접근법을 수용하고 이 원칙을 무역시스템과 제도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WTO 회원국들은 중국이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중국은 경쟁 기반 무역과 투자의 규범과 관행을 내재화하지 않고, 대신 WTO 회원국으로서 누리는 이익을 악용하여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반면에 자국 내수 시장은 체계적으로 보호했다. 중국의 경제정책은 세계 물가를 왜곡하고, 중국이 자국 기업에 제공하는 불공정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경쟁자들을 희생시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생산과잉을 초래했다. 중국은 무역과 투자에 대한 국가 주도의 중상주의적 접근방식과 비시장적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히 문제가 되는 중국의 불공정한(보고서는 ‘약탈적’이라고 썼다) 경제관행은 무엇인가. 2018년 미 무역대표부(USTR)은 네 가지 우려를 표명했다. 첫째, 중국의 정책은 (중국의 지방기업과)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이 기술을 이전해야만 하는 인센티브를 창출했다. 둘째, 일련의 중국의 법과 규제는 미국기업이 중국기업에 대해 비우호적이고 비시장적인 조건으로 기술 라이센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했다. 셋째, 중국 정부의 대외투자정책(즉 미국기업 인수)은 미국 기술을 불공정하게 취득하려는 광범위한 산업정책의 일부다. 넷째, 중국 정부는 미국기업의 상업활동에 대한 사이버-침입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지지했다. 이는 중국이 상업비밀과 경영정보를 훔치게 한다.(1)

    여기서 미국과 중국의 가장 명백한 의견 차이는 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중국기업과 외국기업 간 합의가 진정으로 시장에 기반한 상호거래인가, 아니면 부당한 정부개입인가 여부다. 한쪽에서는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협상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정부개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장이라면 외국기업은 ⓵ 중국으로 상품을 수출할지, 아니면 ⓶ 중국 영토 내에 자신의 기업과 생산공정을 구축할지, 또는 ⓷ 중국과 합작투자에 참여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이 모든 게 가능하다면, 외국기업에 기술이전 협정을 강요하는 게 어려울 것이며, 기술이전을 받더라도 일반적인 ‘시장의 조건’에 맞추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국 수출이 금지되고, 또한 외국기업이 100% 지분을 소유하는 투자도 금지될 때, 이러한 시장진입 장벽은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2)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이러한 기존 경제관행을 중단한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18년 미국과 10여 개 국가들은 지적 재산과 비즈니스 기밀 정보를 목표대상으로 하는 세계적인 컴퓨터 침투 사건들이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조직들의 소행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중국이 2015년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여러 국제협정을 체결했으나, “전 세계 위조품의 63%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좌파적 시각에서 볼 때,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주도해 구축한 현재의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 체제가 지식과 기술의 확산을 막고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특허권이라는 규칙을 깨고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첨단기술을 빼내서 자국기업에 넘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모든 특허권을 약화시키고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빼낸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중국 기업의 지식과 기술은 철저히 독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관련한 특허권에 대한 한시적 유예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유럽 기업의 백신 개발 기술을 중국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생산한 백신을 기부하거나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에 대항하는 동맹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백신이 인류의 공공재라고 말해놓고서 중국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기술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중국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어쨌든 중국의 행태에 대한 우려는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이 공유하는 바다. 쟁점은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과연 트럼프의 접근법은 적절했는가, 부적절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앞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1)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적절했는가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크게 보면 두 가지 갈래가 있다. 하나는 △2017년에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논거로 철강, 알루미늄 수입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나 유럽연합, 일본도 포함되었다. 또 하나는 △2018년에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근거로 중국에 관세를 부여한 것이다. 여기서 불공정행위란 위에서 언급한 USTR의 네 가지 우려를 뜻한다. 바로 이 두 번째 갈래가 본격적인 미중 ‘무역전쟁’을 뜻한다. 이 외에도 △2017년에 (1974년 무역법 201조에 따라) 미국 산업보호를 근거로 태양광·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여기에도 한국기업이 대상에 포함되었다,

    2018년에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중국 경제관계: 갈등에서 해결책으로』라는 정책 브리프를 발표했다. 여기에 실린 첫 번째 글, ‘미중 무역분쟁 해결을 향한 진실’은 열 가지 기본 명제를 제시했다.(3)

    1. 경제성장의 감속은 중국과 미국의 집요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국제무역은 경제성장의 감속을 유발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무역분쟁에 관한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조치는 반생산적이다.
    3. 세계무역기구(WTO)와 여타 다자적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다룰 수 있는 경제적 분쟁은 그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다루어야만 한다.
    4. 현재 이슈의 일부, 특히 기술이전 문제는 WTO에서 해소될 수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합의가 달성되어야만 한다.
    5. 양자 간 무역적자는 무역정책이 대상으로 삼는 합리적이거나 유용한 목표가 아니다.
    6. 합의는 상업적 행위나 정부의 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지, (관리무역이라고 알려진) 경제적 결과에 관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7. 중국과 미국이 중국의 경제개방에 관해 (검증할 수 있는 규칙이 따르는 방식으로) 합의할 수 있다면, 이는 양국 경제에 이익을 줄 것이다.
    8. 중국기업은 첨단기술 부문을 포함해, 어떤 부문이든 간에, 미국기업과 경쟁하며 성공할 권리를 지니지만, 미국 기술을 이전 받을 권리를 지니지는 않는다.
    9. 미국은 국제경제 거버넌스에서 중국의 점증하는 역할을 거부하거나, 봉쇄하려 해서는 안 되며, 미국은 국제적인 제도를 창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바, 그러한 제도에서 철수해서는 안 된다.
    10. 장기적으로 볼 때, 쌍방의 국경을 넘는 직접투자 확대는 미중 경제관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제성장 감속은 장기적 추세이며 핵심적으로는 노동생산성 성장의 감속에 기인한다. 중국도 미국에 비해 완만하지만 내부적 요인, 예를 들어 풍부한 노동력의 감소와 같은 요인에 의해 그러한 감속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외국과의 무역 그 자체가 성장의 감속이 나타나는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없다. 오히려 무역이 막힌다면 양국 모두 경제성장 감속이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위협은 반생산적이다. 관세는 미국의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산 중간재를 필요로 하는 미국 생산자에게 해를 가할 것이며(중국산 소비재는 주로 저소득층이 구매하므로, 이러한 관세는 역진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중국의 보복관세를 유발할 것이므로 경제성장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미중 간 경상수지 불균형(또는 세계적 불균형)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라는 경제변수 그 자체가 직접적인 협상 목표가 될 수는 없다.(4) 중국은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대규모 흑자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확실하고 바람직한 방법은 국내정책의 변화인데, 특히 순국민저축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일시적 차입을 통해서 대규모 재정팽창을 반복한다면 무역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재정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중국의 행동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고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쟁점이 있다. 그런데 세계무역기구(WTO)는 그야말로 무역 관련 이슈를 다루기 위해 탄생했다. 미국은 WTO 분쟁 사례에서 거의 승소했다. 중국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나더라도 대체로 준수했다. 법적 위상을 지니는 결정이 지닌 힘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WTO나 여타 다자적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물론 WTO가 출범한 후 수십 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 특히 기술 문제를 다루기에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양자 간, 다자 간 협상을 반드시 시작할 필요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WTO가 이러한 이슈를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USTR이 제기한 우려를 살펴보면,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서 접근 가능한 것도 있다. 특히 첫 번째 우려, 즉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시장진입 장벽 문제도 중국이 WTO 가입 협약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는 중국 국내부품 사용, 기술이전, 연구개발과 같은 요구조건에 의해 제한될 수 없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우려, 즉 비우호적, 비시장적 기술 라이센싱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 우려, 미국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획득이란 문제는 WTO 규칙이 투자 문제를 다루지 않으므로, <외국인 대미투자에 관한 위원회>(CFIUS)를 통해서 기업 취득을 통한 기술구입을 합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네 번째 우려(사이버 스파이)는 무역조치가 아니라 안보활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행정부는 관세전쟁이 아니라 WTO 규칙이나 협상을 선택할 수 있었다.

    넷째,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양자 간 협상을 하더라도, 주제는 중국 기업이나 정부의 어떤 행동을 규제할 것이냐가 되어야지, 무역적자 규모를 얼마나 감축할 것이냐, 미국이 보호해야 할 산업이 무엇이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후자의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중국은 미국을 달래기 위해 무역관리(managed trade)로 접근할 수 있다. 즉 중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을 자제하겠다던가, 미국산 제품을 얼마만큼 구매하겠다는 식의 타협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역적자와 같은 경제적 결과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제시한 특정한 목표치가 상황이 바뀌면 경제적으로 최적이 아닐 수도 있다. 나아가 이런 접근방식은 문제의 근원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라는 미국이 추구해온 원칙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브리프의 두 번째 글 ‘트럼프의 일방적 무역정책에 따른 자해적 상처의 축적’은 말 그대로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미국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자해적’ 결과를 낳는다고 진단했다.(5)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입관세에 따라 미국 소비자와 생산자가 입는 피해, 중국의 보복관세에 따른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국제협력에 끼치는 악영향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도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만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라는 사례처럼 동맹국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했다. 또한 WTO 상소기구 성원 임명을 봉쇄하고, WTO 규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안보’를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것인데, WTO의 규칙에도 국가안보 관련 조항이 있으나, 역사적으로 이를 활용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WTO를 무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의 잘못된 행태를 바꾸기 위해 실제로는 국제협력이 가장 중요한데, 동맹국과 WTO에 대한 무시는 국제협력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된다.

    종합해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국제질서를 무시하면서 매우 협소한 의미의 국익을 추구하면서도, △무역적자 감소와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사실상 매우 부적합한 목표를 추구했다,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WTO와 여타 다자적 메커니즘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메커니즘 내에서 새로운 의제를 다루기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개시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2)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가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가. 올해 초까지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유무역 증진을 위한 다자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6) 그렇지만 2021년 10월에 이른 시점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는 바이든의 무역정책이 무엇이라 정의하기 어려운(elusive) 정책이라고 평가했다.(7) 왜 그런가. 그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그는 바이든의 무역정책이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킨다고 말하는데, 두 개의 거대한 국내 인프라 투자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무역정책의 결정 문제는 일단 기다리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두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10년간 약 3조 달러가 지출될 것이므로 의회에서 매우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계획을 가장 중요시했기 때문에, 무역정책에 대한 논쟁이 불거져서 초점을 흐리기를 바라지 않았다는 뜻이다.(8)

    실제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내 진보파는 무역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을 반대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진보파는 무역정책이 무역상대국에서 노동권과 젠더·인종 평등을 증진하도록 교역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역정책이 주변으로 밀려난 미국 지역사회의 상황을 개선하고, 기후·환경 목표를 달성하고, 미국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향상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도 이 모든 의제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핵심 법안에 진보파가 반대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일부 관측가들은 법안이 통과된 후, 2022년 초부터 무역정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다시 중간선거가 다가온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2022년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고 상원도 그렇다. 현재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애정과 중국에 대한 공포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시장을 개방한다는 제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팔아넘긴다는 거센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 캐서린 타이는 화려한 언변으로 현 상황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녀는 무역상대국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면서도, 미국 민주당 진보파나 보호주의 세력을 불안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타이 대표가 취한 행동의 3/4은 트럼프 행정부의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의 정책과 거의 동일한데, 다만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줄 뿐이다. 예를 들어,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트럼프의 ‘국가안보’ 관세는 여전히 존재하되, 관세율 할당제로 전환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올라가고, 유럽연합의 생산자가 수입차익(quota rent)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9) 미국 철강협회와 철강노조가 이러한 합의에 박수를 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7년간 이어져온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관세분쟁도 마찬가지인데, 분쟁 휴전기간을 5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10) 중국으로부터 오는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도 유지되고 있다. 중국산 중간재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의 곤경을 구제하기 위한 아주 약간의 예외만 있을 뿐이다.

    [그림] ‘1단계 합의’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고, 무역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조금 넘어설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에 대해 8개월에 걸친 평가를 마친 후, 2020년 초에 중국과 서명한 이른바 ‘1단계 합의’를 계속 강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한 중국의 약속을 완전히 이행케 하는 것도 포함된다.(11)

    아마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10월 14일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한 말이다. 이때 타이 무역대표는 ”우리는 모두 WTO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WTO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 번도 WTO를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12)

    그렇지만, 타이 대표는 미국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게, 특히 상대국의 장벽과 함께 낮추는 게 미국 경제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타이 대표의 연설은 무역정책에 있어서 ”노동자를 중심에 둔다‘(worker centric)는 말을 반드시 빠뜨리지 않는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의미하며, 또한 철강노조가 찬성하지 않는 한 철강수입에 대한 장벽을 낮추지 않으며, 존스 법(Jones Act)을 개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20년에 통과된 존스 법은 미국 영토 내 지역 간 해상운송의 경우,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 선원이 운항하는 미 국적선이어야 한다는 법이다.)

    또한 타이 대표는 호주가 제안한 인도-태평양 디지털 협정에 대해서도, 거대 테크기업에 이익을 줄 뿐이라며 비관적이다.(13) 그 대신 타이 대표는 외국의 노동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에 매우 적극이다. 멕시코 GM공장 노동조합 투표를 둘러싼 분쟁에서 노동자의 결사·단체교섭의 권리를 옹호하면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담긴 ’노동 신속대응 메커니즘‘을 활용했고(14),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강제노동을 다루는 조항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15), 역시 강제노동을 문제로 삼아 중국 신장 지역에서 오는 수입품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16)

    그렇지만 타이 대표가 주도하는 WTO 협상은 국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만한 주제로 제한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공동이니셔티브‘가 그러한 사례일 터인데, 하지만 실제로 협상 타결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17) 또한 타이 대표는 WTO의 분쟁해결 체계의 부활을 WTO 내에서 여러 무역협상이 진전되기 위한 조건으로 삼았는데,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의미 있는 타협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2022년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변화할 것인가?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청을 내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잃게 되면 공화당이 무역촉진권한(TPA)을 갱신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중국이 CPTPP에 가입신청을 냈기 때문에, 미국이 CPTPP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지정학적 동기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의회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행정부 사례처럼 중간선거 후 협상을 개시한 후, 차기 대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3) 선택의 기로에 선 바이든 행정부: CPTPP와 WTO 각료회의

    반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같이 무역자유화를 지지하는 싱크탱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더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언급한 것처럼 2021년 9월 16일,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이라는 현안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이 가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는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는 대만의 CPTPP 가입에 대한 대응전략일 수도 있다. 8월에 일본 관리는 대만과 CPTPP 가입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실제로 9월 22일 대만이 가입신청을 했다. 대만도 2002년에 WTO에 가입했는데, ‘대만, 펑후, 진먼·마쭈 개별관세구역’이란 명의를 썼고 이번에도 그러했다. 이날 중국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를 대거 투입해 무력시위를 했고, 중국 외교부도 “대만이 어떤 공적인 성질을 띤 협정이나 조직에 참여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어쨌든 중국의 가입신청으로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은 그 신청을 거절하여 중국을 고립시키라고 11개 가입국에 요청할 것인가, 그러면서 중국의 행동 변화를 촉구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도 가입을 신청해서, TPP를 부활시킴으로써 중국의 경제개혁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피터슨연구소는 물론 미국의 가입신청이 더 영리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18)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막으려고 시도했으나, 난처한 결과만 얻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이 AIIB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 동맹국들은 오히려 중국이 공격적인 대출활동을 피하고, 다른 다자기구와 협력하도록 은근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장 미국이 가입하지 않더라도, 현재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호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중국의 가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가입이 계속 미뤄지고 어느 시점엔가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가입하게 된다면 중국이 훗날 미국의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현명하고도 신속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결론이다.

    또 하나는 WTO 각료회의라는 계기다.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격인 각료회의가 4년 만에 올해 12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금 무기한 연기되었다. 피터슨연구소는 각료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에서 지도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9) 트럼프 행정부가 WTO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행동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미국의 지도력은 심각하게 추락했을 뿐만 아니라 WTO가 기능마비라 불릴 만한 상태로 내몰렸다. 따라서 당장 차기 각료회의에서 WTO를 바로 세우고 모든 제도적 결점을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과정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계약금’을 내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규칙에 기반한 무역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당장 어떤 과제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 첫째, WTO 회원국은 팬더믹과 싸우기 위해 백신을 포함한 핵심물품이 빠르게 유통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둘째,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약속을 지지하기 위해 무역시스템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히 녹색보조금, 에너지 규제, 탄소세, 탄소국경세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논의해야 한다. 셋째, 분쟁해결절차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계획을 진척시켜야 한다.

    사실 미중 무역갈등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처럼, 가장 민감한 쟁점은 국유기업과 결합된 국가보조금 문제다. 특히 WTO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와 같은 독특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무역규칙을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맹점이 있다.(20) 이 문제는 미국 혼자서도, 양자 간이나 지역 수준의 협정으로도 풀기 어려우며, 세계적 규칙이 필요하다.(21) 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피터슨연구소의 결론이다.

    4) 소결

    1999년 11-12월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열린 WTO 3차 각료회의에 맞춰 뉴라운드 출범을 반대하는 ‘시애틀 전투’가 벌어졌다. 5만여 명이 다양한 시위에 참여했는데, 미국노총(AFL-CIO)과 여러 노동조합을 비롯해, 농민, 원주민, 환경·생태주의자, 인권활동가, 승려, AIDS 인권활동가, 학생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한 사회운동 그룹이 결집했다. 시애틀 전투는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다음 해 2000년 2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10차 회의를 계기로 다시금 여러 활동가들이 모였다. ‘WTO 체제가 지향하는 허구적인 자유무역 원리가 축소되어야 한다’ ‘WTO 체제가 궁극적으로 해체되어야 하며, 더 진보적이고 상호협력적인 국제경제질서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22)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사회운동이 보호무역주의의 발호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23)

    그렇다면 보호무역주의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마르크스는 1848년 자유무역에 관한 연설에서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여러분, 무역의 자유를 비판한다고 해서 보호무역 제도를 변호할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일반적으로 말하여, 오늘날 보호무역 제도는 보수적인 반면 자유무역 제도는 파괴적(destructive)입니다. 자유무역 제도는 낡은 민족성들(nationalites)을 해체하고,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간 적대를 극단까지 밀어붙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자유무역은 사회혁명을 촉진합니다. 여러분, 저는 오직 이러한 혁명적 의미에서만 자유무역에 찬성합니다.” 이 연설은 자유무역이 자본가와 노동자 양자 모두에게 공히 이익이 되며 자본가와 노동자의 조화와 협력을 촉진한다는 자유무역론자를 반박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 근본적 착취관계를 강조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렇지만 자유무역이 생산력을 증대시키고, 그에 따른 노동수요 증가, 임금상승과 같은 결과를 낳아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창출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자유무역이 ‘파괴적’이라는 말은 곧 자유무역이 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자본주의를 파괴할 프롤레타리아 세력의 성장을 낳는다는 뜻이다. 역으로 보호무역이 보수적이라는 말은,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트럼프 시대의 미중 경쟁이 우리를 ‘마이너스섬’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분석을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24) “경제사가 킨들버거는 개방된 시장이라는 핵심적인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할 책임은 패권국에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의 미국과 중국은 공공재(public goods)가 아니라 공공악(public bads)을 제공하고 있다. (‘public bads’는 부(負)의 공공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서로 관세와 무역규제를 부과하는 행동은 세계무역을 뚜렷하게 감소시키며 이는 개발도상국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이 제공하는 가장 결정적인 ‘공공악’은 훨씬 더 미묘하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조치는 브레튼우즈가 탄생시킨 제도를 공격하며 이는 국제협력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파괴한다. 반면 중국은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로 매력을 세계에 보여준 적이 없다. 게다가 중국이 계속 보호주의적 태도를 추구한다면, 중국은 개방된 시장이라는 핵심적인 세계적 공공재를 빼앗는 것이고, 따라서 결코 자애로운 패권국이 될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이 유일 패권국인 G1의 세계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국의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G2의 세계 역시 소멸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는 G 마이너스 2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관세 공세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7년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 철강·알루미늄 ‘국가안보’ 관세는 직접적 영향을 끼쳤고, 2018년 트럼트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하자 한국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올 정도였다. 사회운동은 반세계화가 보호무역으로 기울게 된 역사적 과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보호무역이 자유무역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계속)

    <각주>

    1. Robert Z. Lawrence, US-China Trade Frictions and the Global Trading System, Ha Jiming and Adam S. Posen (eds), US-China Economic Relations: From Conflict to Solutions,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June 2018.
    2. 사회진보연대,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 2021.
    3. 위의 정책 브리프에 실린 Ha Jiming and Adam S. Posen, Economic Truths Towards Resolving China-US Trade Conflict.
    4. 필자는 2009년에 쓴 글에서 세계적 불균형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임필수, 「미국경제 불균형과 달러 기축통화제 전망」, 《사회운동》, 2009년 11-12월호.) 2007-2009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낳는 시스템이 더는 유지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은 낮은 이자율, 과도한 유동성, 느슨한 통화정책에 기여했고 해이한 금융감독과 결합하여 과도한 차입, 위험의 과소평가를 낳았다. 즉, 이러한 불균형이 유지된다면 금융위기가 재발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었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주로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었고, 인민폐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며 미국이 일방적 공세를 취했다. 중국은 대화 직전에 인민폐 가치를 소폭 올리거나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조치를 취하곤 했다. 하지만 2009년 오바마 정부하에서 열린 첫 번째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그 전과 달리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어느 정도 감소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2006년 이후로 상당히 줄었고, 2008년에 인민폐의 가치가 상당히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2009년은 환율문제보다는 양국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경제성장 모델이라는 더욱 포괄적인 문제틀에서 불균형 문제를 다루었다. 회의 결과로는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미국은 국내저축을 증대하고, 중국은 내수촉진 거시경제정책을 추구한다,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은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은 금리자유화를 추진한다(미국에선 과도한 금융자유화가 문제라면, 중국은 과도한 국가개입이 문제라는 인식), △(보호무역을 배격하기 위해) 2010년까지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을 타결한다는 합의가 담겼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시진핑-오바마·트럼프 시대에 비해 후진타오-부시·오바마 시대의 양국 경제관계가 (긴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원만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5. 앞의 정책 브리프에 실린 Chad P. Bown, The Accumulating Self-Inflicted Wounds from Trump’s Unilateral Trade Policy.
    6. 주용식, 「바이든 시대의 대중국 통상무역전략」, 《국제통상연구》, 26(1), 2021년 3월.
    7. Gary Clyde Hufbauer, President Biden’s elusive trade policy, EAST ASIA FORUM, 31 Oct. 2021.
    8. 두 법안은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과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을 말한다. 미국 일자리 계획은 2021년 11월 15일 ‘인프라 투자·일자리 법’이라는 이름으로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애초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규모는 2.3조 달러였지만 의회 논의과정에서 1.2조 달러로 축소되었다. 미국 가족 계획은 1.7조 달러 규모로 11월 20일 하원에서 통과되어, 상원통과 절차만 남아 이제 거의 완료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9.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여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EU는 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2021년 10월 31일 바이든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32조 관세와 보복관세를 모두 없애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미국은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율 할당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즉 과거 수입물량을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며, 과거 물량을 초과할 경우 각각 25%,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또한 양측은 이러한 조건이 EU 내에서 녹이고 생산하는 제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철강이 EU 제품으로 위장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EU 철강관세 합의 발표 및 미국 내 반응’, KITA.NET, 한국무역협회, 2021년 11월 2일.)
    10. 미국과 유럽연합의 휴전 합의의 배경에는 중국 항공산업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는 168석 규모의 C191에 대한 시험비행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C191의 경우,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각국 정부로부터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490-720억 달러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C191이 연료효율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더라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EU, 중국 견제 위해 보잉-에어버스 관세 분쟁 휴전 연장“, 《뉴스1》, 2021년 6월 20일.)
    11. Chad P. Bown, Why Biden will try to enforce Trump’s phase one trade deal with China, PIIE, Oct. 5, 2021.
    12.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는 2019년 12월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규정상 판사 격인 상소위원 3명이 분쟁 한 건을 심리하는데, WTO에 불만을 품은 미국의 보이콧으로 후임 인선이 막히면서 위원 정족수 부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았다면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타이 대표는 WTO의 분쟁 해결 과정이 “오래 걸리고 비싸며 논란이 많은 소송과 동의어가 됐다”면서도, “우리가 더 유연한 WTO를 만들고, 전체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며, 투명성과 포괄성을 개선하고, 심의 기능을 복원한다면 이 협상 기구를 개혁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타이 USTR 대표, WTO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 시사”, 《연합뉴스》, 2021년 10월 15일.)
    13. 2020년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는 디지털 거래 규정을 설정하여,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와 디지털 프라이버시, 인공지능(AI) 사용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타이 대표는 ‘디지털 협정이 굴지의 미국 IT 기업인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그 대신 타이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의 열악한 노동문제를 중점 의제로 다루고자 한다. (“WSJ 바이든, 아태 디지털 무역 협정 추진… 중 제외”, 《중앙일보》, 2021년 7월 21일.)
    14. 2021년 4월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주 실라오에 위치한 GM 트럭 공장에서 노동조합 투표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 멕시코 정부는 부패한 노조가 노동자 모르게 사측과 불리한 협약에 합의하는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법을 개정해서 노조의 결정이 조합원 비밀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기존 노조를 계속 인정할지도 투표로 결정하도록 했다. 그래서 GM 공장에서도 기존 노조를 계속 인정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가 이뤄졌는데, 멕시코 노동부는 노조가 일부 반대표를 폐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GM 공장 노동자들이 결사와 교섭의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타이 대표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이용해 멕시코 노동자들의 결사와 단체교섭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미국과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요청은 2020년에 발효된 USMCA의 ‘노동 신속대응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활용한 사례다. (“미, 멕시코에 GM 공장 노동분쟁 조사 요청… USMCA 발효 후 처음”, 《파이낸스 투데이》, 2021년 5월 13일.)
    15. 미국의 제안은 강제노동 활용이 의심되는 어선을 WTO에 통보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선박이 장기간 항구로 돌아오지 않고도 해상에서 어류 하역, 연료·선용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보조금은 강제노동 활용이 발각될 가능성을 회피하게 한다”면서 어업활동에 대한 유해한 보조금을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 2021년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과 관련된 5개 중국기업을 상대로 미국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이들 회사와 군 산하 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이 신장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임의 구금, 강제 노동,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대한 첨단 감시 기술과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수출제한 대상에 포함된 호신실리콘산업이 생산한 태양광 패널의 핵심 재료 폴리실리콘을 미국 기업이 수입하지 못하는 제재도 부과했다. (“중국, 미국의 신장 위구르 강제노역 기업 제재에 강력 반발”, KITA.NET, 한국무역협회, 2021년 6월 25일.)
    17. 첫째, 국경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조항을 두고 미국과 EU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2020년 7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유럽 시민의 정보를 역외로 이전할 때 보호수준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둘째, 컴퓨팅 설비 현지화 요구 금지 조항에 대해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가 찬성하는 반면(한국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제시한다), 중국과 여러 개도국이 반대하고 있다. 셋째, 전자전송의 무관세 적용기간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가 분명한데, 미국, 싱가포르, 홍콩, 브라질,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유럽연합, 러시아, 일본은 영구적 무관세를 주장하는 반면,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법 개정을 통해서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상품을 과세 범위 안에 두기로 했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 전망과 한국의 과제」, 《오늘의 세계경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년 3월 10일.)
    18. C. Fred Bergsten, President Biden is confronted with urgent choice on China and trade, Yahoo! Finance, Sep. 29, 2021.
    19. Chad P. Bown et. al., Making the Most of the 2021 WTO Ministerial: What the United Staes Should Do, PIIE, Oct. 2021.
    20. 중국식 시스템은 ⓵ 국무원의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가 모든 국유기업을 통제한다. 중앙회금투자공사는 중국투자공사(중국 정부의 국부펀드)의 자회사로, 금융기관에 의한 대부를 통제한다. 국가발전화개혁위원회(국무원 산하 정부기구)는 전기, 석유, 천연가스, 물과 같은 특정 투입물의 가격을 설정하며, 필요한 경우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국인기업의 모든 투자프로젝트에 대한 최종승인권을 지니며, 독점법을 집행하며, 산업정책을 조정한다. ⓶ 기업집단구조는 중국 특색을 지니는데, 즉 수직적으로 통합되는 경향이 있으며, 특정 부분에 제한적으로 집중하며, 국가적 대기업(national champion) 중심으로 조직된다. ⓷ 공산당원이 국유기업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1. 중국의 ‘불공정 행위’ 문제가 여러 채널을 통해 일정하게 해소되더라도 WTO 시스템에서 중국의 비(非)시장경제국 지위를 유지시켜야 하냐, 아니면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야 하냐는 문제는 심각한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15년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자동적으로 시장경제국으로 편입되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과 유럽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비시장경제국으로 남게 되면 반덤핑 판정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한다.
    22. 20여 년 전, 사회진보연대 기관지도 시애틀 투쟁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이창근, 「시애틀에서 방콕까지: 세계화에 도전하라」, 《사회운동》, 2000년 3월호.
    23. 브뤼셀 민주주의 협의회에서 행한 연설이다. 칼 맑스, 「자유무역에 관한 연설(1848년 1월 9일)」,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1권, 박종철출판사, 1991.
    24. 임필수, 「‘G 제로’를 넘어서 ‘G 마이너스 2’의 세계로?」,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0년 여름호.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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