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대선 개입 주장 한나라 돕자는 뜻"
        2007년 01월 02일 1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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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년사에 해당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한나라당을 반동보수세력이라고 거명하며 올해 대선에서 집권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을 촉구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2일 “주제넘은 행동”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여타 정치권에서는 “내정간섭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외려 한나라당을 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못마땅한 시선이다. 특히 여당 대선주자측은 “정신 나간 소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일”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측은 “당에서 대응할 일”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거망동이고 가당치도 않은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1일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승리의 신심 드높이 선군조선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는 제목의 신년 공동사설을 게재하고 “남조선에서 반보수 투쟁은 민족대단합 실현의 중요한 고리이며 사회의 진보와 통일운동의 전진을 위한 관건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지금 한나라당을 비롯한 반동보수세력은 외세를 등에 업고 재집권야망을 실현해 보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남조선의 각계각층 인민들은 반보수 대련합을 실현하여 올해의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매국적인 친미반동보수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기아로 주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인권 탄압으로 비난받고 있는데 남한 대선까지 개입하는 것은 주제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북한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부당한 반민족적 선전선동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앞서 이날 국회대책회의에서 “북한이 친북좌파 세력의 집권을 어느 때보다 원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북한이 핵실험, 남북정상회담, 테러 등 모든 것을 친북좌파세력 집권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의 대선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비정상적으로 돌발적인 수법으로 집권하고자 하는 세력에 대해 대비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북한이 남북간 상호 내정 불간섭을 공공연히 깨뜨리며 적대적 감정으로 대선에 공공연히 개입하려는데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북한의 책동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고 미동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준동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성급한 남북정상회담, 북풍 전술로 대선 정국을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사무총장은 “북한은 진정한 친구를 알아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을 인용, “진정한 친구는 진정한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진정 도운 것은 미국 공화당이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북한의 진정한 친구임을 주장했다.

    여당은 이와 관련 별도의 공식 논평을 내지는 않았으나 ‘내정간섭’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으로 우리가 북한 어느 정당, 정치세력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듯이 북한의 이런 발언도 바람직한 게 아니다”며 “올해 대선에서 북풍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북한의 불필요한 개입은 남북관계와 한국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반보수 대연합’ 주장과 관련 박용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반보수대연합의 길은 열린우리당이나 지역주의 정치세력들 사이에서나 받아들여질 만한 길”이라고 비판하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지역주의 정치에 오염된 사이비 개혁세력을 뺀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대연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대연합의 지향은 어떤 세력에 대한 반대가 우선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우리 사회 운영의 독자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에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그것이 일체의 반동보수세력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축소 고립시켜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대선주자측도 북한의 발언에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측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며 “우리 일 우리가 알아서 하고 (북한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의장 측근인 우원식 의원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그런 발언은 남북관계에 악영향만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외려 한나라당을 돕는 격”이라며 “북한이 한나라당을 도움으로써 남북 양측 강경세력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의심까지 든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측근인 전병헌 의원은 “북한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생각을 말아야 하고 간섭한다고 해도 간섭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먼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결과제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고건 전 총리 측도 “북한은 (남한 정치에 개입하기보다) 비핵화 실천을 통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한반도 평화정책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측은 “당에서 대응하고 입장 정리를 하는 것이 맞다”며 “직접 당사자로 거명된 것도 아니고 아직 대선주자가 된 것도 아니어서 별도 입장을 정리하진 않았다”고 한 발 비껴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은 “북한이 남한 정치에 개입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경거망동이고 가당치도 않은 발언”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정치세력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유력 대선주자인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알겠지만 이 내용이 불필요한 논쟁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남북간 내정간섭,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한 6.15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에 위배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정치에 외부세력인 북한이 개입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이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 봐도 명확한 것”이라며 “북은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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