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법을 제정하라!
    [그림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정의를 향한 여정』(북극곰)
        2022년 01월 26일 1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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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이루리북스에게

    오랜만에 서점 우편함에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보낸 우편물에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포스터가 담겨 있었습니다. 포스터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을 금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어째서 새삼스럽게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무지한 이루리는 검색창에 ‘차별금지법’을 써넣었습니다.

    “차별금지법(差別禁止法)은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법이다. 여러 국가 및 국제단체에서는 각기 다른 차별금지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보호하는 집단과 금지하는 차별 사유 등에 있어서 서로 차이점들이 있다. 보통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정체성, 성적지향, 사상,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 이에 해당한다.”

    _출처: 위키백과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21세기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이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본적이고 흔한 차별금지법이,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없었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가부장적 남녀 차별, 인종 차별, 국적 차별, 학력 차별, 빈부 차별 등 온갖 차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긴즈버그가 마주했던 차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1933년 3월 15일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학교에 간 루스가 처음으로 부딪힌 차별은 오른손잡이 선생님의 차별이었습니다. 왼손잡이인 루스는 선생님으로부터 심하게 야단을 맞았지만 왼손잡이인 자신을 지켜냈습니다.

    루스가 두 번째로 부딪힌 차별은 파시즘의 의한 인종차별이었습니다. 당시는 나치 독일에서 시작된 파시즘이 마치 코로나처럼 전 세계로 번져나갔습니다. 미국에서도 파시즘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장애를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공격했습니다. 게다가 루스네 가족은 나치가 가장 혐오하는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평생 부딪혀야 했던 차별은 바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었습니다. 루스가 살던 시대에는 여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대학, 여성 법조인을 거부하는 법률회사, 여성을 교수로 임용하지 않는 대학, 심지어 여자화장실이 없는 대학이 있었습니다. 루스는 이 모든 차별을 이겨내고 대법관이 되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정의를 위한 여정

    루스는 아주 차근차근 미국 사회를 평등한 사회로 변화시켰습니다. 루스의 말은 법정 안과 밖에서 커다란 울림을 전했습니다.

    “성별은 인종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만 바꿀 수 없는 특성입니다. 그런데도 성별은, 인종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기여하거나 일할 수 있는 개인의 잠재력에 대해 정당하지 않은, 혹은 적어도 검증되지 않은 추정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성별에 호의를 베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

    “헌법은 ‘우리, 미합중국의 국민’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국민이냐고요? 1787년에는 재산을 소유한 백인 남성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문은 바로 다음에 ‘보다 완벽한 연합을 형성하기 위하여’라고 말합니다. 이 연합은 포용력이 넓어질수록 더 강해졌고, 그렇기에 우리는 처음에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여기에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노예로 잡혀 온 사람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까지 말입니다. 미국 헌법 전문은 원래의 헌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평등법을 제정하라!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의 내용은 같습니다. 사람을 나이, 인종, 성별, 빈부, 종교, 국적, 학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지 말라는 말과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라는 말은 같습니다. 다만 표현의 에너지가 다릅니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옳은 일을 하면서도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금지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법은 옳은 일을 더 긍정적으로 하는 느낌을 줍니다. 긍정의 표현을 쓰기 때문입니다.

    긴즈버그가 미국을 바꾼 비결도 긍정의 에너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787년의 헌법에서 ‘우리 미합중국 국민’은 재산을 소유한 백인 남성이었지만, 긴즈버그는 바로 그 헌법전문을 인용해서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과 여성을 ‘우리 미합중국 국민’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우리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평등법제정연대’로 명칭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국민을 나이, 인종, 성별, 종교, 빈부, 국적, 학력으로 구별하는 대신 모두 평등하게 대하면 좋겠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이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타인과 타인의 가족을 존중해야 합니다.

    긴즈버그는 자라면서 온갖 차별을 받았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학생이거나 여성 법조인이거나 여성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긴즈버그는 결코 화내지 않았습니다. 긴즈버그는 먼저 자신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을 평등하게 대해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우리를 차별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가족이고 친구이고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 <그림책 이야기> 연재칼럼 링크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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