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③
    가치 경쟁 : "민주주의 정상회의"
        2022년 01월 24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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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국제 정세와 한국 대선 :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0 요약
    1. 미국의 초당적 대중국 정책: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경쟁
    2. 조지프 나이의 ‘협력적 경쟁’
    3. 가치 경쟁의 시험대: 민주주의 정상회의
    4. 경제적 경쟁의 시험대: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5. 안보 경쟁의 시험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과 대만 문제
    6. 한국의 ‘안미경중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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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치 경쟁의 시험대: 민주주의 정상회의

    2020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서구와 이념경쟁”(ideological competition)을 개시했다고 간주한다. “2013년 시진핑 총서기가 공산당에 두 개의 경쟁 체제 사이의 장기적 협력과 갈등의 시기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자본주의는 반드시 소멸하게 되고 사회주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는 단일정당이 지배하는 독재가 행해지며, 국가가 경제를 지도하고, 과학기술은 국가에 복무해야 하며, 개인의 권리는 당의 목표에 종속된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국내에서 이념적 순응을 강요하면서 정적의 숙청, 시민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와 체포, 통제와 검열, 감시와 구금, 고문과 학대를 하고 있다. 특히 신장에서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인과 소수민족이 교화소에 구금되어 있다. 이런 행동은 중국 국경 내에서 멈추지 않으며, 테크노-권위주의 모델, 즉 검열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미국, 그리고 미국과 뜻을 함께하는(likeminded) 국가들이 공유하는 대의제 정부, 자유기업, 모든 개인이 타고난 존엄성이라는 원칙에 반한다.

    필자의 시각에서 중국 공산당과 미국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를 종합해보면, 중국은 체제 간 경쟁이 마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 경쟁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사실은 자유기업 자본주의와 국가가 지도하는 자본주의(간단히 말해 국가자본주의) 간 경쟁, 즉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의 경쟁이다. 동시에 자유기업 자본주의와 짝을 이루는 대의제정부 대 국가자본주의와 짝을 이루는 일당독재의 경쟁이기도 하다. 일당독재는 당연히 일당에 대한 비판을 금지할 것이므로, 개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에 대한 억압으로 나갈 필연성이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따라서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의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쁜가를 분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좌파집단이 이를 부정한다면, 군사독재나 의회민주주의나 어차피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 보고서가 밝힌 인식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기도 전인 2020년 봄, 민주주의 정상회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취임 후 1년 내에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어 권위주의, 부패와 싸우며,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약속했다. 그에 따라, 올해 초부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기대와 함께 구체적인 제언을 내놓은 논자의 입장을 검토해 보자.

    2021년 12월 9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영상 개막식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1)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와 제언

    올해 2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를 통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민주주의 전략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 는 글을 발표한 패트릭 쿼크의 주장을 살펴보자.(1) 그는 정상회의가 필요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도전을 다루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진군하고 있는데, 게다가 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행정부의 권위를 확대하고 불만을 억압하는 핑계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중앙집중화된 통제와 검열에 기초한 통치모델을 적극적으로 조장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맞서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개시했다. 정치권력과 연결된 중국 기업은 취약국가에서 부패나 불투명한 절차를 활용하여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국가에서 민주적 책임성을 잠식하고 있다. 러시아는 민주주의의 행위자를 약화시키기 위해, 부패를 이용하고, 선거를 공격하며, 허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 주요 지역의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 그림 출처 :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20/02/27/how-people-around-the-world-see-democracy-in-8-charts/

    따라서 이러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여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 분명한 단기적, 장기적 목적지와 이론을 세우고, 각 영역에서 측정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는 여기서 다섯 가지 중심 영역을 제시한다.

    첫째,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선거제도, 정당, 시민사회, 독립언론, 입법부, 사법부가 포함된다. 이 분야에 대해 국방비 지출에 비해 훨씬 더 적은 투자를 하더라도 상당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국무부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의 강화와 함께 민주주의의 ‘보호’에 힘을 쏟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각각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가 펼치는 캠페인은 온건한 소프트파워 캠페인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취약 국가는 권위주의 국가가 펼치는 전술을 식별하고 대항하기 위한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 영향력 대응 기금’(CCIF)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2) 또한 미국 국무부의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GEC)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3)

    * 표 출처 및 참고자료 : 미국 의회의 입법 동향

    https://blog.naver.com/iknowiknow/222354973348

    https://now.k2base.re.kr/portal/issue/ovseaIssued/view.do?poliIsueId=ISUE_000000000000986&menuNo=200&pageIndex=1

    https://blog.naver.com/kitablog/222447086395

    셋째, 미국이 지금까지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방식은 방어적이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위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투자해야 하며, 특히 오픈소스, 투명한 데이터를 담고 있는 참여적 플랫폼은 정부 활동에 관한 시민의 감시를 더 강화할 것이다.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OTF)도 이러한 전선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다.(4)

    넷째, 미국은 지도적 민주주의 그룹으로 D-10을 공식화하고, 개방적 사회를 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긍정적 비전과 접근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영국과 협력해야 한다.(5)

    다섯째, 미국은 강력하고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통해서 이와 같은 과제를 지원해야 한다.

    미국 국내에서 민주주의가 강력할수록 미국은 해외에서 이처럼 야심 찬 과제를 더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국내 민주주의가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2)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우려

    반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분명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토마스 페핀스키와 제시카 첸 와이스가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체계의 충돌’은 미국이 중국과의 이데올로기적 경쟁을 피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6) 그들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내적으로 보면, 새 행정부의 야심 찬 국내투자 계획이 공화당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경쟁에 호소하는 것은 민주당이 공화당의 초당적 지원을 얻기 위한 매력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호소는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보인 태도보다 중국이 미국 민주주의에 더 큰 위협이라는 공화당의 입장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리 세심하게 중국 정부와 중국계 사람들을 분리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이러한 선악 구도는 외국인 공포, 반(反)아시안 인종주의, 외국인이라고 인식되는 모든 사람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창출할 것이다.

    둘째, 중국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유사한 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경우도, 일당 권위주의 체제이고, 공식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이데올로기적으로 유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에 지속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그 자신의 개혁경로를 찾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와 협력을 피하면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보다 오히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과 관계를 풀어나가는 게 더 쉬운 상황이다. 사실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생존과 영토 주권에 핵심적이라고 보는 이슈를 존중해준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다른 부대조건이 없는(no strings attached) 경제지원을 행하고 있다. 즉 경제지원에서 이데올로기적 조건은 회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셋째, 미국이 해외에서 자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권위주의와 싸운다는 미국의 거대 전략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즉 중국이 이데올로기 전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중국은 자신의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말하며 다른 국가가 배울 수 있는 사례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경쟁이 이데올로기적 노선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고 중국이 더 강하게 느낄수록, 중국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감시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코로나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중국이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다른 국가를 바꾸기 위한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넷째, 또한 ‘민주주의’를 어떻게 엄밀히 정의하냐는 문제도 있다. 민주주의라는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민주주의 텐트에 들어올 수 있는 국가가 적게 되므로 미국으로서는 비생산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대로, 그 기준을 너무 잡게 잡아서, 그 동반자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저지르는 권력남용을 무시하고 그들을 ‘민주적’이라고 부르면 민주주의라는 용어의 의미가 희석된다.

    다섯째, 이데올로기 경쟁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가가 그들 간 협력을 심화시키도록 이끌 것이다. 냉전 기간에는 미국이 소련과 중국, 양국의 균열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독재국 간 동맹이 맺어질 필연성이 없는 상황인데, 오히려 미국이 체계 간 경쟁을 주도하면 그러한 동맹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첫째, 중국의 영향력 증가가 권위주의의 세계적 부상을 알리는 조짐이라고 해석하는 게 매력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후퇴가 발생하는 원인은 국내적이다. 예를 들면 권력과 자원을 이민자, 소수자, 로봇에 빼앗겼다는 대중의 불만이나, 이러한 정서에 대한 정치엘리트나 지식인의 몰이해, 세계화와 탈산업화에 따른 경제적 혼란, 디지털 영역에서의 양극화와 허위정보 등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서도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굳건히 함으로써 솔선수범(leading by example)을 보일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치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흠결이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거버넌스 개혁을 하면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심지어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경제실적 개선을 위해 거버넌스 개혁에 관심을 둘 수 있다. 실용적으로 거버넌스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제3세계 파트너의 희망에 부응하는 것일 수 있다.

    셋째,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국가와 자유를 제한하는(illiberal) 국가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신축적인,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새롭게 제기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군사적, 경제적 수단이나 정보를 활용해서 일방적으로 은밀하게, 강압적이거나 부정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나 보건 분야와 같이 공통 이슈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뉴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 안 마리 슬로터가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말한 것처럼, “HIV-AIDS 유행병과 싸우기 위한 특별기금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어떤 직접적인 노력보다 훨씬 더 미국의 명성을 높인 바 있다.”

    3)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결과

    12월 9-10일, 약 1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를 자세히 다루는 평가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아직 거의 나오지 않았다. 먼저 각국의 반응을 보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정상회의 한 주 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달러가 지배하고, 분열로 마비되었다면서,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워싱턴 ‘폭동’을 언급하며, “총소리와 광대극이야말로 미국 스타일 민주주의의 멋진 외모 밑에 숨겨진 바를 완벽히 보여준다”고 썼다. 러시아의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누가 민주주의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지 결정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애처롭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통해 정상회담이 “냉전식 사고방식”에 기초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상회의 참가자들이 개최 취지를 찬성, 지지하는 메시지도 계속 이어졌다.

    다른 한편, 미국 국내 반응을 보면, 한 축으로는 참가국 명단에 대한 불만이 나왔고, 다른 한 축으로는 정치 양극화, 인종적 부정의, 선거권 제한, 정치적 극단주의 등등, 국내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미국이 민주주의의 효과적인 옹호자가 될 수 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참가국 중 이슈가 된 나라는 필리핀, 파키스탄, 조지아, 나이지리아 등등이었다. 백악관 언론담당 비서 젠 사키는 초청장이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승인 도장”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주의를 “더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기회”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내로부터의 비판을 살펴보면, 해외언론을 보면, ‘블랙 보터 매터 펀드’의 클리프 올브라이트는 “민주주의를 국내에서 지키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를 수출하거나 세계 곳곳에서 방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내셔널 어번 리그’의 마크 모리알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내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상실한 기회”(a missed opportunity)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7) 이러한 식의 비판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쓴 대목인 듯하다. 그는 개막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현재 진행 중인 투쟁”이라면서도, 미국이 “솔선수범을 보여주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투자하고,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의 파트너를 지원하는 일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해외 독립뉴스 언론을 지지하고, 부패와 싸우며, 활동가들을 지원하며, 기술을 개선하고, 공정한 선거를 지키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여 42.4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제안했다. 선거, 기술, 법의 지배, 인권을 각각 주제로 하는 회의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매년 개최하려고 하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공동성명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2022년에도 2차 회의를 열어 비전과 실천 약속의 이행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4) 소결

    민주주의 정상회담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아직 이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찬반 양론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미국 민주주의에 내적 결함이 많기 때문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부적합하다는 사회운동의 인식은 과연 적절한가. 이와 같은 논리라면 각국의 기후변화 대처에 결함이 많기 때문에, 기후 정상회의를 여는 일도 부적합할 것이다. 오히려 기후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가능한 한 적극적 노력을 다하도록 촉구하면서 사회운동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듯이, 사회운동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 나라별로나, 지역 수준에서나, 아니면 세계적인 수준에서 각국 정부가 민주주의를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접근법을 취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게 ‘냉전적 사고방식’의 재연인가.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에, 과거 미국의 ‘반공 외교’가 연상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으나, 무엇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이들은 현재 (국가)자본주의와 권위주의·독재가 짝을 이루는 나라다. 또한 이번 초청에 빠진 나라로는 나토 동맹국인 터키와 헝가리도 있다. 즉 반공이라는 관점에서 이들이 빠진 게 아니다. 한편으로는 ‘스트롱맨’, 또 한편으로 인민주의가 세계적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과거의 ‘반공주의’라는 틀로 환원하기는 곤란하다.

    세 번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특정 국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흐름이 이러한 국가들 간 상호접근을 촉진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타당한가. 이는 상당히 복잡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페핀스키와 와이스가 쓴 글 「체계의 충돌」을 읽어보면, 미국으로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타국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해 강압적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행동을 생각해보라.) 반면, 특정 국가, 지역에서 거대한 인권탄압이나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침묵하거나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나아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속한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여 최소한 현상유지가 가능한 것이냐는 근본적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무행동이 상책’이라는 주장은 검증된 바 없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게 최근 국제정치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룬다.)

    네 번째, 역시 「체계의 충돌」은 민주주의보다는 ‘거버넌스’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의 저자들이 언급하는 ‘거버넌스 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언급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세계은행의 경우에는 거버넌스를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사회적 자원관리 측면에서 권위가 행사되는 방식”이라고 정의하면서 정량화된 거버넌스 진단 지표(WGI)를 개발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이 표를 잘 살펴보면, 민주주의의 증진과 실용주의적 거버넌스 개혁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 표 출처 : 세계은행의 거버넌스 진단 지표 

    백웅기, 「거버넌스와 경제성장」, 《예산정책연구》, 4(1), 2015.

    그런데 2019년 10월에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치리(治理) 체계와 치리 능력의 현대화’를 결의했는데, 바로 이 치리가 거버넌스로 번역된다. 따라서 혹시 저자들이 중국 역시 나름대로 거버넌스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변호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재 중국에서 거버넌스 현대화란 공산당의 통제력 강화를 의미한다. 곧 “당, 정부, 군대, 민간, 학교 등 모든 조직과 중국 전 지역과 분야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의 거버넌스 개혁이란 선거에 기반한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반대로 가는 방향을 아주 분명히 지시한다.(8)

    중앙위원회 직전, 2019년 9월 《구시》(求是)에 실린 ‘중국 민주 도로에서의 네 가지 경험’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 글은 중국 민주주의의 근본 특징이 △인민의 권리와 국가권력 집중의 병진, △협상 민주, △인민의 권리의 순차적, 점진적 확대 발전, △중국공산당의 영도 아래 인민이 주인이 되면서 의법치국과 유기적 통일을 맺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우엔 인민의 권리 확대가 정치제도의 수용능력을 벗어나면서 민주주의가 실패했다고 보았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인민의 편안한 생활과 사회의 안정된 발전을 위해 인민의 권리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는 ‘협상민주’를 중시한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중국 지도부가 선거에 기반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분명히 거부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또 한편 중국공산당이 말하는 의법치국(법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린다)이 현대적인 법치주의(법의 지배, rule of law)와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도 확인해야 한다.(계속)

    <각주>

    1. Patrick W. Quirk, The Democracy Summit must be paired with a democracy strategy, The Brookings Institution, Feb. 19, 2021. 또한 A democracy assistance agenda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The Brookings Institution, Nov. 13, 2020.

    2. 중국영향력대응기금(CCIF)은 대중 전략경쟁법(The Strategic Competition Act)에 포함된 내용으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3억 달러를 배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대중 전략법은 2021년 4월 상원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즈 의원과 공화당의 제임스 리쉬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것으로 상원 외교위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했다. 그 후, 전략경쟁법을 비롯해 상원 상무, 외교, 국토, 안보 등 6개 상임위에서 개별 발의했던 중국 관련 법안들을 통합한 패키지 입법으로 ‘미국 혁신경쟁법’(USICA, Unitede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이 발의되어 6월 8일 상원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하원 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정민, 「미 의회, 대중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 동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1년 5월 17일. 「미국의 대중 기술패권경쟁 정책 입법동향과 시사점」, S&T GPS, 2021년 6월 30일.)

    3. GEC는 국무부 산하의 대외 여론공작 대응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국방수권법에서 미 의회는 국무부가 국방부를 비롯해 관련이 있는 연방정부 기관들과 협력해서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를 창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외국 정부의 악의적 선전에 대항해 싸우고, 그러한 선전활동과 허위정보의 본질을 대중에게 알리는 임무를 띠고 있다. 기사를 찾아보면, GEC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GEC는 중국이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비난 여론을 피하려고 자동으로 글을 작성하는 트위터 봇 수천 개를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미 국무부 대외 여론공작 대응기관, ’중국, 로봇 댓글부대로 허위정보 유포‘“, 《더 에포크 타임스》, 2020년 5월 10일.)

    4. 2020년 4월 27일 미국 하원은 전 세계 인터넷 자유 강화를 위한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 승인 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 정보 차단 우회기술 개발을 돕는 특정 단체에 2년간 총 4,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미 하원, ‘북한 등 겨냥 인터넷 접근 강화 법안 발의’”, 《VOA》, 2020년 4월 29일.)

    5. D-10 전략포럼은 2008년 미 국무부의 정책구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직후 미국 싱크탱크인 아틀란틴 카운실은 10개의 ‘지도적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력하에서 ‘규칙에 기반한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10개국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첫 번째 회합은 2014년 오타와에서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G7을 D-10으로 알려진 민주주의 그룹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는데, 여기에는 기존 G7 국가 외에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한국이 포함되었다.

    6. Thomas Pepinsky and Jessica Chen Weiss, The Clash of Systems?, Foreign Affairs, June 11, 2021.

    7. 반면 ‘프리덤 하우스’의 마이클 아브라모비츠는 “미국의 관여와 리더십이 없다면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진전할 수 없다”, “다른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Biden Rallies Global Democracies as U.S. Hits a ‘Rough Patch’, New York Times, Dec. 9, 2021.

    8. 최진백, 「중국공산당 제19기 4중전회와 미중관계 전망」, 《주요국제문제분석》, 2019-41. 조형진, 「중국공산당 19기 4중전회에 대한 평가」, 《갯벌로에서》, 2020년 1월호.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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