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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②
    조지프 나이의 '협력적 경쟁' 개념
        2022년 01월 22일 09: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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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국제 정세와 한국 대선 :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0 요약
    1. 미국의 초당적 대중국 정책: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경쟁
    2. 조지프 나이의 ‘협력적 경쟁’
    3. 가치 경쟁의 시험대: 민주주의 정상회의
    4. 경제적 경쟁의 시험대: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5. 안보 경쟁의 시험대: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과 대만 문제
    6. 한국의 ‘안미경중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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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의 초당적 대중국 정책: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경쟁

    2020년 12월에 발간한 《계간 사회진보연대》의 특집 ‘2021년 정세 전망’에 실린 「미국과 중국, ‘전략적 경쟁’의 시대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대중국 정책을 재수립하게 된 과정과 새 정책에 담긴 구체적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히 2019년 미국 의회가 국방수권법에서 “중국에 관한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부응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이 2020년 5월 19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1) 이 보고서는 공화당, 민주당 양당의 초당적 정책 합의를 집약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정치적 의미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를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으므로 핵심적 개념만 다시 떠올려 보겠다.

    보고서에서 키워드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와 ‘전략적 경쟁’(strategic competition)이었다. 왜 그런가. “경쟁국에 관여(engagement)하고 경쟁국을 국제기구, 국제상거래에의 참여케 하면 경쟁국이 상냥한 행위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가정”이 “대부분 오류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게다가 그 경쟁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의적 선전활동을 활용”하며, “반서구적 관점을 제시하고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킴으로써 미국과 그 동맹국, 동반자국 사이에서 분열을 창출하고자 한다.” 따라서 미국은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로 복귀해야 하며,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이 이끄는 직접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간 미중관계의 변화를 냉정히 평가할 때, 관여정책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관여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는가? 이를 살펴보기 전에, 관여정책이 무엇인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engagement policy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2) 포용정책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포용은 ‘상대방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인다’는 뜻이므로 과대한 번역어가 된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자신의 대북 햇볕정책·포용정책과 클린턴 정부의 engagement policy가 똑같은 것처럼 동일시하여 나온 번역이라고 볼 수 있다. 개입정책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간섭주의(interventionism), 즉 타국 내정에 대한 강압적인 간섭을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부적절하다. engagement policy는 단순히 포용이나 간섭이 아니다. 즉 규칙이나 약속을 따르기로 합의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너그럽게 감싸준다는 ‘포용’이 아니다. 또한 관계를 맺고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를 유도한다는 외교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강압적 간섭을 연상시키는 ‘개입’이 아니다. 따라서 관여(관계를 맺고 참여하다) 정책으로 번역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다만 관여로 번역할 경우도, ‘규칙이나 약속을 따른다는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염두에 둘 때, 미국이 왜 관여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선언하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중국이 ‘규칙이나 약속을 따른다는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초한 질서(rules-based order)를 악용하기로 선택”했고, 이제 자신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도록 국제질서의 변형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인정한다.” 그 결과, 중국의 시도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가, 각 개인의 주권과 존엄성을 침식한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와 전략적 경쟁이 관여정책의 완전한 폐기나 과거 냉전 시기의 봉쇄정책으로 복귀를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표현한다. 즉 많은 사람이 말하는 ‘신냉전’을 향한 돌입은 아니라는 말이다.

    먼저 “우리의 접근법은 중국이 어떤 특정한 최종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확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국내 거버넌스 모델을 바꾸려는 시도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표현이 있다. 즉 중국에서 정권, 정체의 교체(레짐 체인지)를 직접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표현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지속적이고 솔직한 관여(engagement)를 통해서 중국의 협력을 환영한다. 우리의 접근법은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 “경쟁은 반드시 중국에 대한 관여를 포함한다”는 언급이 있다. 다만 “우리의 관여는 선택적이고 결과 지향적이며, 각각 우리의 국익이 진전되어야 한다”

    결국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 “중국이 결국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라는 원칙에 수렴하는지는 중국인들 스스로만이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리해보면,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냉전식 봉쇄정책이나 강압적인 간섭정책(레짐 체인지)을 추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난 20년간 미국이 펼친 ‘낙관적인’ 관여정책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를 인식의 지주로 삼는다. 또한 △중국이 경제, 가치(이데올로기), 안보에 미치는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경쟁’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에 중국이 참여할지 여부는 중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한다.

    2. 조지프 나이의 ‘협력적 경쟁’

    그렇지만 신냉전을 연상시키는 봉쇄정책도 아니고, 낙관적인 관여정책도 아니라는 미국의 새로운 중국 정책, ‘전략적 경쟁’이 지닌 함의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까다롭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의 말을 통해 이를 다시 검토해보자. 그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맡았고, 일명 ‘나이 이니셔티브’라고 불린 동아시아 정책을 수립한 장본인이다. 즉 관여정책의 설계자 중 대표자인 셈이다. 또한 그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다섯 번에 걸쳐 미일동맹에 관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3)

    그는 2015년에 출판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클린턴 정부로부터 오바마 정부에 이르는 시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한다.(4)

    조지프 나이와 아미티지 보고서

    1) 관여정책의 출발점: 통합하되 대비한다

    냉전 시절의 봉쇄정책은 소련과 그 동맹국들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실제로 양 진영 사이에서 무역거래와 사회적 접촉을 막았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무역거래를 하고 있고, 많은 유학생과 관광객이 오가고 있다. 이를 가로막는 전면적 봉쇄로 되돌아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봉쇄정책의 결과도 바람직하지 못했는데, 봉쇄정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케넌의 의도와 달리 ‘도미노 효과’로 베트남전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나이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1994년에 동아시아 전략을 수립하면서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면 중국을 미래의 적으로 분명히 못 박는 것인 반면, 친구로 간주하면 평화로운 미래관계를 열어갈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정책이 손상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이건 행정부의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입장과 유사하게 클린턴 행정부는 ‘통합하되 대비한다’(integrate but hedge)는 정책을 고안했다. 현실주의와 통합, 이 양자를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며 대응정책을 추진한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통합’을 상징하는 게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하고 미국이 중국 제품과 관광객을 받아들인 일이다. 그리고 ‘대비’를 의미하는 게 1996년 클린턴 대통령과 일본 하시모토 총리가 발표한 ‘미일 안보 공동선언’이었다. 양국이 중국과 유대를 강화할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주일미군 4만 7천 명을 포함해 10만 명의 아시아 주둔 미군을 유지하고 일본의 역할을 증진한다는 게 그 골자였다. 나이가 쓴 표현은 아니지만, ‘중국과 통합하되 일본과 함께 대비하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도와 관계개선에 나섰다. (보통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본의 발명품으로 보도되기도 하지만, 나이의 설명에 따른다면 미국의 인도정책은 중국에 대한 관여정책에서 빠질 수 없는 보완물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민주, 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교류를 늘리면서도 인도와 관계개선 정책을 이어나갔다. 로버트 졸릭 국무부 차관은 중국의 부상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의 등장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미중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 ‘전략적 동반자’라면, 부시 행정부의 표현은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보인 행보에 대해서 우려를 보인다. 2008-2009년 금융위기를 보고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이 지속적인 쇠퇴의 길로 들어섰고, 이는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 인도, 한국, 베트남, 필리핀과 관계를 악화시켜 놓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통해 해군력을 태평양에 재배치하면서, 무역, 인권, 외교 분야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이니셔티브를 취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5) 오마바 대통령 시기,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중 관계가 ”협력과 경쟁,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이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올바른 정책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조성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이는 2014년 1월 시점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제시한 ‘신형 대국관계’(강대국 간 관계의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신형 대국관계란 2013년 6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시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나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지난(2013년) 6월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가기로 진지하게 의견 일치를 봤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미국이 언제나 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라는 점도 받아들여야만 한다.”(6)

    또한 나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2017년 6월에 쓴 글, 「시진핑의 마르코 폴로 전략」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여러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즉 실용적인 경제투자계획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프로젝트이라거나, 부채위험 때문에 개별 프로젝트가 흰 코끼리(돈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것)가 될 수 있다거나, 너무 많은 국경을 지나기 때문에 안보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대일로가 일종의 거대전략(grand strategy)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해양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은 일대일로를 환영해야 하고, 만약 중국이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면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7)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2009-2016) 후반부와 시진핑 주석의 등장 시기(2013년-)가 중첩되면서 2014년을 기점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정책이나 외교·국방 정책 전반에 관한 논쟁이 폭발했다는 사실이나,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민주당 양당 모두에서 중국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터져 나왔다는 현실을 돌이켜보면, 오바마의 정책에 관한 나이의 평가는 너무 소략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대만 정책에 관한 논쟁은 뒤에서 다시 다룬다.)(8)

    예를 들어 아미티지-나이 보고서팀에서도 활동한 마이클 그린은 「오바마의 아시아로 선회가 남긴 유산」이란 글에서 성취, 보통 이하 실적, 기회상실, 위험천만한 미완성, 각각을 언급한다. 한 가지 성취란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위해 지속적인 틀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미국-아세안 정상회담이 대표적 사례다. 오바마 정부에서 실질적 재균형이 있다면 동북아와 동남아의 재균형, 즉 아시아 내 재균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동북아에서는 보통 이하의 실적을 보였는데, 임기 초에 비해 임기 말에 이르러 중국, 일본과 관계에서 더 큰 긴장이 나타났다. 물론 여기에는 외적 요인이 작동했는데, 온건한 후진타오에 비해 시진핑이 훨씬 더 거친 상대편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선제적이라기보다는 사후반응적이었고, 일관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주 변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기회상실이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2008년 선거운동에서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TPP 방향으로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위험천만한 미완성이란 북한 핵문제를 말하는데, 사실 냉전 이후로 어떤 미국 행정부도 임기 초에 비해 임기 말에 이르러 북한 핵문제가 더 개선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본질적으로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 협상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지만, 그래서 ‘전략적 인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협상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찾는 데 이르지 못했다.(9)

    어쨌든,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부드럽게 운영했다는 외교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 했고, 나이 역시 오바마의 이런 노력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가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전략이 중국의 ‘올바른’ 정책결정을 유도하는 게 목표였다고 평가했을 때, 시진핑의 중국이 ‘올바르지 못한’ 정책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2) 2020년대 협력적 경쟁으로

    그렇지만 최근 그 역시도 최근 미중관계를 ‘협력적 경쟁’(cooperative rivalry)이라고 규정한다.(10) 그는 협력과 경쟁을 묶어놓은 협력적 경쟁이라는 표현이 모순어법일 수 있으나, 그래도 협력과 경쟁, 양 측면에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여전히 강조한다. 그래도 경쟁적 협력이 아니라 협력적 경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 즉 경쟁의 불가피성을 인식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왜 경쟁이 불가피한가? 여러 나라들은 중국의 경제적 행동,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을 절취하고,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국유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행동에 대해 정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중상주의적 전략에 따라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혼합하는 체계를 발전시켰다. 여기서 중국 공산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안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나 다른 국가가 중국기업에 대한 의존을 피하려는 게 정당하다고 본다. 5세대 무선통신 기술에서 화웨이나 ZTE가 대표적 사례다. 어쨌든 중국 역시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인터넷 감시, 검열 시스템을 뜻하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내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그가 보기에도 국가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사슬의 일정한 분리는 미국과 중국, 양자 모두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양국 모두 핵심적인 인프라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군사적 대비 태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을 제한하길 원하지 않겠는가. 이에 관한 일부 조치들은 일방적으로 취해질 수밖에 없는데, 중국도 지난 십여 년간 그렇게 했고, 미국 역시 무역과 투자, 과학교류를 통해 민감한 기술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렇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든 공급사슬을 한순간에 분리하는 것을 불가능하며, 양국 모두 큰 비용을 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기술 분리가 완벽한 보호주의를 향한 상호보복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자 간, 다자 간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시 말해, 양국의 기술적 분리, 공급사슬 분리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양국 경제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막기 위해 그 ‘하한선’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그래도 왜 협력이 불가피한가. 코로나19나 기후변화와 같은 사례가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환경 세계화(environmental globalization)의 필요성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유행병이나 기후변화는 정치가 아니라 생물학이나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국경에 점점 더 많은 구멍이 생겨나는 이 세계에서는, 마약밀매나 불법적인 자금흐름부터 전염병이나 사이버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각국이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제도를 창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관세나 국경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나 기후변화와 같이 초민족적인 생태 이슈에서, 국가 간 협력은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을 낳을 것이다. 다른 국가가 대응력을 높이도록 돕는 것은 도움을 주는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정치 지도자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그러한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례에서 (트럼프의) 미국과 중국, 양국은 단기적 관점에서, 제로섬을 지향하는 경쟁적 접근법을 취했고, 국제협력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해서, 1945년 이후 미국이 취해온 장기적이고 문명화된(enlightened) ‘국익’ 개념으로부터 이탈했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은 세계적 공공재(global public goods)의 생산에서 여전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중국도 국제 공공재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고, 그 역할을 나누는 데 점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글의 결론이다.

    나이는 이 글에서 세계적 공공재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세계적 공공재는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탐구대상이 된 개념이다. (폴 새뮤얼슨이 공공재 개념을 경제학적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세계적 공공재 역시 경제학적으로 파고들면 훨씬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보통 그 사례로 기후변화의 완화, 보편적인 규제관행의 제도화, 전염병의 근절, 세계평화의 보전, 과학적 돌파구의 발견,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의 제한 등등을 꼽기도 한다.(11)

    세계적 공공재라는 개념을 쓰지 않더라도, 개방적이고 호혜적인 국제 경제질서나 평화롭고 안전한 국제 정치질서는 인류에게 보편적 이익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이런 틀에서 나이의 주장을 이해하면, 미국은 누구보다 먼저 세계적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 또는 개방적이고 호혜적이며 평화롭고 안전한 국제·경제질서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중국도 그런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질서는 누구에게도 이익을 주는 포지티브섬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아니면 누구라도 협소하고 배타적인 국익을 내세우면서 이러한 질서를 잠식하려 한다면 적절한 견제는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제시하는 관점에서 보면, ‘경쟁적 협력’이란 관여정책, 즉 서로 약속에 따라 행동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표방하는 ‘전략적 경쟁’이나, 나이가 말하는 협력적 경쟁이 함의하는 바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개념을 세우는 것과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는 것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강압적 봉쇄정책도 아니고 낙관적 관여정책도 아니면서, 또한 경제, 가치(이데올로기), 안보 측면에서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중국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끄는 제3의 길을 찾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첫 번째로 가치(이데올로기)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가치의 경쟁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인가, 미국 내에서도 강력한 찬반 토론이 전개되었다. 두 번째로 경제(체제)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 트럼프 대통령이 개시했던 무역전쟁을 물려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개방적이고 호혜적인 경제질서라는 세계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가. 세 번째로 안보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변국과의 불화를 불사하고 팽창주의적 행태를 반복하는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과도한 군사화를 피해야 하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부터는 바이든 행정부에 닥친 이 세 가지 시험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계속)

    <각주>

    1. 이 글의 한국어 전문번역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 분석 및 전문번역」, 한국국방연구원, 2020년 7월 31일에 실려 있다. A4 용지로 15쪽을 넘지 않는 분량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쉽게 읽어볼 수 있다.

    2. “관여ㆍ개입ㆍ포용 중 정확한 Engagement 번역은?”, 《뉴스톱》, 2018년 1월 16일.

    3. 1차, 『미국과 일본: 성숙한 파트너십을 향한 진전』(2000.10.11.). 2차 『미일동맹: 2020년까지 아시아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자』(2007.2.), 3차 『미일동맹: 아시아에서 안정성을 굳건히 하자』(2012.8.), 4차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1세기를 위한 미일동맹의 쇄신』(2018.5.). 5차 『2020년 미일동맹: 세계의제를 공유하는 동등한 동맹』(2020.10.). 이 보고서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연구그룹의 보고서이지만 아미티지와 나이가 공동의장(co-chair)을 맡고 있다.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는 모두 미일동맹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나이가 아시아 정책에서 얼마나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 근거는 본문에서 곧 제시되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국과 통합하되, 일본과 함께 대비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 (보고서 모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4. 조지프 S. 나이,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프리뷰, 2015.

    5. 2011년 하순부터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은 ‘아시아로 선회’(pivot to Asia)라는 표현과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표현을 혼용했다. 클린턴 국무장관과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선회라는 표현을 자주 쓴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도닐런 안보보좌관은 ‘재균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12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전략지침』은 ”우리는 아태 지역으로의 재균형을 달성해야 한다“며 재균형이라는 표현을 공식화했다. 사실 아시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노선은 취임 첫해인 2009년부터 본격화되었다. 2009년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첫 해외 방문국은 일본,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이었다. (엄태암·유지용·권보람, 『미국의 아태지역 재균형정책과 한반도 안보』, 한국국방연구원, 2015.)

    6.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 교수’, 《세계일보》, 2014년 1월 1일.

    7. 나이는 육상세력과 해상세력에 관한 흥미로운 비교를 내놓는다. 19세기 영국의 지정학자 핼포드 매킨더는 유라시아 세계도(world island,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통제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19세기 미국의 해군 제독 마한은 해양력(sea power)과 해양 주변지역을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세계전략을 기초한 케넌은 마한의 접근법을 따랐는데, 미국이 유라시아의 양 끝에 있는 섬 브리튼과 일본, 그리고 서유럽의 반도와 동맹을 맺는다면 세계적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여전히 이런 노선을 따르며, 중앙아시아에 대해서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시진핑의 비전은 매킨더의 이론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육로는 19세기 영국과 러시아, 터키와 이란이 개입했던 ‘그레이트 게임’을 부활시킬 수 있다. 또한 인도양을 거치는 해상경로는 중국의 심각한 라이벌, 인도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런 언급을 볼 때, 나이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일종의 거대전략(grand strategy)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해양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암시한다. Jeseph S. Nye, Xi Jinping’s Marco Polo Strategy, Project Syndicate, Jun. 13, 2017.

    8.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국방정책 전반에 관한 논쟁은 2014년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을 두고 벌어졌다. 2014년 5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은 육사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의 핵심이익(core interests)이 요구할 때라면, 우리는 필요한 경우, 일방적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간접적인 위협이나 인도주의적 위기의 경우에는 “집단적 행동을 취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파트너를 집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도덕적 다자주의’, ‘제한적 개입주의’, ‘다자적 개입주의’ 등등의 평가와 그 적절성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다. 사실 정말로 엄밀한 의미에서 오바마 독트린이란 게 존재하느냐는 문제도 쟁점이었다. 그렇지만 2015년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오바마 독트린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그 독트린이란 ‘우리는 관여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짧은 설명이 ’오바마 독트린‘의 모호성을 더 키운다. (“오바마 다자적 개입주의 재확인”, 《연합뉴스》, 2014년 5월 29일.)

    9. Michael Green, The Legacy of Obama’s “Pivot” to Asia, Foreign Policy, Sep. 3, 2016.

    10. Joseph S. Nye, Globalization and Managing Cooperative Rivalry, China US Focus, Jul, 6, 2020; The Logic od US-China Competition, Project Syndicate, May 6, 2021.

    11. Wolfgang Buchholz, Todd Sandler, Global Pubic Goods: A Survey,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59, No. 2, June 2021.

    필자소개
    임필수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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