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멈춰 서지 않겠다"
    닷새 만에 선거운동 복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열어갈 것”
        2022년 01월 17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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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모든 선거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지 닷새 만인 17일 대선 레이스에 공식 복귀했다. 그는 “여기서 멈춰 서지 않겠다”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선거운동 일정을 멈춘 것은 단지 지지율 때문이 아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저와 정의당이 손 잡아야 할 분들과의 거리가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심 후보는 “저 심상정은 결코 여기서 멈춰 서지 않겠다”며 “한층 심각해진 불평등과 더욱 공고해진 기득권의 현실 앞에 약자를 위한 정의당의 역할을 더 절실해지고 있다. 아무리 고단하고 힘든 길이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 진보 정치인들이 또다시 절벽에서 시작하는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저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을 끝까지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성찰하고 제대로 일어서겠다. 가치와 원칙은 더 선명하게 세우겠다”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신임과 관련해 득표율을 기준으로 세우진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정의당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무한한 책임 느껴”
    ‘조국 사태’도 언급 “뼈아픈 오판…고개 숙여 사과”

    심 후보는 자신과 당이 위기를 맞은 가장 원인을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의 태도와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이 사실상 부재했다는 점을 꼽았다.

    심 후보는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며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질의응답에서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입장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조국 장관 문제 여러 차례 제가 입장을 밝혔는데, 선거제도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보의 큰 원칙과 가치만 흔들리는 결과가 됐다. 진보정치를 성원했던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다”며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서 이분들의 마음이, 그 믿음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저 심상정은 이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만든 정치의 일부다.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대한민국 정치에 제역할하는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성원해 주셨던 시민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진보 정치가 그동안 천명해 온 가치와 원칙에 대해서 더 절실하고 더 분명하고 또 더 겸손하게 임할 생각”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사라진 의제들, 사라진 사람들이 곧 시대정신이다. 노동, 여성, 기후위기가 그렇다. 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키워내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의 금기 공론화할 것…낡은 진보의 과감히 혁신”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남탓하지 않고,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키고 어렵더라도 피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심상정의 마이크로 더 크게 목소리를 내겠다”며 “노동이 사라진 대선, 여성이 공격받고 대선, 기후 위기가 외면당하는 대선, 여성과 노동 그리고 녹색의 목소리가 다시금 힘차게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등 진보진영에서 금기시 됐던 연금개혁 등의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심 후보는 “진작에 토론했어야 하지만 마치 진보의 금기처럼 성역화되어 왔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하겠다. 금기하는 것을 금기시해서 낡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혁신을 위해 논의할 의제를 묻는 질문에 “진보에도 기득권이 있다”며 “정년 연장 문제를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에 연대를 가로막고 있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 공론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연금개혁 부분과 관련해서도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다. 이 문제도 해당 주체들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를 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 무산과 관련해서도 선거연대라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심 후보는 “진보 단일화는 당 주도로 그동안에 추진돼 왔고 또 일단락이 됐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불평등과 기후위기, 차별에 맞서 온 진보 시민 재세력 간의 선거연대를 가능한 한 최선의 방법을 도모해서 추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복귀 기자회견문 전문

    —————————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또 저로 인해 일정 차질을 빚은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격려해주시고, 또 용기를 북돋아 주신 우리 당원 여러분과 많은 시민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한 것은 단지 지지율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습니다.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또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께 ‘노동이 당당한 나라’,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나름 혼신을 다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시민들의 삶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저와 정의당이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남 탓하지 않겠습니다. 거대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억울하신 분들은 불평등의 계곡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조차 힘겨운 분들이실 겁니다.

    저 심상정은 불평등의 사회를 만들어온 정치의 일부입니다. 무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많은 성원을 해주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함께 우는 것을 넘어서서, 더 큰 힘으로 우리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뼈아픈 저의 오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그 일로 상처 입으신 분들,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저 심상정은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더 깊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더 공고화되고 있는 기득권의 현실 앞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의당의 역할은 더 절실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아무리 고되고 어렵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 험난한 길을 이어갈 우리 후배 정치인들이 또다시 절벽 앞에 선 막막한 느낌으로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음 세대 진보가 심상정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정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저의 마지막 소임을 끝까지 완수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대로 성찰하고 제대로 일어서겠습니다.
    가치와 원칙은 더 선명하게 세우겠습니다.
    가난하고 절박한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더 절실해지겠습니다.
    시민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더 솔직해지고, 더 겸손해지겠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저와 정의당,
    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고,
    무얼 하지 말아야 할지 고심했습니다.

    저는 세 가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남 탓하지 않겠습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키고, 어렵더라도 피해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는 제가 꼭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에서 지워진 이름들을 심상정의 마이크로 더 크게 그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노동이 사라지고, 여성이 공격받고, 기후위기가 외면되고 있는 대선입니다. 녹색과 여성과 노동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실은 일찍부터 토론이 있었어야 했던 문제입니다. 진보의 성역처럼 금기시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하겠습니다. 금기를 금기시해서 낡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이뤄가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겠습니다. 진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공통의 가치들을 복원해내는 대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더 겸손하게, 더 당당하게 임하겠습니다.

    대전환의 시기에 진보정치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수많은 분들, 진보정당이 당당하게 우뚝 서서 시대를 교체해주길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진보집권의 미래를 뚜벅뚜벅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십시오.
    저 심상정 지지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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