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신형 미사일 발사 실험의 의미
    [국방칼럼] 북핵 이어 중거리미사일의 경연장 되나
        2022년 01월 17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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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최근 자국이 동해상으로 연달아 발사한 신형 비행물체를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활공전투부)’로 규정하고 비행실험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작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아래 다섯 가지 중대과업의 일환으로 제시하였으나, 이들 과업들은 당시 국내 언론이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에만 관심을 쏟는 바람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이번 11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직접 참관했고, 이 사실을 은퇴했다던 조선중앙티비 리춘희 앵커가 전한 만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우리 언론의 관점과는 다르게 북한에게는 국방력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였던 것이다.

    사진 :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1월11일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다. 신형엔진의 겨울철 작동상태를 점검해 보는 의미도 있다(출처-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안키트 판다).

    8차 당대회 폐막일이던 작년 1월 12일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결정은 인민 앞에 한 서약인 동시에 우리 인민이 준 지상의 명령”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따라서 금번 북한의 신형미사일 발사 실험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원을 중심으로 당대회 결정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며, 동시에 북한이 이른바 ‘핵억제력 강화’라는 독특한 안보전략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고,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국방기술분야 핵심역량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체제 특성상 김정은 총비서가 2020년 3월 이후 거의 2년여 만에 미사일 실험장에 나타난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배석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해법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1월 5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를 주도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1대 대통령선거와 베이징 겨울올림픽이라는 현안과제를 각각 앞두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게도 북한 미사일은 결코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반면 북한은 이 모든 것에 마치 무심하다는 듯이 김정은 총비서의 주관하에 미사일 실험을 재차 단행함으로써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주’라는 그들의 철학을 국제사회에 전했다.

    사진 : 이번 발사 실험 후 김정은 총비서와 개발진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재 북한미사일개발의 핵심인물인 ‘김정식’(왼쪽 원)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장창하(오른쪽 원) 제2경제위원장(군수공업 총괄)이 김정은 옆에 배석치 않고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에 임했다. 이번 미사일 실험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출처-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제프리 루이스)

    김정은 총비서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력 현대화를 늘 강조해 왔다. 이번 총평에서도 “한순간도 지체하지 말고” 국방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핵을 보유한 국가가 끊임없이 국방력 강화를 외친다는 점에서 의아하게 여길 독자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핵보유국은 핵과 재래식전력 간에 균형을 취하고 있고 주변에 강력한 잠재적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는 다르게 북한의 재래식전력은 핵전력에 비해 매우 불균등하며 접경지역에는 첨단 재래식전력으로 무장한 한∙미연합군의 위협이 상존한다. 재래식전력의 열세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하게 된 여러 계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황일도(국립외교원)에 따르면 북한의 ‘전략핵’은 한미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에 대응하기에는 적합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냉전 당시 나토군이 유사시 바르샤바조약군 전차부대의 서진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써 유럽에 전술핵을 배치했던 역사 경험은 작년 당대회에서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 비행’과 함께 ‘전술핵무기 고도화’를 다섯 가지 중대과업으로 선정한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전술핵무기’가 북한의 방패라면 주체무기라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의 창이다. 한국군에는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는 자산으로 그린파인 레이더(지상), E737 피스아이 MESA레이더(공중), 이지스구축함의 SPY-1D레이더(해상)를 보유하고 있으며 요격용으로는 주한미군이 사드와 패트리어트-3 MSE를, 한국군은 패트리어트-3 CRI와 천궁2로 구성된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발사체의 추진력으로 하늘로 치솟다가 정점단계에서 자유낙하하는 기존 탄도미사일의 비행은 정해진 포물선의 궤도를 그리도록 정형화되어 있어 기존 탐지자산과 요격용 미사일로 대처가 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은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형미사일 개발에 힘써왔고 ‘극초음속 활공 비행’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한국언론은 ‘극초음속(Hypersonic)’이라는 단어에 몰입한 나머지 북한 미사일의 속도에만 민감해 하는데, 빠른 속도는 기본일 뿐이며 이것 말고도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우선 미사일이 비행 고도를 낮게 해서 저공으로 날아가야 한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레이더 수평선 밖에 음영구역이 생겨나 지상과 해상 레이더로 이 공간을 비행하는 미사일을 탐지하기 어렵고, 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할수록 목표물에 낙하하는 시간도 짧아져 탄두체가 요격미사일로부터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월 5일 발사 미사일의 비행 최대고도는 지상 50Km, 11일 발사 미사일은 지상 60Km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북한 개발자들은 패트리어트-3 MSE의 요격고도를 고려하여 미사일을 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실험에서 특별하게 강조한 것은 미사일의 움직임, 이른바 ‘기동성’이다. ‘기동’은 미사일이 비행과정에서 궤도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높은 기동성을 가진 미사일은 요격미사일로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더라도 그 궤적을 예상할 수 있다면 이러한 장점은 반감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처럼 포물선 궤도로 단순하게 비행하는 미사일보다는 불규칙하게 날아가는 미사일이 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특히 추진체의 역할이 끝난 이후에도 ‘활공전투부’(탄두체)가 엔진의 도움 없이 활공비행(glide)을 하는 글라이더가 되어야 하는 것이 극초음속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이다. 북한은 신형미사일이 하강단계에서 상승비행하는 풀업기동을 뜻하는 ‘활공 재도약’과 수평으로 움직이는 ‘선회기동’을 한 것으로 발표했는데, 5일 시험발사 후에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측면기동’도 말하였으나 11일 시험발사 후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국초음속 미사일’은 고도 90~100Km 이하의 대기권을 마하 5~10의 속도로 불규칙비행하며 추진체에서 분리된 ‘활공전투부’(탄두체)가 자유낙하를 넘어 활공비행까지 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북한이 주장하는 신형미사일의 이러한 특성은 우리 측 지대지미사일인 ‘현무-2B’와 ‘현무-2C’ 같은 기존 탄도미사일에서도 이미 상용화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신형미사일을 북한이 발표한 대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1991년 퇴역한 미국의 퍼싱2 탄도미사일에서 구현된 이른바 ‘기동 탄두 재진입체’인 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를 실험한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진단하는 이유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기술 수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이 존재하며 북한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이 개발하고자 하는 미사일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도 개발에 성공했다고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 난이도급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북한 미사일은 여러 시각으로 재단될 수 있다. 예컨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의 취지가 우리 군의 ‘3축체계’가 가진 한계를 담고 있는 이상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더라도, 대통령후보가 주는 무게감에 비추어 볼 때는 부적절한 언급이듯이 북한에게 있어 이번 신형미사일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부르기에 충분하겠지만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보기에는 기존 미사일이 발전된 형태일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소푸트니크 충격을 받을 만큼 획기적인 발명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극초음속’ 논쟁보다는 계속되는 제재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북한이 신형미사일기술 개발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고, 다른 중대과업에서도 이번과 같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할 기술 진척이 진행되고 있을 북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이해이다.

    사진 : 위에서부터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활공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비행궤적이다. 미사일방어체제의 발전으로 세계 각국이 탄도미사일을 보완할 신형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미국 회계검사원 GAO)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서 우리가 기술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는 추진방식이다. 최근 북한은 액체연료를 발사 직전 주입하지 않고 앰플 방식으로 미리 주입∙저장하는 형태로 개량한 신형엔진을 사용하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것은 연료주입단계를 단축함으로써 탐지자산에게 노출될 가능성과 발사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인데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는 북한이 최신기술이라고 할 수 없는 액체연료 앰플방식을 채택한 이유로 제재로 인한 경제여건 악화와 고체연료엔진기술의 미성숙을 꼽고 있다. 달리 해석하면 북한이 ‘3.18혁명엔진’의 모체가 되는 구 소련제 ‘RD-250’엔진의 안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제재라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국방력 강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미사일 성능 고도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중대과업에 포함되어 있는 고체엔진기술의 성숙이 절실할 것인데 이 과제를 북한 과학자들이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다른 하나는 북한 ‘신형 미사일’ 개발전략의 변화 여부이다. 북한은 작년 9월에도 ‘화성-8형’이라는 새로운 미사일 발사를 통해 ‘극초음속 활공 비행’을 시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사일은 흐름상 ‘화성-8형’의 설계정신을 계승한 미사일이어야 했으나, 신형미사일 탄두체가 ‘화성-8형’ 외관과는 다른 ‘원뿔형’(델타형)임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지난 9월 발사된 ‘화성-8형’과 신형미사일을 서로 다른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다. ‘원뿔형’ 탄두체 개발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다. ‘화성-8형’ 발사시험을 주관했던 박정천 군 및 군수담당비서가 이번 시험에 등장하지 않은 것도 흥미로운데 북한이 고난도 기술에 도전하였다가 실패한 후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 개발로 선회하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진 : 맨 왼쪽은 작년 9월 발사된 화성-8형 미사일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들은 각각 11일과 5일 발사된 원뿔형의 신형미사일로 탄두체의 형상이 다르다(출처- OPEN NUCLEAR NETWORK).

    반면 안키트 판다(카네기국제평화기금)처럼 북한의 KN-23과 KN-24 미사일 개발과정을 예로 들며 두 가지 극초음속 계열 미사일의 병행 개발을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실험을 부단히 하는 가운데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이른바 ‘진화형 개발 방식’이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인 이상 ‘화성-8형’미사일 개발이 중단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북한이 신형미사일 발사를 통해 일부 신기술을 확보했으므로, 더 발전된 형태의 ‘미사일’ 개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타당하다. 일본이 ‘SM-3블록ⅡA’의 지상발사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를 포기한 이유가 북한 ‘화성8형’의 벤치마킹 모델인 중국 ‘DF-17’ 요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바 북한 기술이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이러한 상황전개에 대한 문재인 행정부의 인식은 한결같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이 유엔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안이 아닌, 기존 결의안에 따른 북한제재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미국이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있고, 한∙미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문재인 행정부의 이러한 판단의 이면에는 2018년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조성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국면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깔려있다. 이것은 마치 자신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한때 사상 최고가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내리막에 들어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최고가에 거래되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주식투자자들의 심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과거에 얽매일수록 2019년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된 정세를 직시하는데 어려움만 겪을 뿐이다.

    1월 5일 북한의 새해 첫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발표한 6개국 공동 규탄성명을 보면 미국의 목표는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CVID’임이 명확하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CVID’가 북한 정책의 목표이고, 외교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서 작년 5월 한미공동성명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모호한 표현이 지향하는 북한과의 다양한 협상 가능성, 이른바 ‘스냅 백(제재 일시해제)’ 등과 같은 타협 방식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이 2018년 평화국면과는 완연히 다른 성격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미국은 이번 상황을 한반도에 대결구도를 재연하려는 기회로 생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인 ‘2+2회의’에서 양국은 북∙중∙러의 극초음속미사일 대응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 미사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일본이 ‘요격은 자국이 전담하고 타격은 미국이 수행하는’ 기존의 역할분담에서 탈피해서 타격능력까지 직접 보유하려는 속내를 내비친다는 것이다. 이른바 ‘적기지 공격 능력’이다.

    10일 유엔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결의안이 도출되지 못한 것은 미국과 중∙러의 의견차가 내재되어 있다. 12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북한 무기프로그램과 관련한 제재명단에 북한 국적자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회사와 러시아인까지 새로 포함한 데 이어, 미 국무부는 이들이 북한 핵프로그램을 위한 부품과 기술 공급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는 별도성명까지 발표했다. 이에 대해 14일 러시아 외무부는 ‘판타지’, ‘거짓’(invented), ‘근거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섞어가며 미국의 방침에 강력 반발했다.

    2019년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미실무협상에서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북한은 12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기점으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침은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로 반영되었다. 이후 북한은 군비경쟁을 포기하지 않는 ‘강 대 강’,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문도 닫지 않는 ‘선 대 선’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북한 외무성이 1월 14일 발표한 성명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새로운 제재로 상황을 고조시키고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한국 외교부의 견해와는 상당한 간극을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의 ‘관심 끌려는 행동’이라는 발언은 안일한 상황인식일 뿐이다. 지난해 말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김정은 총비서는 대외관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생략한 채 ‘국방력 강화’만을 강조했다. 북한이 교착 또는 단절국면에서는 언제나 주체무기 개발에 전력을 다해왔다는 점에서 국방력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전에는 북미대화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은 핵탑재가 가능한 공격무기로서의 위력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사기 저하와 심리 위축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실험을 통상적인 자위권 행사로만 볼 수는 없다. 북한은 14일에도 두 차례 KN-23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안키트 판다(카네기국제평화기금)에 따르면 북한이 연초부터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조선중앙통신은 ‘평안북도철도기동미싸일련대’가 금요일 오전 총참모부의 명령을 하달받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북한의 ‘강 대 강’식 대응이라는 해석과 ‘신속대응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불시훈련 성격으로 보는 관점이 상존한다. 합참은 미사일이 평안북도 의주비행장 근처에서 발사되어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에 있는 알섬에 탄착한 것으로 발표하였다. 서쪽 의주비행장에서 동쪽 알섬까지 비행거리는 북쪽 의주비행장에서 남쪽 평택미군기지에 이르는 비행거리와 비슷하다.

    일단 우리에게는 요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탐지인데, 북한의 의도로 볼 때 공중 탐지전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아무래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지상의 움직임을 더 쉽고 광범위하게 관찰할 수 있다. E-737조기경보통제기의 성능개량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은 작년 예산심의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각각 1조원 이상 투입될 사업비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22년 국방예산에 ‘감시정찰능력 강화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가 반영됐듯이 정찰위성의 필요성도 커졌다. 방공유도탄포대는 데이터링크 체계를 통해 감시정찰위성이 탐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음으로써 요격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국 주관하에 노스롭 그루먼이 우주공간에서 극초음속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센서인 ‘HBTSS’(Hypersonic and Ballistic Tracking Space Sensor) 개발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전문기자인 노세 노부유키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이 2020년 8월 행정부에 제출한 제언서에도 ‘저궤도위성 콘스텔레이션(집단)’을 이용한 극초음속미사일 탐지∙추적이 담겨있다. 한∙미미사일지침 종료 이후 한국도 고체연료추진체를 이용한 군사위성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한국의 인공위성발사체 개발이 북한 대륙간탄도탄의 비교우위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간 군비경쟁이 우주권역으로 확장될 소지가 있다.

    사진 : 초음속미사일의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저궤도위성을 통한 탐지 및 추적이 강화될 것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위성요격미사일의 본격 등장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출처- 노스롭 그루먼).

    이번 신형미사일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 해군이 해상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해 배치를 원하는 ‘SM-3블록ⅡA’는 도입 명분을 잃게 됐다. 이 미사일은 대기권 밖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때문에 대기권 이하에서 비행하는 미사일에는 쓸모가 없다. 반면 성주의 사드는 재평가를 받을 공산이 커졌다. 우리 합참은 현재 보유한 요격미사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우리군도 조만간 배치할 예정인 패트리어트-3 MSE를 회피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드는 패트리어트-3 MSE보다 높은 고도인 5O~150Km를 방어구간으로 하는데, 대기권 밖보다 안에 특화된 방어체계라는 장점이 있다. 현재 록히드마틴은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무기체계로 ‘다트(Dart)’를 연구 중인데 이는 사드를 개량한 모델이다. 미국이 지금껏 그래왔던 대로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 위협을 내세워 사드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이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이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미사일방어체제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핵 문제에 덧붙여 남북 간 중거리 미사일의 경연장이라는 복잡한 상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는 2019년 2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거리핵전력 군축조약인 ‘INF조약’ 탈퇴 선언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INF조약’은 미∙러의 사거리 500∼5,000Km 지대지미사일의 보유∙생산∙금지를 규정한 조약으로써 미국은 탈퇴 명분으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들었으나, 결정적인 이유는 지대지 중거리미사일 개발에 제약이 없는 중국에 대한 대응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이 중거리미사일 개발의 족쇄를 풀고 본격적인 미사일 개발경쟁에 나섬으로써 전세계에는 미사일 군비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조약 탈퇴로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던 ‘한∙미미사일지침’을 미국이 완강하게 고수한다는 것이 더는 명분이 없게 되었던 것이고, 아랍에미레이트가 한국형 요격미사일 ‘천궁2’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미사일 군비경쟁의 파급효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남북 간의 치열한 중거리 미사일 개발경쟁은 미∙중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사진 : 작년 10월 북한의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화성-8형(개량형으로 추정, 왼쪽)의 형상은 중국 DF-17(오른쪽)의 외관과 비슷하다. DF-17은 일본이 위협을 느끼는 미사일이다(출처- OPEN NUCLEAR NETWORK).

    미국의 미∙러∙중 3국 간 새로운 ‘INF조약’ 체결 제안을 중국은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이 경쟁력을 가진 중거리 미사일 전력(INF)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의 거절은 계속될 것이며,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 가입국에 대해 INF 배치에 대한 ‘상호 유예(모라토리움)’를 제안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이 또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는 강대국 간의 미사일 군비경쟁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 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에 반대해 온 기존 입장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사거리 300Km의 에이테킴스 전술지대지 미사일의 노후화를 구실로 미국군이 차후 신형미사일로 대체를 추진하게 될 상황에 대한 대처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제를 추구하되, 궁극적으로는 북핵문제 해결만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중국과 러시아에 주지시켜야 한다.

    문재인 행정부 5년간 지속된 남북대화와 군사력증강의 병행을 친정부 학자들은 ‘딜레마’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딜레마’라는 용어는 어쩔 수 없었다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연습을 중지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함으로써 남북간의 군사충돌을 방지하는데는 분명 성공하였으나, 이 구간을 벗어난 지역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군사활동에 대한 논의는 담지 않음으로써 남북 간의 군비경쟁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한국의 군사력 증강의 명분이 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자주국방’ 역시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 왔다. 서로가 이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남북한 스스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조건에서 군사분야 합의의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수준을 높여 본격적으로 병력과 재래식 무기감축을 논의하는 군비통제 단계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이들이 군축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는 아직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추억은 추억에 불과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때이다.

    * <국방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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