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워싱턴 불렛』 『반란의 매춘부』 외
        2022년 01월 15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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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불렛> – CIA, 쿠테타, 암살의 기록

    비자이 프라샤드 (지은이),심태은 (옮긴이),국제전략센터 (감수) / 두번째테제

    인도 출신 역사학자, 언론인 마르크스주의자 비자이 프라샤드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자료 연구를 토대로, 현대사를 관통하여 벌어진 쿠데타와 암살, CIA의 음모를 다각도로 펼쳐놓은 기록.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의 전통을 따라 학술적인 목적만으로 펴낸 것이 아니며, 대중들의 눈높이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미를 비롯한 세계 현대사의 어두운 사건들을 에피소드와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하여 친절하게 제시한다.

    미국 제국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끼쳤는지 그 기원부터 전개까지 비밀문서들과 전직 CIA 요원들의 회고록 및 인터뷰를 통해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러한 작업은 제국주의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세계 민중들에게 가했던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저자 비자이 프라샤드는 제3세계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이전부터(《갈색의 세계사》, 《제3세계의 붉은 별》)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해 왔다. 또한 저자는 전 세계에 지부를 둔 트리컨티넨탈(3대륙) 연구소를 통해 이러한 희망을 세계 곳곳에 발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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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란의 매춘부> – 성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

    몰리 스미스,주노 맥 (지은이),이명훈 (옮긴이) / 오월의봄

    성노동자이자 성노동자 권리 운동 활동가인 저자들이 쓴 책으로, 비매춘부들의 추상화된 언어에 가려져 왔던 현직 성노동자들의 생생한 발언들에 기대, 매춘을 둘러싼 이분법에 반대한다. 매춘이 폭력인지 노동인지, 그것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따지는 추상적 논의 속에서 성노동의 현장, 구체적이고 다양한 성노동자의 삶과 목소리는 지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매춘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이들은 ‘행복한 창녀’도 아니고 ‘탈성매매 여성’도 아니다. 오늘 밤이나 내일,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위험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매춘을 해야 하는 이들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매춘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획득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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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 조각난 일터와 불평등한 노동

    김종진 (지은이) / 롤러코스터

    우리나라가 GDP 기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고, UN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최저임금도 많이 올랐다고들 한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오늘날 노동자의 상황과 일터의 문제는 더 이상 과거의 틀로 볼 수 없게 되었다. 급속한 사회변화와 맞물려 기업의 종류나 고용형태, 노동조건 등이 다양해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접근방식도 더욱 입체적이고 세밀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청년문제 등 21세기형 노동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오고, 정책을 생산해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이 오늘의 노동문제, 지금의 일터와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세상에 꺼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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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은이) / 한겨레출판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K-팝,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K-방역…. 이렇듯 K는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해온 박노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K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그가 말하는 K의 진짜 모습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반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혐오의 일상화, 대선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이 보여주는 구시대적인 노동관, 중국의 부상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 등등 그는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소득만 높은 ‘유사 선진국’에서 개인이 행복한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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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 미국 사회주의자가 들려주는 공산당 선언부터 기후 위기까지

    폴 더마토 (지은이),이원웅 (옮긴이) / 책갈피

    마르크스주의 철학과 경제학부터 노동계급의 잠재력,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제국주의와 전쟁,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과 환경 문제에 관한 분석까지 마르크스주의의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마르크스의 원전을 풍부하게 인용하며 해설함으로써 마르크스주의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쉽고 친절한 설명과 오늘날의 친숙한 사례를 곁들여 누구나 혼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가 유효하고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훌륭한 입문서다. 2006년 처음 영어판이 출판된 이래 미국의 독자들 사이에서 입문서로 널리 읽히며 오랫동안 사랑받았고, 터키·중국·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출판됐다. 한국어판은 2014년 개정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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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서사 자료집> – 안석주의 영화소설 <인간궤도>

    배현자 (지은이) / 소명출판

    <인간궤도>는 내용적으로 보면 당대 문화를 비판적 관점에서 해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지식인들의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고 그들의 서구문화 추수의 행태와 허영을 드러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당시의 저널리즘과 모더니즘 등이 내포한 부정적 면모를 들춰내기도 한다. <인간궤도>는 이 당대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희화적이고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기존에 나온 단행본에서 축약되거나 생략된 부분을 복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문 그대로 표기하여 당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풍자적 어감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판본 비교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원문을 복원한 이 자료집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시간과 품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주석 작업 등을 통해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좀 더 쉽게 자료집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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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면>

    윤순경 (지은이) / 선스토리

    부모교육은 자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부모인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회와 교육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다. 사회문화관점의 교육공학 박사인 저자는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우리 주변에 만연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비판적 사고로 살펴보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더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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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턴어웨이> – 임신중지를 거부당한 여자들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지은이),김보영 (옮긴이),윤정원 (감수) / 동녘

    ‘낙태죄’의 유지는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행복을 향상시키는가. 임신중지한 여성은 아이를 낳은 여성보다 더 불행하고 비참한가. ‘턴어웨이 연구(Turnaway Study)’는 바로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여성의 재생산은 오랫동안 법과 정치의 영역에서만 다뤄졌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역사적 사건 이후 2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저자의 말처럼 ‘정확한 이해에 기반한’ 과학적 사고로 임신중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거절하다’라는 뜻의 ‘턴어웨이(Turnaway)’는 임신중지를 하지 못해 병원에서 ‘거부당한’ 여성들뿐 아니라 엄마가 될 여성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를 낳길 강요하는 사회를 은유한다.

    세계적인 인구통계학자인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가 이끈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원치 않는 임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시도다. 공중보건학, 역학은 물론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 전문가 40여 명이 모였고, 미국 전역의 임신중지 클리닉 30곳 이상과 협업해 임신중지를 했거나 거부당한 1000여 명의 여성을 모집했다. 무려 10여 년에 걸쳐 8000번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 장대한 연구는 마침내 정치와 법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사실, 즉 임신중지를 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아이들 역시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통계에 힘을 실어주는 건, 당사자인 여성들의 목소리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생생한 인터뷰는 임신중지를 둘러싼 여성의 복잡한 삶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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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개념어 사전> – 논리·사상·철학

    김승환 (지은이) / 소명출판

    문학, 역사, 철학, 예술을 중심으로 문화, 사회, 자연, 과학의 중요한 개념을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한 사전 형식의 글이다. 약 700여 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1권-논리ㆍ사상ㆍ철학, 2권-역사ㆍ사회ㆍ자연, 3권-문학ㆍ예술ㆍ미학으로 나누어 출판되었다.

    저자는 일정하게 기술할 때 개념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모든 항목을 2,200자 전후로 기술했다. 이런 형식적 특징과 함께 내용적 특징은 원 개념을 정확하게 기술하면서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식과 저자의 해석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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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링을 뛰어넘는 소년>

    허교범 (지은이),리페 (그림) / 아르볼

    그동안 ‘추리’라는 장르로 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허교범 작가의 작품이다. 잡지 <초등독서평설>에서 1년 동안 인기리에 연재된 글로,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주인공인 열세 살 민준이에게 닥친 일은 그의 일상을 뒤흔들 만큼 혼란스럽고, 좀처럼 진실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추리와 로맨스 두 장르를 결합해 독특하고 신선한 전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다 보면 어느덧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거듭되는 반전은 추리 소설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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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홍순 (글),박순찬 (그림) / 비아북

    고대로 가는 산책로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름은 소크라테스다. 그 뒤로는 공자의 집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이고, 십자가로 장식된 중세길 초입에는 톤슈라를 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기도를 올리고 있다. 저 멀리 근대 골목에서는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가 동전을 튕기고 있고 현대길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는 체 게바라와 데리다가 커피를 홀짝인다. 이렇게 유명한 인물들이 한동네에 모여있다니 그야말로 ‘고양이 맙소사’다! 그런데… 뭐하는 분들이더라?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나가려는 당신을 위해 제법 유식한 고양이, ‘냥도리’가 산책 가이드로 나섰다.

    소크라테스, 공자, 애덤 스미스, 데리다… 대단한 인물들인 건 알겠는데, 벌써 어렵고 지겨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다고? 그런데 잠깐, 이 책에는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a.k.a 『고맙소!』는 재치있고 귀여운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의미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인문교양서이기도 하다. 한 장 한 장 완결성이 있는 그림들이 흐르듯이 이어지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 15명을 소개한다. 각 시대의 주요 경향을 개척하고 완성한 인물들을 엄선해, 가볍게 훑어 읽는 것만으로도 주요한 시대정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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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학의 철학적 탐구>

    김우형 (지은이) / 소명출판

    한국적인 유학으로 정의되는 ‘한국유학’ 중에서도 철학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성리학을 중점적으로 고찰하였는데, 이황ㆍ이이부터 이익과 김창협을 거쳐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성리학의 인식론과 도덕론, 형이상학에 해당하는 철학적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다만, 한국 성리학의 철학적 문제들은 중국 송대의 정주성리학에서 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주성리학의 개요를 함께 다루었다. 한국유학을 다루는 책에 정주성리학을 포함시킨 것은 조선성리학이 ‘주자학 일색’이었다는 기존의 인식을 부연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정주성리학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그 바깥에서 그것에 대해 수행했던 비판적인 탐구로 이루어져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성리학의 전개를 단순히 사상사의 범위에 포함되는 유학사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성리학자들을 각자 나름대로 ‘철학하기’를 수행했던 철학자로서 간주하여 접근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성리학을 단지 지나간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있고 유의미한 철학적 사유의 자원으로서 바라보도록 한다. 이와 같은 철학적 탐구를 통해서 성리학적 사유가 한국철학의 전통으로서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지닐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필자는 한국유학과 성리학을 그대로 재현하고 계승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철학적 탐구를 통해 한국철학으로 전환하여 계승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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