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조 운동 이대로 가다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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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29일 08: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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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민주노총이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기금 모금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50억원 목표에 실적은 15억원. 신문은 기사에서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노조가 모금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며 ‘말 따로 행동 따로’ 행태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했다.

    비정규직 개악법안, 노사관계 후진화 법안이 2006년 국회를 통과했다. 총파업을 통한 민주노총의 저지투쟁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투쟁 한번 못해 보고 끝이 났다. 노사관계 후진화법안의 핵심인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조합 간부의 2/3이상이 현행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다. 겉으로 한국노총 야합에 대해서 반대하면서도 민주노총 대다수의 간부는 현행 유지를 희망하고 있었다.

    민주노조 운동의 진정성

    민주노조 운동에서 진정성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일간지의 지적은 너무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다. 말로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면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노조 가입이나 비정규직 투쟁에 미온적인 노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일 것이다.

    돈 많이 버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기금 1만원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는가? 그런 와중에도 우리은행 노조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별도 직군이면 어떤가?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라도 정규직화를 시킨 노조가 있는가? 우리은행 정규직 노동자들처럼 정규직 임금을 동결할 각오라도 있는가?

    자본의 양보나 자본과 투쟁을 통한 획득을 주장한다. 그런 힘이 민주노조에 있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필요 없다. 그러면 앞으로 그런 힘을 비정규직 스스로 키울 수 있는가? 물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매그너칩, 기륭전자, 현대하이스코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 비정규직 스스로 사생결단하고 싸워도 아직 쟁취해내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그 동지들이 반드시 이겼으면 한다. 그래야 민주노조 운동에 희망이 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일한 파이를 나눠먹는다. 많은 사람들은 부정하지만 나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개별사업장이나 전체 자본가와 투쟁해서 잉여가치를 더 빼앗아 오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끄러워지는 것을 우려한다.

    민주노총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등 따시고 배부르다. 자신만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관심 밖이다. 민주노총 간부들 중에도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그들에게는 비정규직과 연대, 한미FTA 반대투쟁, 노사관계로드맵 저지는 민주노총의 선진활동가들만의 구호이다.

    진정성을 회복하자

    정말 솔직해지면 좋겠다. 그 속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 민주노총 수천명의 활동가 중에서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투쟁과 노사관계로드맵 투쟁에 공감하면서 투쟁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민주노총에서 긴급 집회를 열지만 여의도에 모이는 숫자는 200명도 안 된다. 그 많은 전임자와 간부들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업장 임단협 때문에, 일상활동 때문에 투쟁과 멀어진다. 그리고 조합원 정서 때문에 총파업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 선명한 계급투쟁, 개량화로 비춰지는 그 어떤 정책대안도 부정되어야 하는가? 상황논리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개량주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논리를 따지고 사상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 비정규직의 삶은 개선될 여지가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우리은행 노조의 정규직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의 모든 대표자들이 정규직 임금동결,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자 경영참가를 내걸고 총자본에 협상을 제안하라. 그리고 안 되면 파업을 조직하자.

    민주노조 운동 학생운동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전대협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5대 조직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운동은 망했다. 미래 노동자인 대학생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비정규직 악법이 통과되는데도 프랑스의 대학생들과 달리 우리 대학생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취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시대정신과 연대정신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이제는 비권이 아닌 조직적인 우익 운동권들에게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사회와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변화와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 운동도 똑같은 전철을 밝고 있다. 한총련에 대한 이적성과 폭력성이란 딱지를 붙여 학생운동을 망하게 했다면 민주노조 운동에 대해서는 ‘귀족노조와 부패’라는 딱지를 덧씌우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

    왕성하고 투쟁적인 산별의 흐름을 만들어내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울타리, 기업의 장벽을 넘어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내자. 그런 의미에서 금속과 공공의 산별의 첫해인 2007년이 매우 중요하다. 정파의 벽을 넘어서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파가 민주노총의 권력을 잡는다 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노사정 교섭에 참여할 것인가를 제외하곤 똑같이 총파업을 진행했고 결국 실패했다.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자기 조직 중심주의의 틀을 넘어 통합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도 시행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자신의 조직이라고 인식하는 조합원이 별로 없다. <조선일보>와 똑같이 민주노총을 욕한다. 자신의 대표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서 정책과 노선 투쟁방향에 대해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 이대로면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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