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호 "최기영씨는 일심회 회원 아니다"
        2006년 12월 29일 06: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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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공작원 ↔ 북측 인사, 비밀 모임↔ 비공개 모임, 지령을 받아 보고 ↔ 토론과 의견 전달, 주체사상 신봉 ↔ 주체사상 참고’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일심회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 44)씨는 검찰의 수사 결과 ‘사실’은 대부분 인정했지만, 그에 따른 ‘해석’을 달리하면서 간첩 혐의를 부인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김동오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장씨는 "’비공개 모임’인 일심회 활동은 ‘북측 인사’와 ‘토론’을 통해, ‘자발적으로’ 행한 통일운동이었다"라고 주장했다.

    550개의 심문 사항을 준비한 검찰은 장민호씨가 작성한 ‘대북 보고문’과 수사 과정상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하며 장씨를 집요하게 추궁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내밀한’ 정보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검찰은 △장민호씨가 북측 인사에 포섭됐는지 △북측에 가서 주체사상 학습을 받고 비밀조직 지령을 받았는지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북측 지령을 지시했는지 등의 내용에 대해 심문했다. 이에 장씨는 "북을 대등한 통일의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라며 "통일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규합’해 주체사상의 긍정적 측면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도록 ‘참고’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씨는 "일심회는 혼자 임의로 편의상 지은 이름이며, 북에 전달한 것도 나 혼자 한 일이다"라며, 다른 피고인들과 북한 공작원의 접선 주선 여부를 묻는 검찰 심문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민주노동당의 ‘내밀한’ 정보 공개

    특히, 장씨는 "북으로부터 민주노동당 당직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령을 받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단순한 북의 의견"이라며, 최기영 민주노동당 전 사무부총장에 대해서도 "민노당에 대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일 뿐, 일심회 조직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의 당 대표 선출 과정, 정파간 갈등, 당의 선거 전략, 모 의원의 비공개 발언 등’이 담긴 장씨가 작성한 ‘대북보고문’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장씨는 "논리적으로 추론은 가능하나, 상당 부분 과장된 부분이 있다. 정확한 진술을 위해 기억을 다시 되짚어 정리해 보겠다"라고 답변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민노당 관련 사항에 대해 자꾸 빼시면 어떡합니까? 이상하게 최기영씨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왜 검찰에서 한 진술과 계속 다르게 얘기합니까?"라고 여러 번 언성을 높이며 장씨를 몰아세웠고, 이에 김동오 판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자"라며 검찰의 심문을 제지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 재판장에서 난동 부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장씨의 반복된 진술에 방청석도 술렁거렸다. 이날 법정에선 활빈단, 나라사랑 실천회 등 보수단체 회원 130여명이 참석해 이미 재판 시작 전 부터 법정 안팎에서 소란이 빚어졌다.

    재판 과정 중 장씨가 진술을 할 때면 방청석에선 보수 단체 회원들의 욕설 섞인 야유와 웅성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재판은 수시로 끊겼고, 급기야 방 모씨가 재판 도중 갑자기 일어나 "개과 천선하세요. 간첩들! 대한민국은 젊은 학도병들이 피로 세운 나라입니다"라고 외치며 소동을 일으켜 강제 퇴거당했다.

    이에 앞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김승규 변호사와 보수 단체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법정 정리문제로 재판이 15분 가량 늦춰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 직원들이 사과하며 조용해 줄 것을 요청한 순간 "떠드는 건 빨갱이 XX가 하는 짓이지!"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좌파, 꼴통, 개XX 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을 망친다", " 저 변호사는 북한 지령을 받고 국정원장을 고소한 사람", "대한민국 법원이 왜 일심회를 변호하냐? 자폭하라!" 등의 거친 욕설과 막말이 쏟아졌다.

    이에 김승규 변호사가 "말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라"고 법정 직원에게 요청하자, 재판장은 걷잡을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판사의 중재와 당부로 네 시간 동안의 재판을 마쳤지만, 재판이 끝나고 난 후에도 보수단체 회원들은 태극기와 현수막을 휘날리며 또 한번 소란을 일으켰다.

    이날 재판은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인해 300여개의 심문 사항을 남겨둔 채 끝났으며, 다음 공판은 1월 8일 오전 10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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