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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일간의 위드 코로나,
    '방역 정치화'가 낳은 실패
    [민중건강과 사회] K-방역의 환상
        2022년 01월 13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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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 16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중단되었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한 지 45일만이다. 정부는 방역을 다시 강화하며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4인으로 축소하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도 다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후퇴는 없을 거라며 자신하던 문재인 정부의 위드코로나 성적표는 처참했다. 일상회복 직전 0.8%였던 치명률이 1.5%를 넘어 치솟았다. 위드코로나의 핵심 전제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2022년 1월 10일에 주관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민생 병행전략’ 세미나에서 일상회복에서의 정부 대응 실패에 대해, 중증환자 발생률 및 사망률 예측에 실패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나치게 빠르게 해제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상회복 정책의 실패가 명확해진 2021년 11월 말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현 정부의 정치화된 방역 정책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을 앞두고 ‘K-방역’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방역 완화는 왜 이리도 급격했는가

    한국이 위드코로나를 준비하고 도입하는 시점에는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나 참고할 해외 사례가 많았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위드코로나 시행 후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그로 인해 방역을 재강화한 국가들도 있었다. 이스라엘은 7월부터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방역 조치를 강화하였으며, 네덜란드도 위드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11월 6일 재봉쇄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방역 완화 후 확진자가 급증하며 10일 만에 방역을 다시 강화하였다. 특히 싱가포르는 한국과 조건이 유사하기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51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수도권은 2,196명). 그 중에서도 서울의 인구밀도(15,769명)는 싱가포르(7,916명)의 2배 가량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은행은 10월 29일 작성한 국제경제리뷰에서 “델타변이의 유행 이후 인구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이스라엘·네덜란드 등에서 감염병 확산세가 큰 경향이 있는데 특히 싱가포르는 접종률이 높고 방역조치도 엄격하다는 점에서 최근 대유행은 인구밀도와도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며 “최대 확진자수와 인구밀도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위드코로나 방역추진 12개국 기준 0.58)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감염병의 전파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따라서 이를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보다 접종률이 높고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낮은 싱가포르에서 완화 후 높은 확산세를 경험한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방역 완화에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싱가포르는 빠르게 방역을 다시 강화(사적모임 인원제한 5인->2인)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가파른 확산세를 한참이나 그대로 두었다. 이러한 정부의 대처는 과학적인 근거를 따랐다기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누적되어가는 와중에 한시라도 빨리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늘려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인력과 병상

    과감하게 완화한 방역에 비해 이에 대응할 인력과 병상 준비는 미진했다. 병상이 포화되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환자가 증가했다. 중환자 병상 부족이 가장 심각했으며 생활치료센터나 중등증 병상 환자의 중증도도 갈수록 높아졌다. 상태가 악화되어도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심폐소생술 포기각서’ 의사를 밝혀야 병상을 내주는 등 의료현장에는 갈수록 혼란이 가중되었다.

    방역 완화 이전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의 부족과 소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들은 의료진이 부족해 병상이 있어도 환자들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렇다 할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일상회복에 진입했다. 코로나 중환자 치료에 의료진이 투입되면서 일반 환자의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져 제대로 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했다.

    병상이 부족했던 이유로 예상보다 중증화율이 높았다는 점도 언급된다. 정부는 1.6%의 중증화율을 가정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위드코로나 이후 중증화율은 2~2.5%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초까지 1.41~1.57%에서 머물던 중증화율은 이미 10월 중순에 2%대로 올라선 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일상회복의 핵심은 방역을 완화하되 발생하는 위중증 환자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중증화율에 맞게 더 많은 병상확보가 된 뒤에 방역을 완화했어야 하는데, 이 수치가 오르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대로 방역 완화를 진행한 셈이다. 이 역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심을 얻고자 무리하게 방역을 완화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헛된 희망 속에 무너진 의료대응 체계

    중환자실이 포화되고 대기자가 증가하며 의료대응체계가 적신호를 보이고 있던 중에도 정부는 계속 상황을 방치했다. 앞서 정부는 일상 회복을 중단하는 ‘비상 계획’의 예시에 위중증 환자 500명, 병상가동률 75%를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11월 셋째 주를 경과하며 이미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77%, 전체 중환자는 500명에 육박했고, 정부가 설정한 위험도 평가기준으로도 수도권은 ‘매우 높음’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어떠한 중단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의료 전문가들은 방역을 당장 강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느긋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뉴시스 12월 7일자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기모란 방역기획관도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위드코로나에서 제일 큰 문제는 정부의 늦은 대응이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속하게 방역을 강화했더라면 3~4주간의 사망자 증가는 피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싱가포르의 경우 10일 만에 방역을 다시 강화한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정부가 무리한 상황을 지속시킨 이유에 대해, 대선에 미칠 영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위드코로나와 함께 방역과 경제 성과를 홍보하여 대선 국면에 돌입하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11월 29일의 후퇴할 수 없다는 발언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K방역의 신화’에서 비롯된 자신감일 것이다. 확산세가 한창이던 11월 21일, KBS 생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제일 큰 성과는 K-방역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며 자랑했다. 성과를 내세우고 싶은 욕심에 판단력이 흐려져, 즉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속적으로 무시되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 이어지니 ‘대선 때문에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다’는 뒷말들이 나오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정책이 제때 시행되지 않자 위드코로나 정책 자문을 담당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위원들마저 정부의 대책을 공개 비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2월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부와 전문가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응 역량 확충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했고, 일상회복을 점진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위원회에 속했던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12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부가 현 상황인식을 너무 낙천적이고 낙관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상계획 발동에 대해) 더 강력하게 요청했었는데, 절충점 정도로 받아들여져서 시행됐다”면서 “비상계획을 반 정도밖에 시작을 안 한 상황이라서 지금 비상계획을 전면적으로 선언하고 바로 발동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위원회 밖에서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은 위원회 내에서조차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문재인 정부가 묵살했다는 방증이다. 대선 전 성과를 내기 위한 정치적 욕심으로 무리한 방역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K-방역의 환상에서 빠져나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정부가 2021년 12월 22일 발표한 병상 확충계획은 이미 코로나19 치료를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공공병원의 병상 위주로 동원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치료에 무게중심을 옮길수록 다른 일반 진료는 줄일 수밖에 없다. 공공병원에만 이러한 책임이 가중되는 것도 문제인데, 이 피해는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 홈리스, 성폭력 피해자, 이주민, HIV 감염 환자 등 취약계층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여기서 코로나19 방역의 진정한 모범국인 대만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만의 경우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민간의료기관의 비율이 84%로 매우 높다. 대만은 2003년 사스를 겪으며 전염병 예방 시스템에 많은 결함이 있음을 깨닫고 시스템을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감염병통제법 및 관련 규정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감염병통제법은 모든 의료기관이 전염병 대응에 동참해야 하며, 감염병 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감염병 환자의 검사와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 대신 별도의 정부 재정을 할애하므로, 감염병 환자를 수용해도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이 없어서 민간병원의 협조가 원활하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당 병상 수를 가지고 있고, 이 중 90%는 민간병상이지만 현행법상 민간병원에게도 공공병원과 동일한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는 없다.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병상만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서 민간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했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며 단기간에 가능하지는 않지만, 병상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폭발했던 2020년 상반기부터 추진했다면 적어도 2021년 시행은 가능했을 것이다. 당분간은 동원할 수 있는 병상 규모 수준에서 거리두기 강화와 손실 보상을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K-방역의 환상에 빠져 허송세월을 한 결과, 코로나 사태가 2년을 경과한 시점에서도 대규모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오로지 공공병원을 동원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방역을 정치에 이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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