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정의당, 돌파구 찾을까
    후보 선거운동 중단과 선대위 총사퇴
    몸집만 큰 선대위, 의사결정서 배제 집행기구로 전락
        2022년 01월 13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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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데이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총사퇴했다.

    이동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3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현재 선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선대위는 전날 저녁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심상정 후보는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전한 바 있다.

    3% 안팎의 지지율 답보 상황은 선거운동 중단과 선대위 일괄사퇴라는 초강수가 등장한 배경이 됐다. 심 후보는 초반 5%대 지지율을 보인 적도 있으나 꾸준히 하락하면서 최근엔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4자 구도’에서 ‘3자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까지 보이면서 존재감이 상당히 약해졌다.

    현재로선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을 전략조차 마땅치 않다는 게 당내 지적이다. 심 후보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와 TV토론을 최근 지지율 답보 상황에서 벗어날 타개책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로선 모두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5개 진보정당 등이 논의한 후보 단일화는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무산된 바 있고, 법정토론 3회를 제외한 TV토론은 거대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신경전으로 인해 양자 토론 또는 안 후보만 포함한 3자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도 무산이 됐고, 방송사 주최 토론회에 (심 후보가) 배제된다면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 이대로 선거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거대양당 후보를 둘러싼 가족 논란과 당내 권력투쟁 등이 계속되면서 정의당의 강점인 정책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외부적 요인도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 의지와 무관한 양당구도의 문제, 두 후보의 가십 논란에 정책과 비전으로 맞서려고 한 것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짚었다.

    양당 후보의 거듭된 실책에 따란 반사이익을 안 후보가 모두 흡수하는 구도에 대한 정의당 내 무력감도 상당하다. 특히 당 안팎에선 선거법 개혁과 검찰개혁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민주당과 가까운 입장을 유지해왔던 정의당이 아직까진 거대양당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제3당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덩치만 큰 비효율적 선대위, 방치된 선대위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대 지지율과 이를 돌파할 전략도 보이지 않는 위기의 원인으론 비효율적인 선대위 구성 문제가 꼽힌다. 당의 규모에 비해 몸집이 큰 선대위를 구성하다보니 선대위 위원장 등이 ‘1인 다역’을 맡으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 당 선대위야 말로 뻥튀기 선대위”라며 “선대위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제한된 인원을 가지고 돌려막기 식으로 한 사람에게 여러 직책을 주면 과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의 역량과 체급에 맞는, 당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사분란한 선대위로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론 심 후보가 주요한 의사결정 기구인 선대위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의당 선대위는 표면적으론 여영국 대표가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실질적으로 심 후보가 대부분 주도하고 있어 ‘후보 책임론’도 제기된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심 후보가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된 비공식 조직에 의존하면서 선대위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비공식 조직에서 정책공약과 메시지의 방향성 등을 결정을 하고, 선대위엔 통보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상황(지지율 답보와 선대위 총사퇴)을 100% 심상정 후보가 초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 ‘핵관’ 중심의 비공식 그룹이 존재했고 결정권도 이 그룹에 있었다. 선대위는 비공식 그룹이 결정한 것을 집행하고 이행하는 기구로 전락하면서 당이 이원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조직이 움직일 리는 만무하니 당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 심 후보의 정책공약과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 슬로건에 대한 비판이 다수 나온다고 전하며 “정책도 비공식 그룹에서 몇몇의 소수가 결정하는 구조라 선대위에선 정책에 대한 일체 언급을 해본 적이 없다. 늘 공약이 발표된 뒤에야 봤다”며 “슬로건도 선대위에서 결정한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통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호진 선대위 선임대변인은 “대선이 55일 남아있는데 짧은 시간이 아닌 만큼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선거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TV토론 등의 기회가 주어지니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 후보와의 단일화나 후보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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