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빼고' 신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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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29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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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당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 독립적으로 국민의 품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당원의 총의를 모아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결의함과 동시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양심있는 인사들과 함께 준비작업에 나선다."

    29일자 주요 조간신문들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전날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을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조간신문들은 합의 내용을 전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한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해석에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조간신문들은 모두 이와 관련한 사설을 실었다.

    김근태-정동영 신당 추진 합의는 ‘노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

    조간신문들은 이번 합의가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한 통합신당 추진이라는 공통된 해석을 내놨다. 우선 한겨레는 9면 기사 <‘통합 신당 깃발’ 여당 항로 잡히나>에서 "두 사람의 공동전선은 최근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전략’에 강한 경고를 던진 데 대한 응수의 성격을 띤다"며 "두 사람은 이번 합의를 ‘노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로 해석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또 "당내 통합파 의원들의 상당수가 통합의 중심 축으로 고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협력해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고 전 총리 쪽으로 쏠리는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 조선일보 12월29일자 만평

    조선일보도 1면 기사 <김근태·정동영 ‘노 대통령 빼고 신당’ 합의>에서 "여당의 신당 창당 과정에 개입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공개 경고이자, 정치적 결별 선언인 셈"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로써 여권 재편을 놓고 노 대통령을 한 축으로 하는 세력과, 여당 내 최대 계파를 거느리고 있는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세력 사이의 격돌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내년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둘러싼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주자들 간의 대형 정치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국민의 신당’ 추진 합의>에서 합의문 해석에 대한 양측의 엇갈린 입장을 전하며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정 전의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일부에서 합의문을 ‘대통령과의 결별선언’으로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반면, 김 의장측은 "합의 정신에는 노대통령이나 친노세력에 일정한 선을 긋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데도 정 전의장이 자의적으로 달리 해석했다"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6면 기사 <"둘이 손 잡는다고 신당이 되나">에서 당 사수파 의원들의 발언을 전하며 두 삶의 신당 창당 발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두 사람의 합의 내용을 보고 받았으나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4면 기사 <창당 작업 탄력…친노파와 격돌 불가피>에서 범여권의 정계개편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친노세력의 반발로 통합신당 구상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친노그룹 의원들의 발언을 전하며 "친노그룹이 별도의 신당을 만들어 통합신당파와 결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나아가 "우리당 내 중도·보수그룹과 민주당 친 고건세력이 떨어져 나가 고건 전 총리와 함께 별도의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범여권이 김근태·정동영계 중심의 ‘국민의 신당’과 고건 신당, 친노 신당 등 세 갈래 이상으로 분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당 추진에 대한 ‘냉소’와 ‘폄하’

    ▲ 서울신문 12월29일자 만평

    관련 사설을 실은 신문들은 모두 여권의 신당 추진을 평가절하하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강한 어조로 여당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과거사’ 전공인 열린우리당의 ‘미래’ 간판>을 통해 여권의 신당 창당 논의를 폄하했다. 조선일보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포장술은 비상하다’, ‘새로운 변신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열린우리당은 지난 2년 내내 100년 전 과거사까지 파헤치겠다고 해왔다. 실제 행정부의 각 부처는 물론이고 사법부까지 과거사 캐기 작업으로 몰아 넣었다"면서 "이 과거 전문 정당이 갑자기 미래 정당으로 신장개업하겠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누구를 위한 신당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여권의 신당 추진을 거칠게 내몰았다. 동아일보는 "대통령과 당의 인기가 곤두박질치자 자기들만 살겠다고 배를 갈아탈 심산이면서 엉뚱한 명분을 갖다붙이니 소도 웃을 일"이라면서 "지역에 기대고, ‘덜 낡아서’ 흥행이 될 듯한 사람이면 가리지 않고 끌어들일 궁리나 하면서 평화니, 개혁이니, 미래니 하는 말까지 독식하려 하니 우습지 않은가"라고 추궁했다.

    중앙일보는 <신당 세력, 도덕성의 물음에 답하라>는 훈계조의 사설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새 정치’ ‘혁신정권’을 요란하게 외치며 탄생한 정당이 2년여 만에 왜 거품이 됐는지, 그 잔재 속에서 다시 만들겠다는 신당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짚어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치적 수사(修辭)가 무엇이든 지지율 10% 세력이 또다시 국민을 들먹거리는 것은 도의에 맞지 않는다. 신당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서 겸허한 자세로 유권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포퓰리즘적인 수사를 버리고 작으면 작은 대로 솔직한 자세로 출발하라"고 충고했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한국일보도 각각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 명분 있나>, <‘100년 정당’은 어디로 갔나>, <국민을 더 힘들게 하는 대통령과 여당>이라는 사설을 싣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경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경영에서 손 떼라"

    ▲ 경향신문 12월29일자 만평

    경향신문이 다른 신문들의 ‘침묵’ 속에서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중앙일보 회장 복귀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부당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복귀>에서 "우리는 홍 전 대사가 언론사 회장으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홍회장은 신문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우선 "그는 지난해 2월 주미대사에 임명됐으나 같은 해 9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물러났다"면서 "당시 홍 전 대사 등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의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언론인으로서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어 "이에 앞서 보광그룹 대주주였던 그는 99년 보광 탈세 사건으로 중앙언론 사주로서 74일간 구속되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이 확정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경향신문은 또 "95년부터 중앙일보 사장 겸 발행인을 맡아온 그가 경품과 무가지로 혼탁해진 신문시장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언론계의 지적을 전했다.

    ▲ 경향신문 12월29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결격사유는 이런 것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중앙일보의 지분 43.8%를 보유한 홍 회장은 정신적·실질적 사주이자 사실상의 발행인과 다름 없다. 묻고 싶은 것은 교묘한 수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고 정치 뇌물을 전달했던 사람이 어찌 언론인으로서 탈세범을 꾸짖고 불법 정치공작을 규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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