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비판 끝, 이제는 언론이다
        2006년 12월 28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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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정책 비평’을 연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왜 하필 우리를 욕하는가? 나름대로 좋은 일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항의성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 받으면 참 곤란하다. 칼럼 주제가 ‘시민단체 정책 비평’이라 당연히 시민단체들 욕하는 것인데, 그렇게만 답하면 너무 무성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시민단체들을 낮게 평가하거나 비하할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강의나 토론회에서 “시민운동은 민중운동보다는 백 배쯤, 노동운동보다는 열 배쯤 잘 하고 있다”고 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 비평에 대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당황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며 느낀 점은 시민운동이 비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아, 이 사람들이 너무 조용하고 점잖게만 살아 왔구나!” 다른 사회운동이나 정치운동은, 내부에서 서로 치고 박고, 외부로부터 온갖 욕설을 듣는다. 물론 이런 비판과 욕설이 다 옳은 건 아닐테지만, 옳건 그르건 그런 욕설을 들으면서 조금씩 고쳐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한다.

       
      ▲ 지리산에서…이재영 기획위원
     

    그런데 시민운동은 1970~80년대의 재야운동이 그랬듯이 신비와 침묵의 신전 안에 모셔져 있었다. 요즘 시민운동이 잘 안 된다는 말들이 많은데, 서로 존중해준다는 명분으로 서로 묵인해주는 관행이 시민운동의 정체나 퇴조를 낳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시민운동의 반응이 당혹스러워함만은 아니어서, “잘 읽었습니다. 저희도 고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전해 들었다.

    나는 이런 개방성이 시민운동의 경쟁력 토대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에서는 비판이 횡행하되, 그 비판에 진지하거나 겸허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드물다. 몇 년 전 민주노동당이 학교급식 운동을 펼치며 무관심한 노조를 비판했더니, 민주노총의 한 연맹 위원장은 몸소 전화 걸어 “너희 얼마나 받아 쳐 먹고, 그 짓거리 하는 거야”라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에서의 비판은 곧 파벌이고, 파벌은 종종 각목 다툼으로까지 치닫는다.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은 자유주의 야당(요즘은 여당이지만)의 분견대로서 성장하며, 파벌을 나누어 각목대회를 여는 그 당들의 전통을 그대로 전수받았다. 시민운동에게서 합리성과 개방성을 배웠으면 좋겠다.

    이번으로 ‘시민단체 정책 비평’ 연재를 마친다. 물론 비판할 좋은 거리가 생기면, 언제든지 글을 쓰겠지만, 연재로서는 이 글이 끝이다. ‘시민단체 정책 비평’을 마감하는 이유는 다른 글을 써보고 싶은데, 두 개의 연재를 할 만큼 내가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는 ‘Column of column’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등 언론매체에 실리는 칼럼이나 논설을 비판하는 글을 쓰려 한다.

    2007년은 대통령선거의 해다. 무엇 하나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없겠지만, 언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 나라 언론이 국민 먹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대선을 좌지우지해도 좋을 정도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대한민국 신문의 수준은 지구에 한글 해독자가 1억 명쯤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야 할 정도로 낯부끄러운 지경이다. 언론학의 최신 분석에 따르자면, 매체 환경의 다변화 등에 의해 신문보다 TV나 인터넷이 앞서 나간다고는 한다. 그런데 그 TV나 인터넷의 내용이나 방향성이 어디서 나오느냐 하면, 바로 신문이다. 자신들의 기자와 칼럼리스트를 갖추고 있지 못한 TV와 인터넷은 신문 컨텐츠를 그대로 베껴 간다. 신문은 여전히 막강한 이데올로기 도구다.

    기사 뿐 아니라, 칼럼과 논설도 막강한 이데올로기 도구다. 진보든 보수든 그 방향성이야 글쓴이 마음이지만, ‘인터넷 초딩’ 수준의 논거와 통계를 들먹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 글을 쓰는 학자나 변호사, 기자와 논설위원들이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논설과 칼럼들을 언론학적 관점에서 비평하는 것은 너무 약하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엉터리 글들의 주장과 논거를 곧바로 맞받아 쳐야 한다. 봐주지도, 반박하지도 않을테지만, 누군가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엉터리 글로 국민에게 사기 치는 일을 조금이라도 꺼리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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