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운동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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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28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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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 식구 중에서 누군가가 아파서 입원해 본적이 있는가? 그리고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기 힘들어 간병인을 써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느 날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형제들이 번갈아 가면서 모시고, 급기야는 병원으로 실려 가고, 형제들이 돌아가며 간호하다가 그마저도 안 되어 간병인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지금은 아예 의식이 없어 간병인들이 돌보는 시설에 머무르고 계시다. 마침 정부에서는 2008년도부터 ‘노인수발 보험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한 시름 놓을 수 있는가 싶었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속 깊은 얘기’를 들려줄 사람은 인터뷰는 공공연맹 서울대병원지부 간병인분회 정금자 분회장이다. 어느 날 공공연맹 집회에서 그를 만났고, 행진 중 연설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나는 많이 배웠다. 1951년생이니 인생을 알 만큼 아는 나이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표현들을 들었다. 간병인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아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범주에서마저 제외되어 있다.

    -그냥 무식하게 물어볼께요. 우리 연맹에도 부모님이 쓰러진 사람들이 많아 간병인을 쓰는 데 그 사람들의 첫마디가 뭐냐면 비싸다는 거예요. 하루에 5만원이면 한 달이면 150만원인데…

    비싸다고? 24시간에 5만원 받는데 없어요

       
     

    -환자들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비싸죠. 왜냐면 환자 가족은 24시간을 하루로 생각하는 거구요. 그런데 사실 통상 근무시간이 8시간인데 우리는 24시간을 일하는 거잖아요. 24시간에 5만원, 그런 임금은 어디에도 없어요.

    5만원을 8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만6천 얼마밖에 안 돼요. 근로기준법에 보면 8시간을 하는 게 원칙인데 간병인만 다른 노동자들과 다르게 2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법정 최저임금인 24,800원에도 못 미쳐요.

    그런데 환자 가족들은 간병인에게만 돈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치료비도 있고 하니까. 24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자기 편의상. 그것도 비싸죠.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간병비용 부담을 책임져야 하는데 안 돼서 그래요. 우리나라는 봉건적인 사회여서 옛날에는 간병이나 수발을 가족이 다 했었어요.

    가족 중에 여자들이 주로 했고, 우리나라 문화가 그걸 경제적인 어떤 걸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핵가족이 되니까 이제는 가족들이 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며느리들이 주로 했는데 이제는 며느리도 직장에 나가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자기도 직장을 다니니까 사람을 고용할 때는 경제적인 기준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의식차이가 있어요. 거기서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거고….

    옛날에는 며느리들이 주로 했는데

    사람은 모든 걸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어머니를 집에 모시면서 하루 종일을 꼼짝 못했던 과거는 쉽게 잊었다. 식사를 차리고, 안아서 식탁에 모시고, 먹여드리고, 기저귀를 갈아들이고, 씻겨드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왜 이리 식사시간은 자주 오는 것인가?

    병원에서 잘 때면 3시간마다 일어나서 가래를 뽑아야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걸 대신해 주는 노동자의 임금을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간병노동자들은 보통 일요일 오후에 출근해서 토요일 오후에 퇴근, 주당 144시간을 근무한다.

    -어떤 계기로 간병인이 되었죠?

    -간병인 대부분이 가정이 몰락했을 때 이 일을 하게 돼요. 남편이 사망했다든지, 사업에 실패했다든지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몰렸다든지 하는 막바지의 경우에 간병인이 돼요.

    나이가 마흔을 넘으면 여자가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잖아요. 찾을 수 있는 일터가 이런 것밖에는 없어요. 그리고 저는 처녀 때 개인병원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간호행위를 알고, 파출부나 이런 것은 안 해봐서 못하겠고.(웃음)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으니까 이걸 해봐야 겠다 했어요.

    막바지 직업 간병인

    마침 제가 아는 분이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인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보는 환자를 인수인계 해주셨어요. 그 환자를 집에서 3년 동안 간병했죠. 그러다가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인을 모집해서 들어왔어요.

    간병인은 1994년부터 시작해서 1997년에 서울대병원에 응시해서 들어갔어요. 서울대병원은 그 당시에 무료소개소를 직접 운영했어요. 정규직은 아니지만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서울대병원장이 소장을 맡아서 하고, 거기서 무료로 간병인을 알선해주었어요.

    그러다가 2003년도에 우리에게 소식도 안 알려주고 무료소개소를 폐쇄해 버린 거예요. 우리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집으로 편지로 알려주었어요. 무료소개소를 폐쇄했으니까 우리보고 다른 데로 들어가라는 거죠.

    처음에 무료소개소에 간병인이 한 250명 정도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무료소개소를 폐쇄하려고 2001년도부터 간병인 숫자를 줄여왔어요. 그래서 우리가 무료소개소를 폐쇄한다는 말을 듣고 2001년 1월에 노조결성을 해서 보건의료노조에 가입을 했어요. 그래서 비밀리에 노조활동을 하고 있었지요.

    무료소개소 폐쇄 당시에는 조합원이 줄어들어서 120명 정도 있었어요. 병원은 ‘아비스’하고 ‘유니에스’라는 유료소개소 회사 2개를 선정해놓고 우리보고 그리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그리 들어가지 않으면 환자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환자하고 보호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수간호사, 교수 등 병원의 전 직원을 동원해서. 간병인들이 환자가 아프다고 말해도 의사나 간호사가 와보지도 않고, 환자가 열이 나서 가서 말해도 듣지도 않고 그랬어요. 우리가 없는 거예요, 그냥.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렇게 지시가 내려져 가지고 우리말을 아무도 듣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인권위에 고소를 했잖아요. 2003년 1월부터 싸움을 시작해서 12월에 농성을 했어요. 인권위를 18일 동안 점거농성을 했고, 아마 우리가 인권위에 가장 오래 있었을 거예요. 인권위원회에서 "적극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왔지요.

    정금자씨는 무척이나 바쁘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전화가 계속 온다. 하긴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의 독촉으로 인터뷰 기사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서 약속을 잡으려 했지만, 노사관계로드맵과 FTA와 관련된 연속되는 집회와 3박 4일간의 여의도 노숙단식농성 등으로 나도 바빴지만 이 분도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정작 본인은 "쫓아다니느라고 바쁘다”고 한다. 핸드폰도 2개를 들고 다닌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집행위원이기도 하고,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대표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마침 SBS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전화다. 한참 전화를 받는다,

    전국에 25만명, 유료 소개소 1,770개

    -그럼 2003년도 싸움을 하면서 노동자 의식을 가지게 된 건가요? 보통 사람들은 노동자라고 자신을 생각하지 않잖아요?

    – 노동자에 대한 의식은 싸움하면서 알았고요. 평소에 깨어있는 의식은 1980년도에 제가 운동을 조금 했었어요. 기독교 농민단체에서. 전국기독교 농민회라고 그 때 한참 민주화 운동할 때.

    이 분에게 전화를 하면 찬송가가 나온다. 그 때부터 교회를 다녔단다. 알고 보니 남편이 옛날 김대중 씨와 동교동 때부터 같이 했고, 광주민중항쟁으로 쫓겨 시골로 내려갔다. 그 지역에서 평민당을 창당하고, 남편이 전라도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다 마침 키우던 소값 파동으로 가격이 몰락하면서 망하게 되었다.

    그 후 남편이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싸우고 나왔고, 남편이 실직한 상황에서 간병인을 시작했다. 어째 집회에서 연설을 잘한다 했더니 녹록치 않은 과거가 나온다. 그 때 ‘소 파동’만 없었더라면 국회의원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계속 웃으면서 말하지만 사회의 윗부분에 살다가 아랫부분에 와서 살게 된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간병인 얘기 좀 해 주세요. 현재 규모와 유료 소개소 얘기 같은 거.

    – 간병인이 지금 전국적으로 25만 명 이상 돼요. 전국에 유료소개소가 1,770개가 있는데 모두 거기에 등록되어 있어요. 근데 유료소개소의 횡포가 심해요. 소개비를 월 5만원씩 받고, 그 외에 가운이나 신발, 교육비다 뭐다 해서 착취를 많이 하는 거죠.

    처음 유료소개소에 들어갈 때 입회비도 받는 데 뭐 정해진 건 아니고 자기들 마음대로 받아요. 보통 한 번 들어갈 때 25만원에서 40만원 정도씩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노동조합에서 간병 알선업을 하니까 신발이나 가운 같은 걸 원가대로 받지만, 그 사람들은 이익단체니까 이익을 붙여서 맘대로 받는 거죠.

       
     

    노조서 직접 알선하면 권력이 될까봐 걱정돼

    =그러면 이런 노동조합을 더 넓게 만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 조직을 더 넓게 만들어야 되는 데, 직접 노조에서 간병인 알선업을 하는 경우에는 노조도 권력이 될까봐 사실 걱정도 많고 두려운 게 많아요. 한국노총처럼 될까봐. 의료연대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간병인을 조직하자고 통과까지 되었는데 조직화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예요.

    서울대병원만 노조에서 간병알선사업을 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조직화의 방법 중 하나로 간병 알선사업을 하려면 노동자 공급사업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공급사업을 하는 유료소개소 사람들이 법적으로 걸어버리니까….

    그것만 하면 순식간에 조직화를 할 수 있어요. 전국에 유료소개소에 가입해 있는 몇 만 명이 다 들어올 수도 있어요. 나는 계속 간병 알선업을 하자고 주장을 하고 있는 데 그걸 못하고 있어요. 의료연대노조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연맹에서도 그걸 했으면 해요. 간병인들을 조직하기에 쉬운 방법이잖아요. 들어오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데 우리가 그걸 못하고 있는 셈이에요.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 전체적으로 필요한 간병인원이 약 250명 정도 되는데 우리노조에서 소속되어 활동하는 간병인은 100명 정도 되고, 그리고 ‘YWCA’하고 ‘제니엘’이라는 파견업 회사에서 일하는 간병인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노인수발보험법 너무 믿지 마세요

    솔직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공급사업을 할 수 있고, 당연히 간병인들의 권리보호를 위해서, 중간착취를 근절하기 위해서 다른 병원들도 서울대병원처럼 하면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도 안 하고 있단다.

    한국노총 해운조합이 보여줘 왔던 비리의 체계적 권력화가 두려운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노동자 공급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 가는 사람들이 제대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다시 생각한다. YWCA도 이 사업을 하는 데 자기들 말로는 20만 명이라고. 한단다. 핵심적인 얘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노인수발보험법 얘기를 해 보죠. 저 같은 경우는 어쨌든 어머니가 쓰러져 계시고, 하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열악한 현실이지만 가족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지출이거든요.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나가는 큰 지출인데 정부에서 이걸 해주겠다고 하니까 우선 반갑거든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게 “이제 좋아지겠구나. "2008년도부터 시행이 되니까 이제 돈이 줄어들겠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국가에서 돈과 사람을 대서 치료해주는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 (웃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환자들도 좋고, 우리 같은 경우도 공식 노동자가 되고 8시간이나 12시간을 일한다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에 의한 노동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게 원칙이구요. 그래야 이 복지가 제대로 돌아가는 거고.

    그런데 지금 정부는 선전은 엄청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노인수발보험에 들어야 해요. 보험에 따로 들어야 하고, 그 보험료를 가지고 100%로 무료로 하는 것도 아니에요. 환자가 20%를 치료비로 물어요. 보험료와 별도로. 따지고 보면 환자는 무료로 치료를 받는 게 아니거든요. 노인 1인당 월 50만원 정도 내야돼서 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지금은 한꺼번에 150만원을 내지만 그 때는 나눠서 내는 거예요. 평생에 걸쳐 보험금 내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서 50%를 세금으로 내라, 그리고 환자부담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정 안 되면 환자부담을 10%로 줄이고, 될 수 있으면 보험이 들어가니까 보험으로 치료를 받게 하라고 말하는 거예요.

    환자가 보험을 들었는데 또 부담하라고 하면 이게 무슨 보험이에요? 정부는 생색만 내는 식이고, 자기 돈 내서 자기가 치료받는 셈이에요. 그리고 간병행위는 의료 행위인데 환자가 질 좋은 서비스를 받아야 하거든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의료적 지식이 필요한 일이에요.

    병원 쪽에서 탄압했었는데 이젠 인정해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죠. 가래를 뽑는 일도 의학적 지식이 있어야지 무조건 하면 피가 나오고요, 산소를 다 뽑아서 숨이 깔딱깔딱 할 수도 있고, 또 감염이 되면 직접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해요. 그래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유료소개소와 우리 노조에서 운영하는 간병인이 다른 점은 우리는 아주 철저히 교육하고 실습까지 해서 정확히 해서 보내거든요. 서울대병원도 처음에는 우리를 탄압했었지만 이제는 우리를 인정하고 있어요. 사명감도 있고, 우리 일터라는 소속감도 크거든요. 유료소개소 사람들은 소속감도 없고, 훌쩍훌쩍 떠나면 그만이에요.

    또 노인 수발하는 인력공급업체를 민간회사로 다 넘기는 게 문제에요. 정부는 간병인을 희생으로 하는 법을 만들고 있어요. 지금처럼 싼 임금으로. 지금은 24시간으로 해서 간병비가 5만원인데 노인수발보험법이 통과돼도 민간업체의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현실은 전혀 안 변해요.

    일본개보험의 경우도 집에서 몇 시간하고, 저 집으로 가서 몇 시간하는 시급으로 변하면 노동력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지게 되죠. 간병인 입장에서는 생계유지가 안 되니까 여러 집을 들락날락하니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죠. 만날 신규자만 들어오면 질이 보장이 안 되잖아요.

    정부는 지금 <보호자 없는 병동>정책은 복지부에서 인건비가 나오는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인데, 조건이 그 정도만 해도 괜찮죠. 그런데 이번 예산에서 그조차 복지예산 삭감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노인 인구 급증하면서 간변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나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간병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간병서비스는 정부가 보고한 2010년까지 80만개의 사회서비스 분야에도 포함되어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분야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인수발보험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한다고 하여 현재 국회에 무려 7명의 국회의원이 입법발의를 할 정도로 관심이 매우 높다.

    정부안에는 국가지원이 40%밖에 안 되고, 각 시군구 지자체를 서비스 지도감독기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 실제 운영은 민간에게 모두 넘기고 있다. 따라서 보험이라는 확실한 재정으로 뒷받침되는 민간시장의 영역을 하나 더 만들어 주는 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그 곳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기준은 전혀 없어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나는 2003년에 스웨덴에 간 적이 있었다. 야팔라시(市)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치매노인들의 요양소를 방문했다.

    한 달 치 입원료 중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단 하루 분이었다. 환자와 간병인의 비율은 거의 1:1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었다. 왜 우리나라는 모조리 돈벌이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민간자본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려고 할까?

    -우리보다 먼저 일본에서 이걸 했잖아요. 개호(個戶)노동자라고 하나? 어때요?

    – 일본은 완전히 실패했어요. 시급으로 하니까 서비스의 질이 보장 안 되고 노동조건도 아르바이트 정도로 전락한 거예요, 환자들이 합당한 서비스를 못 받아요. 실패한 이유가 민간위탁을 주었기 때문이에요. 민간위탁을 받는 회사들은 인건비를 떼먹으니까 성장을 할지 몰라도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만족을 못하는 거죠.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안정이 되고, 질이 좋아져야 이게 성공이 되는 건데. 노인수발보험법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거예요. 국가가 책임지고 직접고용해서, 여기서 간병인들을 훈련을 시켜서 간병을 하게 하는 그게 원칙이고 정상적인 복지에요.

    노동권 생각 못하는 건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

    7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냈지만 그런 생각을 못 해요. 노동권에 대한 생각을 못하는 것은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제가 ‘장기요양 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에 갔다가 무척 실망했어요. 연대회의에서도 노동권에 대한 것에 관심을 잘 안두고 그래서 지금은 참석 안 해요.

    이미 실패한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답습할 거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더 나아요.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마라, 실패할 걸 왜 하냐? 일본의 실패를 보지 않았나?” 그런 얘기죠. 복지라는 것은 잘 사는 사람이 혜택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양극화가 된 상황에서 낙후된 사람들이 받는 것이 복지잖아요.

    잘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근데 물론 전 국민이 늙으면 다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복지는 좀 힘이 없고 낙후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 복지라고요.

    그래서 다른 어떤 예산보다 더 늘려서 잘 만든 복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시행도 안 된 법을 준비단계에서 예산을 삭감시켜 버리고, 정부는 사업을 민간위탁시켜 버려가지고, 서비스 질이야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이런 식의 복지를 하려면 아예 안하는 게 나아요. 혼란만 와요, 혼란만.

    지난 9월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 사회복지 전문가 이시게 에이코씨는 노무현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의 개호보험의 가장 큰 문제로 높은 개인부담 문제를 든 적이 있다. 또 영리기업에게 사업을 맡김으로서 오히려 불안전한 서비스 공급구조로 전환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개호노동자 헬퍼(Helper)의 처지는 당연히 노동자의 기본 권리에 못 미치고 있다.

    현재 노동운동은 발전 아니라 퇴보

    -노동운동에 대한 얘기도 잠깐 했으면 해요. 연맹이나 민주노총을 볼 때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님 뭘 놓치고 가고 있던가, 잘못 하고 있는지…. 보시기에 어때요?

    – 지금 현재의 노동운동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뒤로 ‘빠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그 생각을 하죠. 지금 노동자들의 처지가, 계속 나쁜 법으로 몰고 가잖아요, 정부에서. 80만이라는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단체가 정부에게 요구를 정당하게 따내지 못한다면 힘이 없다는 게 아니고 구조가 잘못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노동자는 노동자의 힘이 따로 있는 거잖아요. 나는 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원칙을 갖고 강하게 끝까지 밀고 나가면 왜 우리가 불리해지겠냐는 얘기에요. 뭔가 잘못되고 있다, 뒤로 ‘빠꾸’하고 있다는 생각이고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사실 우리가 8개월 동안 사용자하고 싸워봤지만 사실 사용자하고 싸우는 건 힘들지 않아요. 우리가 죽겠다, 뛰어 내리겠다, 열사가 되겠다 해도 그건 당당한 거라고요. 열사가 될지라도 그건 당당한 거예요. 내가 최선을 다 하다 죽는 거니까 그건 미련이 없어요.

       
     

    그런데 조직 내에 문제가 있어서 해결해야 할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이거는 가슴앓이를 해야죠. 로드맵도 그렇다고 봐요. 공공연맹에서 보건의료 노조와의 관계 땜에 <매일노동뉴스>에 항의한 것처럼 싸우는 한편에, 교섭으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아무리 힘이 센 정부라도 노동조합의 일부가 협력하지 않았다면 통과시키지 못 한다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 곧이곧대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게 목적이라 어느 개인이나 어느 누구를 위해서 편협한 생각을 안 해요. “그런 협력자가 있으니까 로드맵도 그렇고 다 법이 통과됐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통과되지 못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 세력이 얼만데 정부가 누구를 보고 통과시킵니까?

    뭔가 꺾인 것이 있고, 뭔가가 있으니까 통과시킨 거고, 물론 한국노총도 있었지만 우리 민주노총도 뭔가 하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좌절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안타까워요. 어떤 경우에도 우리 목적이 하나니까 한 길로 나가야지, 나는 이 생각이니까 이리 가고, 너는 저 생각이니까 저리 가고 이러면 우리가 실패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정치를 해봐서 아는데 우리가 하나가 되면 정부는 약해요.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전체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고 몇 사람의 의견으로 결정하거든요.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하고, 지도자의 의지가 분명하면 절대로 통과 못시켜요. 그래서 안타까워요.

    -비정규직 조직화에 관련해서 연맹이나 총연맹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으시면?

    – 조직이라는 게 어려운 거잖아요. 활동가도 중요하고, 조합원들의 의식이 열려야 이걸 받아들이는 거잖아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만 오겠다면 이건 틀린 거예요. 의식을 깨는 교육이 연맹에서는 중요한 거 같고요, 활동가는 그 교육이 된 상태에서 들어가서 거둬들이면 되는 거라고 봐요.

    아쉬운 점은 회의할 때도 말했는데, “연대회의를 하고, 비정규직 회의를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거둬들이지 않는 사업은 하지 마라, 생색만 내고 말만 바르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고 했어요. 비정규직 단위가 다 힘이 약하잖아요. 자기 혼자 싸울 힘이 없거든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문자만 보내서 “와라! 공권력 침탈됐다”하는 데 지금 자기도 일하느라 못 가요. 그러니까 실제적으로 조직의 끈을 만들어 놔야 해요. 달려갈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죠. 딱 하면 순간에 모일 수 있는, 단체행동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세세한 조직상황에 맞는,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자는 그런 결의를 한 조직의 끈을 묶어서, 하나를 잡아당기면 따라 올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죠. 그게 아니면 조직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힘이 없는 조직이 무슨 조직이에요. 단사마다 일이 없는 데가 없잖아요.

    그래도 “지금 비정규싸움이 하나가 터졌다”고 하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갈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해요. 공권력이나 깡패를 투입하지 못하도록 미리미리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죠. 나는 깡패를 투입한 것은 벌써 우리를 얕보고 투입했다고 봐요. 깡패를 투입시키고 때리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노조를 전쟁 대상으로 삼아도 국가가 무시하니까 그걸 시행한 건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몇 번만 대응하면 절대 그렇게 못할 거예요.

    노동부의 입장으로 보면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가사 사용자’다. 특수고용노동자도 아니다. 병원이라는 사업장은 있는 데, 월급이 아니고 환자에게서 돈을 받기에 전혀 노동자가 아니다. 그러나 병원은 다양한 형태로 이들의 노동을 감시하고, 지휘하고, 관리 감독한다. 골프장의 경기보조원 노동자와 마찬가지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투쟁도 험난한 길이 예고되어 있다. 또 하나 정부 방침대로 노인수발보험법이 시행된다면 결국 여성 비정규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게 될 것이다. 보험을 들어야 하고, 본인부담이 높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이 줄어 노인들에게 양질의 돌봄이 가능하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선(善)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읽은 간병을 하는 노동자들의 2가지 글을 소개한다.

    “냉동시킨 밥 1주일 치를 싸와서 먹는다. 국물한번 제대로 못 먹고 일한다. 그것마저 환자 식사수발 끝난 후 먹어야 하니 제때 못 먹는다”

    “밤새 환자의 가래 뽑기, 대소변 치우기, 튜브 식사, 욕창치료, 약물 투입, 목욕시키기, 옷 갈아입히기, 침대 정리 등 의료 인력이 해야 할 일부터 남이 하기 힘든 일까지 합니다. 봉사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예요.

    밤이면 환자를 돌보느라 잠 못 자고, 낮에는 보호자나 방문객에게 앉을 자리를 내어주고 나면 피할 곳이 없어 배선실로 갔다가 수간호사를 만나면 ‘거기에 앉지 마라’ 복도에 서면 ‘왜 복도에 서 있느냐’ 오물실에 가면 ‘여기에 왜 왔느냐’ 합니다. 어디 맘 편히 갈 데도 없습니다. 밥도 못 먹고 일하다 복도에서 초콜릿 하나 먹으려니까 간호사가 그렇게 매정하게 혼을 냈습니다. 너무 서러웠습니다.”

    나 역시 그들을 서럽게 만든 사람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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