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부산서 언론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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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28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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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이 저물어 간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서운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연일 주요 조간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28일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대만 해안 강진에 따라 해저 광케이블이 끊겼다는 내용을 주요 뉴스로 처리했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세계일보는 여성을 채용할 때 용모 차별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한겨레는 사형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다음은 14일자 주요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아 대규모 통신장애 외국계 은(銀) 전산마비>
    국민일보 <외국계 은행 금융거래 올스톱>
    동아일보 <"부동산말고는 꿀릴 것 없다">
    서울신문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 25%가 서울출신>
    세계일보 <여성채용 용모차별 못한다>
    조선일보 <"난 특권 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중앙일보 <"워킹푸어 여전하지만 희망 안 버려">
    한 겨 레 <‘사형 폐지’ 국회에 갇혀 또 해 넘기나>
    한국일보 <국내 외국계 은(銀) 금융거래 중단>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산은 정치적 고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부산에서 언론을 향해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28일 주요 조간신문의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는 말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 조선일보 12월28일자 1면.  
     

    조선일보는 1면 <"난 특권집단과 충돌할 수밖에…">라는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검찰, 재계, 언론을 ‘특권집단’으로 규정한 뒤, (이들간의) 특권 구조 유착 구조를 저는 거부하고 해체해 나가자는 발전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특권을 갖고 있는 집단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후 오찬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정한 경쟁력을 무력화하려는 반칙의 시대, 특혜의 시대, 그걸 좀 청산하고자 했지 않았나, 지금 얼추 다 되어 가지 않느냐’면서 ‘정부서는 검찰이 좀 센 편이고 정부 바깥에서는 아무래도 제일 센 것이 재계고 그 다음이 언론’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 "(언론과 손잡으면) 모든 개혁과제 포기해야"

       
      ▲ 동아일보 12월28일자 4면.  
     

    동아일보도 1면 <"부동산말고는 꿀릴 것 없다">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언론은) 대안 없는 비판을 하지말고 비판 관점을 일관 되게 가져라’며 ‘오늘은 타고 간다고 긁고, 내려서 걸어서 간다고 긁고 아침저녁으로 관점이 바뀌면서(나를) 두드린다. 할 말을 똑바로 좀 해라’고 자신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4면 <"부동산 시행착오 있지만 큰 사고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재계와 언론을 특권, 유착 구조로 규정한 뒤 ‘(언론과) 결탁을 거부하고 부당한 공격에 항거하며 ‘틀렸다, 틀렸다’ 그러니까 지금 싸움이 붙어 있다’고 했다"면서 "이어 ‘(언론과) 손잡으라면 내일부터 손잡겠다. 그러나 (언론과 손잡으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개혁 과제는 포기해야 한다. 이것을 좀 이해해달라. (그래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언론을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3면 <"특권집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장기재정계획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오늘 이 말도 절대 신문에 안 난다. 설명이 복잡한데다 싸움이 아니고 노무현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 언론에 대한 불신 드러내

    한겨레도 6면 <부산 간 노 대통령 "부동산말고는 꿀릴 게 없다">는 기사에서 "’내가 막말을 잘한다. 실수도 많이 한다. 그러나 좋은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여기서 기분은 괜찮지만, 내일신문을 보면 노무현 막말했다고 날 것이다. 나도 깜짝 깜짝 놀란다’고 말하는 등 강한 언론 불신을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관련 발언에는 경청할 부분도 있다. 실제로 언론을 ‘특권집단’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이 현 정부와 관련해 악의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보수언론에게 듣기 싫은 얘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여론은 우리편이라는 자신감의 반영일까. 주목할 대목은 주요 조간신문들이 노무현 대통령 부산발언 관련 기사의 제목을 <"부동산말고는 꿀릴 게 없다">로 잡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 부산 발언, 언론 기사 제목 <"부동산 말고 꿀릴 것 없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의 제목을 <"부동산말고는 꿀릴 것 없다">로 달았고 4면에는 <"부동산 시행착오 있지만 큰 사고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1면에 <"부동산 외엔 꿀릴게 없다">는 기사를 실었고 세계일보는 1면 <노 대통령 ‘부동산말고 꿀릴 것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도 3면에 <"부동산말고는 꿀릴 것 없다 제가 막말 많이 해 인기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한겨레는 6면에 <부산 간 노 대통령 "부동산말고는 꿀릴 게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러한 흐름은 주요 조간신문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언론이 "부동산말고는 꿀릴 것 없다"는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뽑은 것은 부동산말고도 문제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노 대통령 언론발언 공감?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발언을 비판적으로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의 제목을 <언론 할 말 똑바로 해라 아침 저녁 바뀌지 말고>로 뽑았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언론에 대해선 작심한 듯 날을 세웠다. 언론과의 갈등, 그리고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염두에 둔 ‘해명’격이다"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2월28일자 4면  
     

    경향신문은 "특히 ‘아직도 기업에 와서 협찬해라, 협찬하시죠 라며 손 벌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재벌 회장 구속되면, 언론사가 재미 보는 구조 위에 있지 않느냐’며 언론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언론을 향해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28일자 조간 신문 중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분석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관련 사설을 실은 언론도 없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나름의 시각을 지면에서 전했다.

    조선일보 "대선 앞두고 본격적으로 세력간 싸움 유도"

       
      ▲ 조선일보 12월28일자 3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특권구조 언급 및 언론 비난은, 2002년 선거 때의 어법과 내용 그대로여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세력간 편가르기를 하고 싸움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검찰·재계·언론’을 특권집단으로 지목하고 자신이 특권집단 간 유착문화와 싸워나가는 중이라고 말한 것은, ‘싸움을 통한 세력 재편’에 이미 착수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이날 발언으로 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하나 하나 대응하겠다’는 대상이 언론이었음을 하루만에 보여준 셈"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4면 기사에서 "자신이 언론으로부터 핍박받는 ‘약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편가르기’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적극 개입하고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면 비판을 받을 만한 일이다.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 "언론, 어법 아니라 정책을 문제 삼아야"

    그러나 언론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러한 비판은 언론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30면 <의롭게 비루하게 사악하게>라는 제목의 서화숙 편집위원 칼럼을 통해 "언론은 현재의 권력을 견제하라. 그러나 정책이 아니라 어법을 문제삼거나, 사악하고 비루했던 이들의 발언을 빌미 삼지는 말아라. 정부뿐 아니라 의로운 지식인을 비판하는 방식에서도 똑같다"고 주장했다.

    서화숙 편집위원은 "노무현 정부에게도 부탁한다. 대중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일부 언론의 논조에 설득 당해서가 아니다. 이 정부가 들어선 후 집값이 크게 올랐고 빈부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책만 올바로 가면 허튼 소리에 동조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12월28일자 30면.  
     

    동남아 지진해일, 통신장애…외국계 은행 전산 마비

    경향신문은 1면 <아 대규모 통신장애 외국계 은 전산마비>라는 머리기사에서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2주년인 지난 26일 발생한 대만 강진이 아시아 일대에 대규모 통신장애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7일 AP통신과 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26일 밤 대만 남부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 여파로 대만 주변 해저 광케이블 일부가 손상됐다"며 "이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해 국제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금융서비스가 중단 또는 지체되는 혼란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 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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