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개혁 놓친 문재인 정부,
    정치개혁 논의조차 없는 20대 대선
    정의정책연구소 주최 ‘신년 정치대개혁 토론회’ 개최
        2022년 01월 03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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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3일 주최한 ‘신년 정치대개혁 토론회’에서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지난 5년간 추진된 현 정부의 정책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성찰, 대안 제시 등 대통령 선거 운동 중 이뤄져야 할 기본적인 논쟁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강 교수는 “이번 선거에선 통렬한 반성, 어떻게 바꿔낼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 제시 등 그런 내용적인 부분들을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얘기해도 될 만큼 의미 있는 정책토론이나 대안의 제시를 둘러싼 논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후보자 개인에 대한 문제와 과거사, 가족사가 일반적이고, 더 안타까운 점은 그런 흐름 속에 유권자 다수가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촛불집회를 통해 표출된 강력한 변화의 요구에 따라 추진된 2017년 정권교체 이후에도 한국사회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진단이다. 실제로 당시 대선 때는 개헌 등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공약들이 강조됐으나 이번 대선은 정치구조 개혁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 교수는 “촛불집회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까지 이뤄졌다. 이전과는 매우 달라진 정부를 기대한 것”이라며 “5년이 지난 지금, 통치자와 통치세력만 달라졌을 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본질적인 국정운영의 방식이 뭐가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이 우리에게 준 중요한 경험은 사람을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시스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변하지 않고선) 당선이 유력한 두 사람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똑같은 형태의 5년을 보내게 될 것이며, 최종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정의당TV 캡처

    정치개혁 기회 놓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치개혁 논의조차 없는 대선

    ‘실패한 대통령’을 경험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비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 민의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꼽혔다. 정치구조의 개혁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특히 촛불집회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선거제 개편을 할 정치개혁의 골든타임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놓쳤다는 취지의 비판도 나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발제에서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은 진영 적대구조를 넘어서는 연합정치로의 전환, 입법연대나 정책연대를 넘어서서 연립정부나 연합정부로 나아가는 제도적 전환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며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근대 법치와 의회 민주주의 원리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또한 “5년 전 대통령 선거 때는 정치개혁 요구가 더 강했고 모든 후보가 개헌을 얘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버린 카드를 쓰듯 써버렸고 선거제 개혁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 대선은 개헌을 하겠다, 선거제를 바꾸겠다, 이런 논의조차 없다”고 했다.

    아울러 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더 강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교수는 “대통령 인사권은 행정부 넘어서서 정부투자기관이라든지 대통령이 힘을 쓸 수 있는 모든 곳에 닿았고, 총선과 지방선거로 대통령의 권력은 더욱 강화됐다. 이번 정부는 행정권력뿐 아니라 지방권력과 입법권력까지 다 장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권력 하에서 정책의 효율성도 크지 않다. 가시적인 정책 성과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권한·양당제 강화로 사회갈등 폭증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다, 나쁜 권력구조가 블랙홀”

    정치개혁 과제를 놓친 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권한과 양당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회 갈등이 확산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 교수는 “양당제 강화로 정치적 대립과 사회 분열은 더 심각해지면 두 개의 축을 놓고, 정치가 국민에게 어느 쪽에 설지 강요하고 있는 꼴”이라며 “국민 모두의 대표가 되고,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대통령은 양극화된 구조 속에서 사실상 특정 진영의 보스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치개혁은 단순히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화된 한국사회의 다양성에 맞는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않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회와 대통령이 대표로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온다”며 “2018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시위가 가장 많았던 87년에 1만1370회의 시위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엔 9만5266회의 시위가 있었다. 87년 민주화 절정 시기보다 6~8배 시위가 폭증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위의 요구도 단순히 민주주의, 민생 요구 넘어서서 젠더, 교육, 비정규 등 모든 의제를 포괄하고 있다”면서 “시위 민주주의, 거리 갈등 지표가 높은 것은 선거의 불비례성과 직결돼있다”고 강조했다. 양당제로 고착된 국회가 다원화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서 거리에서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으론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다른 현안들이 다 묻히게 된다며 시도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개헌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개헌을 블랙홀이라 하는데 나쁜 권력구조가 블랙홀”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죽은 세대가 미래세대의 삶을 책임지는 건 독재라고 한다. 19년에 한 번씩은 헌법과 법률의 효력을 소멸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세대들이 자기들 현실에 맞게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서 “독일은 1949년 이후 66번 개헌했는데도 안정적이다. 개헌은 나라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의당의 정의정책연구소가 주최를 하고 사회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발제는 연세대 박명림 교수, 토론자로는 서울대 강원택 교수,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 우석대 이대근 교수,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맡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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