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진영 대선 단일화
    합의 못해···책임론 공방
    민주노총 총투표, 선거인단, 여론조사 등 이견···가능성·공정성 등 논란
        2021년 12월 31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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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예상대로 참여 주체들이 단일화 방식에 이견을 드러낸 것이 원인이 됐다.

    대선공동대응기구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회의를 열고 단일화 방식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12월 말까지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 기구엔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진보정당과 한상균 노동자대통령 후보 선거운동본부(한상균 선본)가 참여하고 있다.

    대선공동대응기구 참가 단위들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10만 전 조합원과 시민선거인단을 결합한 직접투표와 일반여론조사를 7:3의 비율로 후보 선출하는 경선 방식을 이날 새롭게 제안했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전 조합원과 시민선거인단을 결합한 직접투표는 사실상 한상균 선본이 주장해온 민중경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중경선 70%, 정의당이 제안한 일반여론조사를 30%로 하는 방식을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각 참여 단위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조합원 총투표+선거인단 방식에 대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정의당은 100% 여론조사 또는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의당 외에 다른 참가 단위가 모두 민주노총 제안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변혁당은 민주노총 제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정의당이 100% 여론조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와 총투표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노동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한상균 선본과 진보당, 녹색당은 민주노총 제안에 동의했다.

    쟁점은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조합원 총투표와 시민선거인단 구성 등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일반여론조사의 경우에도 그 방식이나 문항 조정 등을 합의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신언직 정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는데도 3개월 준비하는데 조합원 총투표가 가능하겠나. 조합원 명부를 모으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포괄하는 정치적 합의 방식이나 현재로선 여론조사 방식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원 명부 확보 등 실무적인 문제는 “열흘이면 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 상황과 과정을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다”, “실무적으로 총투표를 준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조합원 명부를 모으기까지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기간은 열흘이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명부는 작성해서 입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합원 명부 확보 등이 어렵다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제안이었는데 비중있게 다루거나 논의된 바는 없다. 그것도 여론조사 방식이라, 여론조사 100%에 대해선 대체로 많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투표와 여론조사의 비율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여론조사로 하게 되면 소리 소문 없이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라며 “(직접투표를 통해) 현장 조합원들이 참여해서 ‘조합원이 직접 우리 후보를 뽑았다’는 것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어떤 형태로든 조합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10월부터 단일화 논의…각 조직들의 복잡한 셈법
    단일화 주도한다던 민주노총, 특정 단위에 책임 묻는 건 ‘단일화 방해’

    9월 초 발족한 대선공동대응기구 논의는 10월에서야 본격화됐다. 정의당은 이때부터 두 달 간 일반여론조사와 조합원 의견을 절반씩 보장하는 경선 방식을 제안했다. 이미 타 정당은 후보를 선출해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단일화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상균 선본은 민중경선운동본부 때부터 민중경선을 주장해왔다.

    물밑 노력도 있었다. 정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한상균 선본 측을 따로 만나 민중경선과 여론조사 병행 방식을 수용해줄 것을 설득했으나 거부했다고 한다. 다만 선본 내 또 다른 관계자는 12월 중순 <레디앙>과 통화에서 여론조사 방식을 일부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도 비공식적으로 만나 경선 방식이 아니더라도 단일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진보정당들의 경우 단일화 방식에 대한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특히 진보당은 대선공동대응기구가 발족한 이후인 11월 초 정의당과의 단일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정의당 쪽에 밝혔다가, 12월 들어 언론에 ‘조속히 단일화를 하자’며 돌연 방침을 바군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진보당은 사전 논의 없이 입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정의당에 비공식적인 사과를 했으나 진보당의 대선 방침이 정리되기까지 11월부터 한 달 간 사실상 단일화 논의가 중단됐던 셈이다.

    노동당과 변혁당이 함께 하는 ‘사회주의 좌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공동투쟁본부’는 29일 이날에서야 후보가 선출됐다.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됐던 시기에 여론조사와 총투표 병행 등 단일화 경선 방식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그 당시엔) 각 당들도 단일화 협상에 뛰어들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논의가 지속가능할지 미지수다. 특히 민주노총 일부에서 단일화 논의 무산의 책임을 정의당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일화 경선 방식에 대한 이견 차이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정의 골까지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는 전날 진보진영 대선 단일화 방식 합의 무산에 관한 기사에서 “정의당 측은 100% 여론조사 방식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변혁당이 정의당의 주장이 바뀌지 않으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회의는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정의당이 100% 여론조사 방식을 고집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무산됐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신언직 본부장은 “정의당이 직접투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건 맞지만 정당 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노동과 세계는) 마치 정의당이 민주노총 제안을 수용하지 않아서 무산된 것처럼 썼다. 그 기사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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