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노조 설립 정말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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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27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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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시민단체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민단체에 노조? 그럼 좀 어색하잖아. 좀 생각해봐야겠는데”

    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대답을 한 선배는 꽤나 알려져 있는 노동운동가이다. 과연 시민단체 노조를 만드는 게 어색한 일일까?

    우선 법적으로 따져보자. 노동조합법 제2조 4호에서 노동조합의 설립요건은 △ 노동자가 주체일 것 △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체일 것 △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및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간사들은 단체가 주는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노동자 아닌가요?”
    “예전엔 시민단체에서 그야말로 ‘활동비’를 주었는데 사실 요즘은 급여 성격이 크지.”

       
     

    시민단체의 ‘간사’들은 노동자일까? 이런 의문을 갖게 된 계기는 노동절 집회 참석과 관련해서 모 시민단체의 대표가 “간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노동절 집회 참가를 위해 쉴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절 전날 힘든 일을 한 이유를 명분으로 특별휴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과연 시민단체 ‘간사’들은 노동자가 아닐까? 노동조합법 제2조 1호는 "근로자(나는 이 글에서 앞으로 근로자란 표현 대신 노동자로 표현하겠다.)"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시민단체 간사들은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직업과 상관없이 실제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노동자’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시민단체 ‘간사’들은 노동조합 설립의 주체로서 자격을 갖는다.

    “간사들은 고용된 것 아닌가요?”
    “회원들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또는 운영위)가 간사들을 채용한 게 맞긴 하지.”
    “그렇지만 대부분 간사들은 활동가이자, 회원이기도 하지.”

    시민단체 ‘간사’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데 노조활동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물론 그렇다. 중노위95부노64(95.7.7)에 따르면 헌법 제33조 제1항의 노동3권 향유주체는 근로를 제공하여 그 대가로 생활할 것을 예정하고 있거나, 반드시 근로계약을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을 영위하는 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현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느냐의 여부에 관계없이 임금을 생활수단으로 하는 노동자 계층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대부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시민단체 ‘간사’들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

    “시민단체 간사들은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활동가로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죠. 활동가이자, 대부분 소속단체의 회원이기도 하고 급여생활자죠.”

    “예전에 활동가들에겐 급여라기 보다는 활동비를 주었지.”
    “그렇죠. 지금도 역시 활동비이자 생계를 위한 급여죠.”

    “간사들은 활동가 맞죠. 그런데 문제는 회원단체라는 점과 회원들로부터 위임 받은 이사회(또는 운영위)가 간사들을 고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언제든지 정리해고 할 수 있다고 하거나 간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봐야 하나요?”

    “시민단체의 간사들은 운동의 대의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활동가 맞죠. 그렇지만 간사들이 단지 시키는 일만 하는 피고용인으로 여겨진다면 활동가로서 정체성은 무시되는 게 아닌가요?”

    “만약 적절치 못한 이유로 시민단체에서 해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할까요?”
    “시민단체 간사들도 노동자인데 노동조합을 만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시민단체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보수우익 시민단체도 있고 진보적인 시민단체들도 있다. 또한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하는 단체들도 있다. 시민단체의 운영방식도 다양하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단체들도 있다.

    오히려 최소한의 상식과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정도가 기업보다 심한 곳도 있다. 시민단체 노동조합은 시민단체의 운영문제와 연관성을 갖는다. 상상해보자. 시민단체에 노동조합이 보편화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보수우익 시민단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소위 진보를 표방한 시민단체라면 또 어떨까?

    시민단체에 노동조합이 과연 필요한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나는 오늘도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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